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2025년도 새 학기가 시작한 지도 1달이 넘어간다. 매서운 한파가 조금씩 누그러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봄 내음 물씬 나는 날씨가 됐다. 방학 동안 교내 시설에도 변화가 생겼다. 제2학생회관 학생 식당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개소식을 진행하는가 하면, 별관도서관 1층이 실험 장비로 가득 찬 실험실의 모습을 갖고 있었다.
학생들의 주요 학습 공간인 별관도서관이 이러한 모습으로 변모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바로 공과대학 실험실이 위치한 하이테크관 철거에 따라 이전할 실험실의 위치가 별관도서관 1층으로 결정된 것이었다. 많은 장소 중 별관도서관 1층이 실험실로 이전할 위치로 결정된 이유에 대해서는 학교 측에서 명확히 밝힌 바는 없다. 다만, 방학 때의 별관도서관 1층 이용률을 확인하고 학교 측에서 이를 실험실로 대체해도 무방하겠다고 판단했으리라 추측할 뿐이다. 그렇다면 별관도서관 1층은 단순히 이용률이 저조한 곳일까?
필자는 복학 후 올해로 3년째 별관도서관을 애용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과제와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이용하고 방학 중에도 자격증 취득 및 서류 작성 등의 사유로 종종 이용하는 편이다. 3년 동안 별관도서관을 다니며 알게 된 것은 전반적으로 1층의 이용률이 2층보다 적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1층의 일반열람실은 좌석마다 전기 배선 공사가 되어 있지 않아 전력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1층 노트북열람실, 2층 일반열람실, 노트북열람실의 경우 모두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콘센트가 구비돼 있어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편이다. 그러나 1층 일반열람실의 수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쾌적함을 원하거나 원서 및 프린트물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수요가 있었다. 다시 말해, 별관도서관 1층은 도서관 이용자 수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별관도서관 1층이 실험실로 바뀌며, 사실상 남은 2층만이 도서관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2주 차에 별관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실험실로 변한 1층의 모습에 한 번, 시험 기간이 아님에도 꽤 많은 자리가 배정돼 있는 2층의 모습에 두 번 놀랐다. 3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학기 초의 좌석 수였다. 물론 당장의 자리 배정에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다가오는 시험 기간에 대한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필자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안 그래도 시험 기간에 사람 많은데 학기 초부터 이러면 시험 기간에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혹여 학교 측에서 실험실 이전에 따른 별관도서관 학습 공간 감소에 대한 대안으로 여분의 학습 공간을 마련해 두었는지 확인해 봤으나 찾을 수 없었다.
학기 중 별관도서관 2층 이용률의 급상승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기존 도서관 이용자 수의 적지 않은 파이를 차지하고 있던 1층이 실험실이 됨에 따라 1층에서 공부를 하는 인원들이 위에 있는 2층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생각의 흐름은 너무도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중앙도서관을 이용하면 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할 수 있으나 중앙도서관은 정규학기 기준 오후 9시에 폐쇄되므로 늦게까지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적절치 않다. 시험 기간에 중앙도서관보다 별관도서관에 학생들이 더 몰리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학교 측에서 꾸준히 낙후된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별관도서관의 경우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고 무엇보다 학교의 본질인 학업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실험실을 이용하는 학과의 학생으로서 실험실 존재 의의를 부정할 수는 없으나 학교 측에서 학습 공간 감소에 따른 대안이 수반됐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적어도 시험 기간만이라도 부족해진 학습 공간에 대해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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