
잘못해도 처벌받지 않는 소년들
최근 소년범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이 인기를 끌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만 14세인 촉법소년 기준을 12세로 낮추겠다고 공약함에 따라 소년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소년법은 무엇이고 어떤 면에서 논쟁이 있는지 알아보자.
소년법이란?
소년법이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해 그 환경의 조정과 성행(性行)의 교정에 관한 보호처분을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 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19세 미만인 자를 소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은 소년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 이를 일명 ‘촉법소년’이라 한다.
촉법소년이란 말이 임팩트가 큰 탓인지 소년법에 관한 오해도 종종 존재한다. 가장 오해하는 부분은 ‘보호처분’이다. ‘보호’라는 단어의 탓인지 교육 또는 봉사 정도로 처벌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6~10호까지의 5가지 처분은 시설에 들어가 강제로 수용된다는 점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징역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전과가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징역형과 차이점이 있다. 또한 촉법소년은 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을 뿐 민사상의 책임은 면제되지 않으며, 이 경우 부모가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
이름이 비슷한 까닭에 청소년 보호법과 혼동되기도 한다. 실제로 청소년 보호법 폐지에 관한 청원수가 20만건이 넘어가 청와대가 답변한 적이 있다. 청소년 보호법은 일반사회의 청소년을 보호하려고 만든 법으로써 엄연히 소년법과 다른 법이다. 청소년 보호법의 대표적인 예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술·담배 판매 금지가 있다.
어린 아이의 탈을 쓴
악마들
소년법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대체로 좋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의 대다수는 소년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그렇다면 소년법 폐지 혹은 개정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뭘까.
먼저 악용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이 강력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소년법의 도움으로 처벌이 경미한 점을 이용해 성인이 저지른 범죄를 청소년에게 뒤집어씌우거나 일정한 대가를 제시하고 대신 자수하도록 하는 등의 경우가 있다.
비행 청소년들이 처벌 수위가 낮다는 것을 인지한 채 악용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 ▲강릉 여고생 폭행 사건 ▲중학생 렌터카 절도 운행 추돌사고 등이 연달아 발생하고 가해 학생들의 범죄나 처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가 SNS나 미디어를 통해 드러났다. 이들의 행각은 성인 범죄를 능가하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져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또한 형량이 낮은 것이 재범률이 높은 원인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법무부 조사 결과 2016년부터 2021년 8월까지 소년 보호관찰 대상 총 17만 1,368명 중 12.4%인 2만 1,196명이 재범했다. 이는 성인 보호관찰 대상자의 1.7배로 2018년 이후 증가 추세를 보였다.
갱생의 여지가
있어야 한다?
소년법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법학자들과 관계자들은 소년법 폐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전체 소년 범죄 중 무거운 범죄는 5%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생계를 위한 범죄들이다. 소년법을 폐지하게 되면 나머지 95% 아이들에 대한 처분도 높아지게 되고 갱생의 여지를 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법 기준을 강화한다 해서 미성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근거도 불분명하다. 처벌 연령 하향 조정과 처벌 강화가 청소년 범죄율 경감에 실효성이 있다고 명확히 입증된 적이 없고, 낙인효과로 소년범의 사회화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낙인효과란 1차적 일탈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 찍힌 낙인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기회가 감소하고 부정적 자아가 형성됨으로써 2차적 일탈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소년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
소년법 폐지 자체는 우리나라가 UN 아동 권리 협약을 비준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소년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현재 분분한데, 제대로 된 개정을 위해서는 소년 범죄가 왜 이렇게 잔인해졌는지 원인을 파악한 후에 맞는 해결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촉법소년의 처벌 연령을 낮추고 형량을 올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경찰청이 *킥스 시스템 내부에 촉법소년 통계 항목 신설을 추진하는 등 사회 다방면으로 소년범죄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그러나 범죄 예방은 처벌보다 더 어려운 문제기 때문에 ▲국가 ▲사회 ▲가족이 합심해 범죄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전문적인 학습과 조치를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킥스 시스템 : 형사 사건 관련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