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대학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색상을, 누군가는 엠블럼이나 마스코트를 말할 것이다. 상징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대학의 철학과 가치를 응축한 얼굴이다. 동시에 구성원들의 자부심을 키우고 학생 모집과 홍보 경쟁에서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된다.
우리대학이 일반대학으로 출범한 지 13년. 현재 색상·엠블럼·씰·흑룡 네 가지 상징물이 대표로 자리잡고 있다. 상징 색상은 블루(창조), 레드(열정), 그레이(지성)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엠블럼은 학교 이름의 첫 자음 ‘ㅅ·ㄱ·ㄷ’을 디지털 픽셀 형태로 표현해 다산관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씰은 다산관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담았으며, 상징 동물 흑룡은 산업대학에서 일반대학으로 전환한 2012년 임진년 흑룡의 해를 기념해 선정됐다. 학우들과 외부인은 이 상징물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조사해 봤다.
외부인에겐 아직 낯선 존재
외부인에게 우리대학 상징물의 인지도는 낮았다. 1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연령별로 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 결과, 상징 색상과 엠블럼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각각 22%였다. 씰(6%)과 흑룡(8%)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주요 원인은 잦은 교명 변경이 지목된다. 우리대학은 1910년 보습학교로 출발해 공업학교, 산업대학을 거쳐 일반대학에 이르기까지 여러번 교명을 바꿨다. 현 교명 ‘서울과학기술대학교’도 2010년부터 사용돼 대중적 인식이 자리 잡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대학 정체성이 일관되게 이어지지 못하고 상징체계도 자주 바뀌다 보니, 상징물이 꾸준히 각인될 기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정체성 변화의 역사가 길었던 만큼, 상징물 인지도 확산에는 보다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학우들은 흑룡에 가장 호감, 외부인은 중립
학우들은 상징물에 어느 정도 호감을 보였다. 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호감이 간다’(매우 호감+다소 호감)는 응답은 ▲흑룡(62%) ▲씰(58%) ▲색상(52%) ▲엠블럼(24%) 순이었다. ‘호감이 가지 않는다’(다소 호감 가지 않는다+전혀 호감 가지 않는다)는 대부분 20% 안팎이었으나, 엠블럼만 절반에 달하는 48%가 비호감을 표시했다. 외부인은 네 가지 상징물 모두에서 60% 안팎으로 ‘보통이다’라고 답해 전반적으로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긍정응답의 비율이 부정응답보다 다소 높았다.
자유 의견은 더욱 호불호가 확실하게 나타났다. 흑룡은 “멋있다”는 긍정 평가와 함께 “왜 흑룡인지 설명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씰은 “다산관을 활용해 직관적”이라는 호평과 “요소가 많아 복잡하다”는 비판이 공존했다. 색상은 “현대적이고 깔끔하다”, “실용주의 학풍과 어울린다”는 긍정 의견과 “칙칙하다, 어둡다”는 부정 의견이 맞섰다. 엠블럼은 “심플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대학교 로고답지 않다”, “디자인이 부족하다”같은 부정적 응답이 다수였다. 학우 A씨는 상징물에 대해 “실용적인 학풍을 강조한 컨셉은 마음에 들지만 시각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가장 정체성을 잘 드러낸 상징물은 색상·씰
‘우리대학의 정체성을 잘 표현했다’는 질문에 긍정 응답(그렇다+매우 그렇다) 비율이 높은 상징물은 색상(52%)과 씰(52%)로 나타났다. 흑룡(40%)과 엠블럼(32%)이 뒤를 이었다.
자유 응답에서는 두 집단의 의견 차이가 두드러졌다. 학우들 다수는 “붕어방의 왜가리(왝슨)나 오리 가족 같은 캠퍼스 친화적 동물이 마스코트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외부인은 “첨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과학기술 정체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일부 제시했다. 관점은 달랐지만 “현재 상징물들은 설득력을 높일 보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양쪽에서 공통으로 확인됐다. 우리대학 4학년 학우 B씨는 “신입생 때는 상징물이나 브랜딩 가치를 의식하지 못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다”며 “조금 더 정체성을 반영한 통일성 있는 브랜딩이 구축된다면 재학생과 동문 모두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흑룡 마스코트 공모전, 새로운 도약의 기회
우리대학은 현재 ‘흑룡 마스코트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오는 9월 9일(화)까지 진행되는 이번 공모전은 흑룡이 우리대학의 상징 동물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새로운 마스코트로 발전시키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홍보실 측은 “공모전에서 선정된 캐릭터는 굿즈 개발과 다양한 홍보 활동에 적극 활용해 대학을 대표하는 공식 마스코트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애교심과 소속감을 높이고, 외부적으로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마스코트를 브랜드 자산으로 발전시킨 대표적인 대학 사례는 중앙대학교의 ‘푸앙이’다. 2019년 공모전을 통해 탄생한 청룡 캐릭터로, “캠퍼스 연못 타임캡슐에서 깨어났다”는 서사를 지녔다. 현재는 교내외 곳곳에서 활용되며 굿즈와 팝업스토어로까지 확장돼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외에도 상명대의 수호신을 꿈꾸는 수호신 지망생 사슴 ‘수뭉이’, 카이스트의 ‘넙죽이’, 숙명여대의 ‘눈송이’, 한양대의 ‘하이리온’ 등이 각 대학을 대표하는 얼굴로 자리매김했다.
관건은 스토리텔링
삼육대학교 전종범 교수(아트앤디자인학과)는 자대 공식 캐릭터 ‘수야·수호’ 리디자인 제작 비하인드 인터뷰에서 “캐릭터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아 탄생 이후에도 꾸준한 관리와 지속적인 스토리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굿즈 제작, 스토리 공모전 등 학생들이 애정을 갖고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각종 홍보 매체에 자주 노출해야 대학의 이미지와 이상향이 캐릭터에 반영돼 실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상징물이 살아 움직이려면 활용 범위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교내 현수막에만 쓰일 게 아니라, 노트·후드·텀블러 같은 굿즈, SNS 이모티콘과 홍보 영상, 도서관·강의실 공간 브랜딩까지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징물이 생활 속에서 자주 보일 때 학생들의 애정과 자부심도 함께 커진다는 설명이다.
아직 우리대학의 흑룡 마스코트가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을지 알 수 없다. 흑룡이라는 소재가 학생들에게 다소 낯설 수 있는 만큼, 이번 공모전을 통해 어떤 스토리와 의미가 덧입혀질지가 관건이다. 단순히 캐릭터 도안에 머문다면 상징물이 가진 본래의 한계를 충분히 해소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결국 흑룡이 어떤 상징으로 자리 잡을지는 공모전 이후의 활용과 스토리텔링에 달려있다. 다만 조사에서 흑룡이 재학생들에게 가장 높은 호감을 얻은 상징물이라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이번 과정을 통해 대학 정체성을 담은 새로운 상징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황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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