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폭, 그들은 누구인가. 평소에는 멀쩡하지만 술만 취하면 돌변하는 그들. 경찰이 주폭과의 전면전을 시행하고, 주폭의 폐해를 지적하는 기사들이 넘쳐나지만, 사회전반의 주취 폭력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술에 취했다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관대한 처벌을 받는 일도 끊이지 않는다.
주폭은 2010년 당시 충북경찰정장이었던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주취 폭력 실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처음 만든 용어다. 현재 경찰에서는 전국 249개 경찰서 중 182개 경찰서에 주폭 수사 전담팀을 꾸리고 있다. 또 843명의 경찰이 주폭 검거만을 위해 배치되고 있다. 연간 8조 8천억원에 이르는 사회적 비용이 주취폭력으로 인해 낭비되고 있다. 주취폭력이 일부 도심공원이나 야산 등 일상생활 주변에서 빈번하게 발생해서 서민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살인의 37.9%, 강간의 38.5%, 폭력의 35.5%, 공무집행방해의 78%가 술에 취한 상태, 그러니까 주폭인 상태에서 벌어졌다. 음주에 관대한 문화 및 작은 폭력에 대하여 관용적인 인식이 과도하게 경찰력을 낭비시키고 중범죄자를 양산하는 시발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주류를 판매하는 업종일수록 주폭 관련 범죄피해가 많다. 또 규모가 클수록, 종업원 수가 많을수록, 도시보다 읍과 면 지역일수록, 심야영업을 할수록 각종 재산범죄와 폭력범죄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범죄피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6개 업종 중에서 주점업의 범죄피해가 4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소매업 30%, 음식점 29%, 숙박업 28%, 도매 및 상품중개업 18%, 자동차 및 관련부품 판매업 15%순으로 나타났다. 주점업에서의 폭력범죄 피해자율은 100개 사업체 당 134건으로 높은 수치를 드러냈다. 특히 주류를 판매하지 않고 음주도 가능하지 않은 사업체의 폭력범죄 피해 경험률은 4.8%에 그친 반면 주류를 판매하는 경우 18%, 판매와 음주가 모두 가능한 경우는 18.7%를 기록했다. 재산범죄 피해 경험률은 각각 18.3%, 34.5%, 27.1%로 주류를 판매하는 경우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장이 여성이거나 24시간 또는 심야영업을 하는 사업체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업체보다 범죄피해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매업종 중에서 24시간 영업을 하면서 주류, 담배 등과 종합적인 물품을 판매하는 편의점의 경우 49.3%의 높은 재산범죄피해 경험률을 보였다.
금년 2월 23일 술에 취해 영세 상인들에게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린 동네 주폭들이 구속됐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3일 영세 상인들의 영업을 상습적으로 방해한 혐의로 배모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지난 20일 오후 7시 30분에 광주 서구 양동시장의 한 식당에서 1만원을 빌려달라고 소리치며 조리용 연탄불에 소주를 부어 불을 끄는 등 시장 상인들에게 수차례 행패를 부려 영업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내가 낸 세금으로 먹고 사는데 신경 쓰지 말고 가라’며 욕설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업무방해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배씨는 유예 기간 중 술에 취해 또 다시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배씨는 경찰에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같은 혐의로 임모(44)씨를 구속하기도 했다. 임씨는 지난해 11월 1일 오전 5시 10분경 광주 서구 쌍촌동 한 약국 인근 술집에서 소리를 지르며 광고판을 발로 차고 손님들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 폭행하는 등 주변 4개 업소에서 7회에 걸쳐 영업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범행을 부인하며 출석 요구에 불응하던 임씨는 지난 20일 화정동 한 술집에서 무전취식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한 관계자는 “우리 일상생활 주변에서 영세 상인들을 상대로 행패를 부리는 이른바 동네 주폭을 붙잡아 엄벌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주폭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유형별로 보면 단순 폭력 검거자 중에서 주취자는 62.4%에 다다른다. 하지만 그보다 죄질이 나쁜 성폭력은 67.9%, 가정폭력은 73.1%였다. 경찰관 폭행, 경찰서 난동 등 공무집행방해의 경우 무려 87%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질러졌다. 성폭력, 가정폭력, 공무집행방해 등 중요 범죄가 음주상태에서 일어나지만 현행법은 이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음주 감경 판결이 계속되는 이유에는 근본적인 제도의 허점이 도사리고 있다. 형법 10조 2항에 보면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에는 형을 줄여줄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술에 취한 상태를 심신미약상태로 보아 형을 줄여주는 근거가 되는 조항인데 심신미약에 대한 규정은 강행규정이기 때문에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판사의 뜻과 관계없이 반드시 감형해야 한다. 