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사회에서 정보는 기성 언론이 양산하는 거대 담론으로부터 시작된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첨단 산업 육성, 부동산 가격 안정화 등 사회 거시적 문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웃과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변화들이다. 집 앞 횡단보도의 설치 현황, 단골 가게의 변화,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분위기가 우리의 내일과 더 가깝다.
마을신문은 이러한 기성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동네 이야기를 기록한다. 진정한 의미의 ‘생활 뉴스’를 전하는 마을신문은 그 규모에 비해 절대 작지 않은 가치를 갖는다.
▲ 안마을신문의 강봉훈 발행인
“안녕하세요, 안마을신문 강봉훈입니다”
우리대학이 위치한 공릉동에도 마을신문이 있다. 바로 ‘안마을신문’이다. 안마을신문은 2018년 6월부터 격주로 발행돼 어느덧 168호 발행을 앞두고 있다. 안마을신문의 가장 큰 특징은 기획부터 발행까지 이어지는 신문 제작 작업을 한 명의 발행인이 혼자 수행한다는 점이다. 이웃과 마을,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을 전하는 강봉훈 발행인(이하 강 발행인)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마을신문을 창간한 건 2018년 6월 28일(목)이에요. 지금 보면 얼굴이 뜨거워지기도 하지만 창간지 전면에 창간사를 가득 쓰며 시작했던 기억이 있네요.”
마을신문, 주민들의 이야기 담아야
안마을신문의 기사 소재는 우리 동네의 현실적인 이야기다. 지역 행사, 단골 가게의 신메뉴 소개, 동네 학원과 학교 소식 등 지역 주민들의 관심사를 조명한다.
인터뷰 중 강 발행인은 “와글와글이라고 아세요?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어린이 잔치가 있어요. 그런데 동네 사람들은 이런 행사가 있는지 모르죠”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답답함을 느껴요. 큰 잔치를 여는데, 행사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라고는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들뿐이니까요. 마을 사람들은 알았으면 갔을 거예요. 모르니까 안 간 거지”라며 지역 행사 정보가 주민들에게 제때 전달되지 않는 현실에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그는 이러한 현실이야말로 마을신문이 지역 이야기와 공동체 소식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철길을 넘어 공릉동 곳곳으로
발행 초기 강 발행인은 삼익2차아파트부터 두산힐스빌까지 철길 안쪽 모든 가구에 신문 5천 부를 직접 배포했다고 밝혔다.
“창간 과정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봤어요. 몇 부 정도면 내가 혼자 신문을 배부할 수 있을까. 그래서 철길 내 아파트들의 세대수를 다 세어봤더니 약 3천 세대 정도 됐던 것 같아요. 거기에 주변의 상가 건물들, 우리 동네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과 노원구 소속 모든 행정부처에 우편으로 보낼 신문까지 포함하니 5천 부 정도를 발행해야 되더라고요. 그때는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제가 현관문 앞까지 전부 돌렸죠.”
현재 안마을신문은 발행 초기와 달리 세 가구에 한 부씩 배포되고 있다. 대신 철길 내부에서 공릉2동까지 범위를 넓혔다. 작년부터는 주민들 중 신문 배부를 도와주는 사람도 생겼다. 공릉 1동은 주민들 중 은퇴한 선생님 A 씨와 자영업자 B 씨가 돕고 있고, 공릉 2동은 강 발행인과 우리대학 학생 중 한 명이 함께 배포하고 있다.
▲ 5월 22일(목)에 발행된 안마을신문 제167호
공릉동 주민이 지켜낸 마을신문의 가치
창간일부터 작년 여름까지 안마을신문은 강 발행인의 개인 사비로 운영됐지만 현재는 독자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제작비를 충당하고 있다.
강 발행인은 “처음에는 100% 내 돈으로 내가 만들어서 인쇄하고 배포하다가 재작년 여름에 제가 아웃 선언을 했죠. 창간 전에 준비해 둔 모든 자본이 바닥났어요”라며 안마을신문이 처했던 위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기존 독자분들께 더 이상 신문 만들 돈이 없다 했더니 ‘그래도 신문은 없어지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마을 분들이 후원 모임을 만들어 자발적으로 신문사에 후원해 주고 계세요. 또 몇몇 분들은 로컬랩을 통해서도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후원해 주고 계시기도 하고요. 취재하고 기사 쓰는 건 제가 하고 있지만 이제 안마을신문은 제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주인인 것이나 다름없는 거죠”라며 마을신문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 후원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마을신문의 활성화 위해서는 아마추어리즘 필요해”
강 발행인은 지역 신문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 ‘아마추어리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수익을 전제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마을 신문은 전문성과 시장 논리에서 한발 벗어난 자발성과 공동체적 연대에 기반할 때 생명력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그는 “마을신문은 명백히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지만, 시장 논리만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며 공공의 지원과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하루 중 3시간, 일주일 중 몇 시간만이라도 자신의 여유를 마을을 위해 나누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그것이 하나의 인력이 되고 시스템이 된다”며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들이 지역 언론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마을신문은 종이 신문 외에도 온라인 홈페이지나 공릉동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인 ‘공릉동101’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손해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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