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데타에 짓밟힌 미얀마 민주화
▲ 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 이주자들이 지난 1일(월) 방콕의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 문의사진과국기등을들고군부쿠데타를규탄하는시위를벌이고있는모습/출처:AFP연합뉴스
미얀마의 민주주의 붕괴
지난 2월 1일(월) 미얀마에서 군부 세력에 의한 쿠데타가 발생했다. 미얀마군은 지난 총선 당시 부정선거를 이유로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및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고위 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쿠데타 이후 국영 TV·라디오는 방송이 일시 중단됐고, 수도인 네피도와 최대 도시인 양곤의 인터넷과 전화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
지난 2월 28일(일) 미얀마는 ‘피의 일요일’을 맞이했다.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군경이 실탄을 발포했고 시위대 중 최소 18명이 숨지고 약 30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후에도 경찰과 군인은 실탄과 최루탄으로 무장한 채 시민들을 향한 무장공격을 이어갔다. 군부 세력의 무차별적인 총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3월 20일(토)까지 247명의 시민이 숨졌다고 밝혔다. 연일 계속되는 군경의 총격에도 쿠데타 규탄 시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현지 SNS에 따르면, 군경의 야만적 폭력으로부터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새벽 시위’와 ‘무인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여러 번의 쿠데타,
반복되는 역사
수치 고문은 총선 승리 이후, 군부정권 시절 제정된 헌법을 개정하고자 했다. 2008년 군부정권에 의해 제정된 헌법은 국방·내무·국경경비 등 치안과 관련된 3개 부처의 수장을 군부가 맡고, 상·하원 의석의 25%를 군부에 할당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75% 이상의 찬성표를 규정하고 있어 군부의 동의 없이는 개정이 불가능하다. 이렇듯 군부는 사실상 미얀마 정부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에 이어 2020년에도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족주의민족동맹(NLD)이 총선에서 승리하자 군부는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군부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헌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는 NLD가 선출 의석의 80%를 석권하며 회기를 시작하려 하자 군부가 결국 쿠데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얀마는 60년이 넘는 식민지 세월을 끝내고, 버마 공화국이란 이름으로 영국으로부터 벗어났다. 하지만 버마 공화국은 소수민족들의 분열과 하이퍼인플레이션 등의 사회적 문제가 다수 발생했고 정치 부패도 상당해 전국적인 내전에 휩싸였다. 이에 미얀마 군부는 ‘조국 수호’를 내세우며 무능한 민간 정부를 몰아내고 1962년 쿠데타를 일으켰다. 하지만 쿠데타로 인해 버마에서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사회주의와 독재가 시작됐다. 군부는 네 윈 정부를 필두로 막강한 권력을 이어갔지만, 네 윈이 내세운 버마식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실패와 군부에 관한 불만으로 1988년에는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여 민주화를 외쳤다. 일명 ‘8888항쟁’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버마에는 우리나라의 광주 민주화 운동과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신군부세력이 또 한 번의 쿠데타를 일으켰고 해당 군부는 민주화 운동의 불씨를 끄기 위해 자국민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총격을 가했다. 이로 인해 시민과 대학생, 승려를 포함한 수천 명이 희생됐다.
신군부세력은 서방의 압력에 못 이겨 1990년 총선을 했고, 수치 고문이 창당한 NLD가 82%의 지지를 얻으며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신군부는 또 다시 총선을 무효화했다. 이후 여러 번의 우여곡절 끝에 수치 고문과 NLD가 2015년 총선에 승리해 문민정부를 열었고 미얀마에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2021년 현재, 2기 문민정부를 시작하려던 찰나, 또다시 군부 쿠데타가 반복된 것이다.
우리도 힘을 보태야 할 때
지난 2월 26일(금) 국회 본회의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및 민주주의 회복과 구금자 석방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다. 본 결의안에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민주주의를 향한 심각한 도전행위로 규정하고, 무고한 시민들에 관한 무력 사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우리 정부의 대응조치는 “유혈사태를 멈추고 민주주의를 회복하자”는 촉구에 그쳤지만, 미약하나마 우리 시민사회의 노력이 미얀마 민주화에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