심신미약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전문가의 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법적·규범적인 관점에서 법관이 판단할 법률문제이다. 따라서 음주상태에서 벌어진 범죄에 감경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여지가 생긴다. 우리나라 형법 10조 3항 ‘범행을 예견하고 자의로 취한 경우’는 심신미약 감경을 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범행할 목적으로 술에 취하는 경우나 음주 운전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만취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경우는 제한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러한 주취감경의 대표적인 사례로 조두순 사건을 들 수 있다. 초등학생 여아를 납치하여 성폭행하고 신체를 상해하여 영구장애를 입힌 조두순에게 검사는 죄질이 무겁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하였으나 법원은 술에 취한 심신미약 상태의 범행이므로 주취감형 조항을 적용하여 형량을 낮췄다. 결론적으로 무기징역이 아니라 징역 12년을 선고하였다. 당시 조두순의 형이 낮추어진 데 크게 놀란 국민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주취감경을 이유로 형을 낮추는 판결들이 다소 줄어들었다. 국회는 성폭력범죄특례법에서 주취감경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후 2013년 2월 김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같이 살던 조카를 강간하려다 실패, 살해 후 추행한 사건에서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성폭력범죄 특례법에 의해 심신장애 상태에서도 형을 감경하지 않은 사례다.
문제는, 이것이 임의적 배제조항에 불과하므로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주취감경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주취감경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즉 형법상의 주취감경 조항이 남아 있는 한 언제든 극악범죄가 감형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특례법 이후, 애인의 딸을 10시간 동안 감금하고 성폭행까지 한 남성에게 법원이 나쁜 죄질을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신고하고 신상공개도 하지 않았다. 음주상태였다는 이유로 주취감경 조항을 적용한 것이다. 음주운전의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음주운전을 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가중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음주운전을 제외한 경우는, 만취상태를 이유로 가중처벌은 고사하고 감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도 처벌한다. 미국, 영국은 스스로 만취해 저지른 범행은 원칙적으로 감경을 금지시키고 있다. 판례상으로도 ‘주취는 범죄의 변명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이 확고하다. 범죄 행위가 단지 술을 이유로 감형된다면 재발 방지를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국민의 법 감정과도 심각하게 충돌되는 일이다.
최근 44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음주 소비량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들은 1인당 일주일 동안 평균 13.7잔의 술을 마시는 것으로 집계돼 6.3잔을 마시는 러시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로 음주 소비량 세계 1위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주폭들은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나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에 큰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술을 조절할 수 없는 개인과, 그 개인을 더욱 부추기기만 하는 사회 풍토에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2016년 6월 27일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를 경우라도 판사가 자기 재량으로 형벌을 감경할 수 없도록 하는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발의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고 아직 소관위 접수 상태다. 소관위 접수시 소위원회에서 논의, 수정되고 법사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는데 이 과정에서 여야간 이견으로 본회의까지 올라가지 못하는 개정안, 이해관계에 따라 원안과 달라지는 법안 등이 다수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주폭에 대한 가중처벌이 시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나 영국의 경우 음주 또는 마약 복용 후 자주 일어날 폭행죄에 있어 그 형을 가중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음주자에 대해 감형을 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일본과 우리나라 등 2개국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주폭 방지를 위한 가중처벌 규정을 만들고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를 경우라도 판사가 자기 재량으로 형벌을 감경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이 만들어져야만 한다. 