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마초, 산업적 가치를 찾아
▲대마의 아종 중 하나인 ‘삼’
역사 속의 대마초
대마초는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의 재래종으로, 기원전 700년 중국에서 약으로 사용한 기록이 있다. 이어 19세기 아시아와의 교역을 통해 유럽과 아메리카에 진출하면서 진통제로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대마의 아종 중 하나인 마리화나(Marihuana)와 삼(Hemp)은 구석기 시대부터 섬유를 이용하기 위해 재배해왔다. 이는 우리가 쉽게 알고 있는 '삼베'로 이용됐다. 특히 한반도에서는 예로부터 덥고 습한 여름 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의복의 소재로 이용되기도 했다.
대마초는 이처럼 섬유와 때로는 기름을 통해 사용됐지만 1914년 미국에서 아편과 코카인 재배를 규제하게 되면서 대마도 규제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대마초의 잎과 꽃봉오리를 흡연했을 때 마약으로 오용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어 1937년에는 대마초를 불법화하기에 이르렀다. 대마초가 처음 불법화된 이유로는 여러 설이 있으나, 더 안전하고 강력한 진통제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도태됐으며 당시의 기준에서 마약으로서 남용될 여지로 인해 규제했다는 의견이 정설에 가깝다. 이런 배경으로 미국이 대마초를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또한 이런 세계적 분위기에 편승해 전 세계적으로 대마에 대한 규제가 시작됐다.
대마초, 새로운
길이 열리다
20세기 대마초를 불법화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대마초는 마약 암시장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됐다. 바이오산업에서의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대마초에는 여러 성분이 있으나, 대표적으로 사용 효과를 일으키는 물질은 두 가지다. 바로 THC(델타나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와 CBD(칸나비디올)이다. 우선 THC는 복용 시 술에 취한 것처럼 몸이 나른해지고 감각이 예민해지게 작용한다. 행복감을 주고 황홀감을 주기도 한다. 흡연 등으로 대마초를 사용하는 경우 이 성분을 얻기 위함이다. 또한 이 때문에 대마초가 향정신성 약물로 분류되는 것이다.
반면 CBD는 향정신성 작용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1940년 처음 발견된 당시에는 약학적 효과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최근 만성적인 통증과 염증을 비롯해 다양한 건강 상태와 관련된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혀졌다.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먹거리
CBD는 신체 내에서 뇌 및 면역 체계의 수용체와 상호작용해 세포 반응을 돕는다. 또한 만성 통증과 관련된 불면증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비슷한 작용으로 관절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통증 감소 효과가 인정됐으며, 이를 통해 개의 관절염에 도움이 된다고 밝혀졌다. 개에게서 발견되는 관절염의 생물학적 특성이 인간과 비슷하기 때문에 인간의 관절염 통증 완화에도 도움을 주기 위한 여러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미 도움을 주고 있는 분야도 있다. 지난 2018년 미국 일부 주에서 의료용 대마초가 합법화됐다. 이에 따라 CBD를 정제한 CBD 기름 등을 이용해 고통을 완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 2019년 갤럽이 2,500명의 미국인에 대해 CBD 사용실태를 설문조사 한 결과, 미국 성인의 14%가 CBD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처럼 대마초, 특히 의료용 대마초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은 미국에서는 이미 대마초를 의료용으로 적극 사용 중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현재 미국은 워싱턴 D.C.를포함해 17개 주에서 기호용 대마초가 합법이며, 무려 35개 주에서는 의료 목적의 대마초 처방이 합법화됐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에서 오락용 대마초를 들여오자는 이야기는 시기상조다. 캐나다를 비롯해 일부 국가에서 전면 합법화를 하고 있지만, 국민 정서상 문제와 더불어 합법화를 주장할 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시대 상황도 이에 한몫한다.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으로 불릴 정도로 전세계적인 기준에서 마약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적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펜타닐을 비롯한 합성 마약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며 해마다 마약사범의 수도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안동에 대마초 산업 단지를 조성해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고, 의료용 대마초 또한 일부 난치병 환자들에게 CBD 기름 등 제한적인 분야에서 엄격하게 제한된 상태로 공급중이다. 마약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오락용과 의료용을 확실히 구분하고, 의료용을 비롯해 현재 침체돼있는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바이오 먹거리인 대마초, 특히 CBD 연구에 많은 지원이 필요해보인다.
산업화 이후 발전 단계에서 우리나라는 경공업과 중공업을 거쳐 반도체 산업까지 선도하며 국제 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진 채 살아남았다. 하지만 지금 유리한 산업만으로 앞으로의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는 바이오산업에서 의료용 대마초를 통한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이뤄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대마초를 더이상 위해한 마약이 아닌 산업적인 가치로서 관찰해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