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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의문화예술상 심사평
기사 승인 2022-12-05 16  |  668호 ㅣ 조회수 : 177



 본지는 1996년부터 우리대학 학생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고, 교양 및 정서 함양을 위한 ‘창작상’을 진행해왔다. 2020년까지는 ‘창작상’으로, 2021년부터는 ‘어의문화예술상’이라는 우리대학의 색깔이 담긴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올해 어의문화예술상은 ▲소설 ▲비평 ▲시 ▲영상 ▲영어에세이 ▲일러스트 6개 부문으로 진행했으며, 응모 기간은 9월 26일(월)부터 11월 18일(금)까지였다. 이번 주제는 ‘사랑’으로, 갈등이라는 단어 앞에 ▲지역 ▲성별 ▲세대 등 많은 수식어가 붙는 세상에서 혐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가치를 사랑이라는 소재를 통해 보여주기 위한 취지다. 심사위원은 ▲김건형 강사 ▲소유정 강사 ▲최형섭 주간교수로 구성됐다.





소설, 비평 부문 심사위원-한국공학대학교 강사 김건형



 소설부문 심사평



 사랑의 상실은 물론 인생에서 사라지지 않을 영원한 숙제다. 하지만 연애, 가정사의 비극과 같은 개인에게 강렬한 체험을 그대로 이야기한다고 해서 소설의 자격을 성취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을 둘러싼 철학적 사유를 인물 간의 대화로 바꾸거나,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이미지의 정념에 맡기는 방식 역시 진지한 문학적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를 염두에 두고 소설에 대한 작가적 의식을 보여주는 다음 작품들을 흥미롭게 읽었다.



 『도넛』은 사회심리적 현상인 거식증을 둘러싼 구체적인 현황과 온라인 문화를 인물 사이의 관계를 통해 효과적으로 집약하고 있다. 몸을 둘러싼 규범과 공허한 심리 사이에서의 내적 갈등을 도넛이라는 적절한 소재로 표현하고, 또 이를 생생한 신체 감각과 환상으로 살린 기법이 설득력 있게 서사를 이끌어간다. 쉽게 문제를 속단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옆에서 등을 두들겨주는 다정한 염려로 이끌어가는 작가의 시선이 믿음직스럽다. 『사랑방 여자들』은 다소 긴 시간대와 넓은 공간적 배경을 넉넉하게 품어내면서도, 작은 사건들을 통해 각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묘사가 단단하다. 레즈비언 연인의 주거와 안전, 결혼 제도와 가족의 인정 같이 급하게 결론으로 치닫기 쉬운 주제를 거창하거나 비장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일상언어로 사랑스럽게 녹여내는 품이 서툴지 않다.



 『우리가 비로소 원이 될 때』의 경우, 안면인식장애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와 소통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파고드는 감각적 이미지와 압축적 표현들이 어느 하나 녹록치가 않았다. 원이라는 모티프로의 연결이나 돌연한 사별이 다소 헐겁지만, 전체 분위기를 형성하는 힘과 문장력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세상에서 제일 긴 영어단어』의 주요한 모티프인 가족을 대체하는 휴머노이드, 비-인간 종족과의 사회적 위화감과 감정적 친밀성은 사실상 SF의 단골 소재다. 그럼에도 청소년 화자의 입장에서 친밀한 관계를 맺어가는 감정적 변화가 동화적 어조와 잘 어울렸고, 끝내 대체되는 친밀성에 대한 충격을 담아내는 삽화들이 장황하지 않고 설득력이 있었다. 사랑의 여러 양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가는 이번 당선인들에게 축하와 응원의 말씀을 전한다. 더 많은 사랑이 함께 하길 바란다.





시 부문 심사위원-광운대학교 강사 소유정



 시부문 심사평



 이번 어의문화예술상 시 부문에 응모된 작품은 총 35편이었다. 주제가 ‘사랑’이었던 만큼 사랑에 대한 개개인의 가치관, 태도 등을 살필 수 있어 흥미로웠다.