술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 개혁도 요구된다. 술자리에서의 술을 권하는 모습도 없어져야 한다. 무책임하고 무법적인 행동임에도 술을 핑계로 넘긴다면 더욱 큰 사회문제를 초래하고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결국 국민의 손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절대 술을 이유로 감형 받지 말아야 할 중범죄자부터, 실상은 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약자들까지, 주취폭력 가해자의 범위는 매우 넓다. 주취폭력 행위를 일삼는 전과자 대부분은 직업이 없으며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경찰서별로 ‘주폭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70여일간 상습적인 주취폭력 혐의로 200명을 붙잡아 구속했다. 경찰이 공개한 주폭 피의자 실태를 보면 80%가 무직이고 대부분 이혼해 홀로 생활하거나 노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전과는 25.2범이었으며 그 가운데 음주 범죄 비중이 75.3%에 달했다. 단순히 주폭을 검거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상습 주폭자들을 대상으로 한 약물, 정기적인 상담 및 심리치료가 필수적이다. 외국의 경우 알코올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치료명령을 먼저 한 뒤 같은 일이 반복되면 처벌을 한다. 처벌을 강화하는 대응책도 좋지만 상습적인 주폭 행위에 대해 근본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구속했다가 풀어주는 일만 반복하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예산 면에서나 낭비일 뿐이다. 치료를 통해 그들을 건강한 모습으로 사회에 돌려보내는 방법을 확대하는 것 또한 주폭 문제 근절을 향한 지름길이 아닐까.
술에 취한 사람에게 폭행당했다면 상대방은 형법 제 26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폭행죄는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한다. 반의사 불벌죄란 폭행을 당한 사람이 폭행을 한 사람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형사처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범죄를 말한다. 그러므로 가해자는 피해자와 합의를 보고 처벌을 면해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합의를 봤어도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면 가해자는 처벌을 면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간 합의를 하고 처벌을 받는 것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처벌을 받는 것 사이에는 형의 무게가 달라진다. ‘합의’할 경우 형사재판 시 피해자가 가해자를 어느 정도 용서해줬다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고 따라서 가해자는 감형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합의를 보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가해자와 합의를 하게 되면 나중에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이런 가해자의 유형을 알아보자.
첫째, 차라리 벌금형을 받겠다는 가해자이다. 자신이 원하는 합의금이 아닌 경우 그냥 벌금을 내겠다는 이른바 막나가는 가해자가 종종 있다. 이럴 때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해자가 벌금형을 받게 되면 범죄 경력 자료가 남아 향후 불이익을 받게 된다. 사회적으로도 지위나 취업에 영향이 간다. 처벌을 받는다 해도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니 피해자라면 오히려 당당해야 한다. 가해자가 벌금형을 받겠다고 해도 피해자로서는 크게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처벌은 처벌대로 받고 돈은 돈대로 물어줘야 하는 건 가해자이니 말이다.
두 번째는 합의서 작성 후 합의금을 주지 않는 가해자다. 급박한 가해자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나중에 합의금을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가끔 합의금을 주지 않는 가해자가 있다. 이런 가해자는 흔히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온다. 이럴 때는 판사나 검사에게 가해자가 합의금을 주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제출해야한다. 그래야 합의가 취소된 형벌을 받게 된다. 탄원서 제출 시 주의사항은 탄원서에 기재된 내용을 증명하는 증거물을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돈을 주지 않겠다는 가해자의 문자메세지 내용이나 전화통화 녹음 등이 증거물이 된다.
다음으로 합의금 이외에 돈을 받아내는 방법이 있다. 바로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이다. 피해자는 폭행으로 인한 입원비 그리고 통원치료에 지출된 금액을 받을 수 있고 정신적 피해가 클수록 많은 금액을 받아낼 수 있다. 또한 폭행으로 인해 가게를 운영하지 못한다면 그것에 대한 피해보상액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둘이 술을 먹은 상태에서 서로 폭행했다면 쌍방이 폭행죄에 해당한다. 즉 죄가 쌍방향으로 있는 것이다. 다른 한쪽이 좀 더 상처가 심하다고 해서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서로 폭행했을 경우 합의를 보지 못한다면 서로 형사처벌을 면할 수 없다.
박찬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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