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2~3주 이내에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겠다”고 경고했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리지 않는 곳에서도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6년째 내전 중인 미얀마가 그중 하나다. 미얀마 출신의 우리대학 유학생 띤자묘 씨(글로벌한국어문화학과·26)를 만나 현지 상황과 그가 겪은 경험을 전해 들었다.

▲ 우리대학 글로벌한국어문화학과에 재학 중인 띤자묘 씨
저녁 5시 이후엔 외출할 수 없었다
띤자묘 씨는 미얀마의 도시 몽야와 출신이다. 미얀마에서 만 15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입학 직후인 2021년 2월, 코로나-19와 쿠데타를 겪으며 휴학생이 됐다. 대학 수업이 중단된 2020년부터 한국어를 독학하기 시작했고, 2025년 9월 한국에 입국했다.
쿠데타 직후 군부는 야간 통행을 사실상 금지했다. 띤자묘 씨는 “저녁 5시가 넘으면 군인과 경찰이 돌아다니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시민을) 잡아갔고, 마음대로 나갈 수가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시위에 참여하면서도 초기에는 군과의 충돌을 피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군인들에게 간식도 주고, 대화도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폭력 사태는 빠르게 확산됐고 동네 학원 교사는 시위 도중 총격으로 사망했다. 시위에 참여했던 청소년 두 명이 군에 체포된 뒤 나무에 묶여 불에 태워지는 장면이 영상으로 유포됐다. 그 영상을 띤자묘 씨는 직접 봤다. 그는 “군인들이 웃고 있었다. 그때부터는 사람이 무서웠다”며 이후 한동안 외출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2025년 1월 발표한 연례 보고서를 보면, 쿠데타 이후 군부에 의해 사망한 민간인은 6,09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여성이 1,103명, 어린이가 695명이다. 2024년 한 해에만 최소 1,824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는데, 이는 이전 최고치였던 2023년 1,639명을 넘어선 수치다. 보고서는 공습과 포격이 주요 사망 원인이며, 2024년 공습으로 말미암은 민간인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약 2배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띤자묘 씨가 목격한 장면은 이 숫자 중 하나였다.

▲ 쿠데타 직후인 2021년 3월, 미얀마 시민들이 거리에서 저항의 손짓으로 군부에 반기를 들었다. (출처=연합뉴스)
6년째 이어지는 내전, 그리고 변심
미얀마는 버마족을 포함해 135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군부는 수십 년간 소수민족을 탄압해 왔으나, 버마족 출신인 띤자묘 씨는 쿠데타 전까지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는 “군부를 좋은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다른 민족들이 오래전부터 고통받아 왔다는 걸 몰랐다”고 전했다. 현재 시민방위대는 이들 소수민족 무장세력과 연대해 군부에 맞서고 있다. 전투 참여자는 10대에서 30대가 대다수이며, 여성 참여자도 상당수다. 띤자묘 씨의 사촌도 시민방위대에 합류한 지 3~4년이 됐다.
내전이 장기화되는 배경에는 내부 분열도 있다. 쿠데타 이후 구성된 임시정부에서도 초기에 시민을 대변하던 인사들이 이탈하거나 군부에 협력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띤자묘 씨가 한국어 학습에 활용하던 교육자도 최근 군부 행사에 참석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인물은 이후 공개 게시글을 통해 “군부가 민주주의를 제시한다면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는 견해를 밝혔다. 띤자묘 씨는 “존경하던 분이었기에 더 충격이었다”며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내전 종식 이후를 전망하기도 쉽지 않다. 공동의 적인 군부가 사라진 이후 민족 간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고, 이를 수습할 구심점도 불분명하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지도자였던 아웅산 수치 전 국가 고문은 쿠데타로 구금된 이후 현재까지 수감 중이다. 그는 “언제 끝날 것 같으냐는 질문을 들으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10년 후에 끝나 있을지도 감이 오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쟁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의 일상은 안전하다. 그러나 띤자묘 씨에게는 그 안전함이 때로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는 “나는 여기서 공부하고 있는데, 미얀마의 아이들과 청년들은 그런 상황에 있다는 사실이 힘들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띤자묘 씨는 미얀마 관련 국내 보도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군부는 외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양곤이나 네피도 지역은 의도적으로 공격하지 않는다. 그 지역 모습만 언론에 노출해서 실제 상황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부는 현재 통신 차을과 검문소 설치를 통해 구호물자 배분을 방해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약 2,000만 명이 인도적 지원이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띤자묘 씨는 현재 아동 교육 분야에 관심을 두고 진로를 모색 중이다. 그는 “내전을 겪으면서 어릴 때 어떤 교육을 받느냐가 나라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걸 느꼈다.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전했다. 띤자묘 씨는 마지막으로 한국 학우들에게 “갑작스럽게 이런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걸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다만 여러분에게는 이런 고통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윤서 수습기자
yschoi29@seoultec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