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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루제형, 백재완 ㅣ 기사 승인 2021-05-24 12  |  646호 ㅣ 조회수 : 154

결혼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이제는 부담스러운 결혼



  오늘날 현대인의 인생이라고 하면, 학교를 졸업해 직장에 들어가 돈을 벌고 이성과 결혼해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되는 것을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렇기에 높은 학벌을 쟁취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 고급 인력이라는 타이틀을 쟁취한 후, 사랑하는 이성을 만나 누군가의 부모가 되는 삶이 오늘날에도 계속 강요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오늘날 젊은 세대는 끊임없이 성공만을 강요하는 삶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세대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우리는 세대를 흔히 ▲X세대 ▲Y세대 ▲Z세대로 구분한다. X세대는 1960년대와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 Y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뜻한다. Z세대는 Y세대(밀레니얼 세대)의 뒤를 잇는 세대로,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Z세대로 분류한다. 디지털 시대의 신인류라 불리는 Z세대 사이에서는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Z’는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로 ‘20세기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를 뜻하기도 한다.



  Z세대는 IMF 구제금융 사태 전후로 태어나 이전 세대처럼 ‘한강의 기적’과 같은 고도성장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젊은 시절 내내 경쟁에 시달리는 Z세대의 눈엔 이러한 사회의 미래가 밝아보이지 않는다. 능력이 뛰어나도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끼며 ‘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피해의식이 Z세대의 내면에 새겨져 있다.



  2020년 1월 3일(금) 한국일보가 실시한 ‘Z세대 인식조사’에서 부모 세대인 X세대에서는 각각 남성 54%와 여성 52%가 결혼과 출산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반면, Z세대의 남성 65%와 여성 74%가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Z세대 인식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6%가 자녀가 반드시 있을 필요가 없다는 ‘노키즈’를 원했고 여성은 89%, 남성은 60.2%가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직장인 김모 씨(24)는 “아무리 좋은 남편을 만나도 여자는 애 낳고 집안일 하는 엄마의 삶을 살아야 하는데 나는 그게 겁이 난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대학생 윤모 씨(23)는 “결혼은 여전히 둘만의 이벤트가 아니라 가족 대 가족끼리의 중대한 일로 여겨진다”라며 “내 가족 챙기기도 힘든데 상대 가족까지 챙기고 싶지 않다”라고 밝혔다.



원하지 않은

결혼은 불행하다



  Z세대가 이토록 결혼을 멀리하고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부담 때문만은 아니다. 결혼 대상은 다양한 방법으로 찾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사람을 철저하게 계급으로 나누는 결혼정보업체가 젊은이들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결혼정보업체는 결혼을 원하는 수많은 남녀를 이어주기 위해 탄생했고 실제로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을 강조하는 결혼이 행복을 보장해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칫하면 결혼정보업체에서 낮은 등급을 받는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심어줄 수 있어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이 저하할 수 있다.



  결혼을 부담스럽게 느끼게 하는 또 다른 문제점은 결혼이 종신 계약이라는 점이다. 직장 생활로 따지면 한 회사에 들어가서 평생 퇴직하지 못하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결혼 생활이 힘들어서 이혼을 진행하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남들 다 결혼하니까 마지못해 결혼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저출산으로 국가 운영에 문제가 생긴다고 해서 결혼을 압박하는 행위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간절히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닌 압박감이나 의무감에 하는 결혼은 반드시 불행을 불러온다. 결혼한다고 해서 성숙한 것이 아니고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성숙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행복이 최우선인 Z세대에게 결혼은 ‘자기희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Z세대는 미성숙한 것이 아닌 그저 권리 의식과 자아실현 욕구가 타 세대에 비해 강한 것이다. Z세대가 훗날 기성세대가 되고 Z세대의 사상이 대물림되면 기존 결혼제도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결혼 안 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세계적인 석학 자크 아탈리는 <21세기 사전>에서 2030년에 결혼제도가 사라지고 90%가 동거로 바뀌리라 예측했다. 결혼을 일생의 과업으로 여기는 전통이 사라지고 가족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당위성도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비주류였던 비혼주의자들은 이제 사회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999년 자유로운 동거 형태를 보장하기 위해 생활 동반자 제도인 ‘팍스(Pacte civil de solidarite, PACS)’가 도입됐다. 팍스는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이 기존 결혼과 동일한데 결혼식과 이혼 절차가 없고 동성 커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에서 동거가 하나의 가족 형태로 인정받고 있고 결혼과 동등한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성가족부에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자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했다. 건강가정기본법 제15조에 근거한 이 계획은 1인 가구의 증가 등 가족 형태와 가족 생애주기의 다변화, 가족 구성원 개인 권리에 대한 관심 증대 등의 급격한 가족 변화가 반영됐다.



  통계청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2019년에는 1인 가구가 614만 7,516가구로 전체 가구의 30.2%를 차지했다. 2016년 1인 가구 비율이 27.9%였던 것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2020년에는 정부가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가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70% 정도가 생계와 주거만 공유해도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에서 정해둔 가족의 범위를 폐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1인 가구와 동거 부부도 이제는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한다. 혼자 살아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도 둘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세금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기보다는 결혼이나 출산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이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모든 가족과 모든 국민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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