 최우수작 「六十甲子」는 예순에 죽겠다고 말하는 ‘너’에게 계속해서 같이 살아 달라 말하는 ‘나’의 사랑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미역국이 놓인 생일상의 축하가 마지막 연에서는 제사상의 이미지로 중첩되며 비극적인 사랑을 극대화 한 점이 여운으로 남았다. 우수작 「과거를 묻지 않는, 우리가 사랑하는」은 사랑하는 연인들의 풋풋함이 담긴 작품이다. “긴 산책이 끝나지 않도록/ 일부러 더 먼 길”을 돌아 걷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며 이들이라면 어떤 슬픔이 와도 그 너머 그림자 속에 함께 몸을 숨기고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장려상 「달고 짜고 매운」은 제목에 쓰인 것처럼 사랑의 ‘달고 짜고 매운’ 맛에 대해 서술한 작품이다. 우리가 함께 먹던 햄버거에서 먹던 “달고 짜고 매운” 맛이 “맞닿은 입술에서”의 “작위적인 맛”으로, 그리고 헤어질 때의 “달고 짜고 매운 얼굴”로 이어지는 전개가 흥미로웠으나 마지막 연에서의 갑작스러운 끝맺음은 아쉬움을 남겼다. 위의 세 작품을 수상작으로 뽑았으나 이하 수상작으로 결정하지 못한 작품에 대해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응모자들의 사랑을 건네받는 기분으로 심사 과정에서 큰 기쁨을 느꼈다. 모두 각자의 바람대로 사랑하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비평부문 심사평



 응모작을 읽으며 ▲퀴어 ▲장애 ▲비-인간 외계종족 등의 매개를 통해 다양한 사랑의 양상을 탐구하고 근대적 인간성을 넘어서는 작품에 대한 높은 관심이 인상적이었다. 아울러 ▲소설 ▲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에 대한 관심 역시 비평의 역할을 더 폭넓게 확장하려는 열망을 느끼게 해줬다. 하지만 장르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분석 도구가 부족한 경우 상식적인 해석의 반복에 그친다는 점이 아쉬웠다. 다시 말해 장르적 특성을 텍스트 해석에 연결할 수 있는 접근법이 더 필요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작품의 줄거리 소개와 그에 대한 인상 정리에 그칠 위험이 크다. 이번 심사에서 비평가의 고유한 관점을 텍스트 분석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응모작에 더 관심이 가게 된 이유다.



 『케이티 오닐의 사랑』은 선행하는 퀴어 이론이나 개념을 인용하지는 않아 깊이가 아쉽지만, 텍스트를 분석하는 나름의 관점을 밀고 가는 태도가 믿음직스러웠고, 각각의 선정한 텍스트 역시 무리 없이 연결됐다. 특히 그래픽 노블에 대한 통념을 짚음으로써 문학관을 드러내는 결론으로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실패한 사랑을 유기하는 데 실패하는 두 편의 시』는 서두에서 도입한 시작(詩作)의 어려움에 대한 시론과 고전적 예술론이 본문의 독해와 유기적이진 않았지만, ‘실패’의 필연성이라는 비평가 나름의 시각으로 작품을 꼼꼼히 독해하는 힘과 단단한 문장력을 눈여겨볼 수 있었다.



 『사랑의 고정관념, 인간과 인간의 사랑에서 벗어나기』는 비인간 종족의 관계와 사랑을 다룬 여러 장르를 병치한 점이 과감하고 참신했으며 각 텍스트에 대한 성실한 독해가 돋보인다. 다만 서로 다른 텍스트를 가져온 맥락이 소개되지 않아 잘 납득되지 않았고, 서론의 문제 제기에 비해 다소 익숙한 비유와 계몽적 어조로 끝나는 결론이 가벼웠다.



 『사랑 시, 부재에서 존재를 사유하는 말하기』는 핵심적인 독해 방향을 선행 논의에서 가져와서 나름의 관점이 적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주제를 바로 다루기보다는 사랑을 말하는 시적 전략의 구조를 탐색한다는 차분한 접근법이 이후 더 탄탄한 비평을 기대하게 한다. 수상한 평론가들에게 축하와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 더 많은 지면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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