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교수는 학생들에게 미리 공학용 계산기를 가져오라고 했다. 하지만 준비물이 없는 인원이 있는 상황, 그는 공학용 계산기가 없는 학생을 배려해 주변 사람과 공유하는 것을 허락했다. 그러나 공학용 계산기가 없는 학생들은 불만을 표했고, 결국 천 교수는 모두에게 휴대폰 계산기를 허용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휴대폰을 사용한 부정행위가 판을 쳤다. 공학용 계산기가 없는 학생뿐만 아니라 공학용 계산기가 있는 학생들도 휴대폰을 사용했다. 휴대폰을 사용해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문제를 풀었다. 부정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당당히 자신의 행위를 고백한 학생도 있었다.
부정행위의 정도는 그저 검색, 베끼기를 넘어 단체 카카오톡 방을 개설해 시험의 문제와 답까지 모두 공유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그들은 서로 답을 공유했고 자신이 푼 문제를 친구한테 보여주기도 했다.
천 교수는 같은 날 전기정보공학과 학생들이 수강하는 동일한 시험에서도 휴대폰 계산기를 허락했다. 그리고 전자IT미디어학과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전기정보공학과 학생들도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이런 배경에는 천 교수가 엄격하게 시험 감독을 하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 그는 시험 감독 당시 앞쪽에서 학생들을 감시했을 뿐 모든 학생의 행동을 확인하지 않았다. 꼭 핸드폰이 아니더라도 부정행위가 만연할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천 교수는 “여러 번 공학용 계산기를 지참하라고 말했지만 갖고 오지 않은 학생이 있었다”며 “화학 시험은 계산기가 꼭 필요하기에 학생들을 믿고 휴대폰의 계산기 기능만 쓰라고 했지만, 일부 학생이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 같다”고 전했다. 한 학생은 “교수님이 시험 전 주에 공학용 계산기를 지참하라고 했고, 챙기지 않은 것은 학생 잘못”이라며 “휴대폰 사용을 허용한 교수도 의문이지만, 커닝은 개인의 양심 문제”라고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을 비난했다.
양심 대신 학점을 챙긴 학생들
결국 재시험으로 일단락
천 교수는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학생의 제보를 통해 알았다. 부정행위를 알게 된 그는 소수의 학생이 저지른 일이더라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천 교수는 “처음에는 문자와 메일을 보내서 불문에 부칠 테니 자백을 하도록 할 생각이었다”며 “무슨 문제를 부정행위 했다고 하면 그 문제만 부분 0점 처리를 하고 싶었지만, 다 찾아낼 수 없고 학생이 부인하면 찾아낼 방법이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고 전했다.
결국, 화학 시험 부정행위는 재시험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는 재시험이 제일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고, 11월 8일(수) 재시험이 진행됐다. 전자IT미디어학과의 경우 부정행위를 한 학생이 많아 모든 문제를 다시 만들어 재시험을 진행했다. 전기정보공학과는 풀이과정이 나온 부분은 점수를 주고 구글·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검색기능을 통해 답이 나올 만한 11문제만 재시험을 봤다.
재시험에 앞서 천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천 교수는 “중요한 것은 이 일을 계기로 학생들이 다시는 그런 마음(부정행위를 하려는 마음)을 먹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앞으로는 시험 감독을 철저히 할 계획이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학생들이 잘못을 깨달았다면 선생으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학생들의 의견은 제각각이다. 교수가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애초 재시험을 자초한 교수를 비난하는 학생도 있다.
한 학생은 “이번 시험에서 교수가 계산기가 없는 학생에게 한 행동은 교수가 얼마나 무관심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다른 학생은 “교수가 잘못을 인정했기에 앞으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믿는다”며 “그러나 재시험 공지를 할 때 부정행위를 ‘노력’으로 말하는 모습을 보고 과연 교수가 시험으로 학생의 무엇을 평가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시험은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는 척도 중 하나다. 점수만을 목표로 수단을 가리지 않는 부정행위는 금기시해야 하는 행동이다. 그러나 시험 기간이 시작되면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시험 부정행위 글이 올라온다. 우리대학도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별다른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향후 이런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의논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