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가는 공릉동 속 상인들의 이야기
정혜원, 김용하 기자 승인 2026.04.12 16 712호





 공릉동은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익숙한 대학가이자 수많은 상인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삶의 터전이다. 누군가에겐 한 끼를 해결하는 식당이지만 누군가에겐 학창 시절의 추억과 위로가 머무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학가의 풍경은 예전과 같지 않다. 상권이 변하고 소비 방식이 달라지면서 어떤 가게는 문을 닫고, 어떤 가게는 오랜 전통을 새로운 손에 넘기며 다시 이어진다. 이번 기사에서는 16년 동안 학생들과 정을 나누다 폐업을 앞둔 치즈밥있슈와, 25년 전통의 식당을 이어받아 새출발을 택한 세 겹 먹는 날의 이야기를 통해 변해가는 공릉동 속에서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상인들의 시간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과기대 앞에서 16년 동안 치즈밥있슈 가게를 운영한 치즈밥 이모 장영숙입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A.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는 여자 형제가 없어서 ‘이모’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학생들이 가게에 와서 다 저를 ‘이모’라고 불러줬어요. 그때 정말 새로운 충격이었고, 너무 행복했어요. 그 말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Q.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술에 취한 학생을 병원에 데려다준 적도 있었어요. 어떤 학생은 나중에 와서 저를 보고 “이모는 제 생명의 은인”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또 11학번, 12학번 선배님들처럼 오래전 학생들이 아직도 연락을 주세요. 폐업 소식을 올리자마자 “이모 왜 그만두세요” 하면서 연락이 왔고, 직접 선물을 들고 찾아온 분들도 있었어요. 어떤 학생은 저를 거의 엄마처럼 생각했고, 주변에서 아들이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가깝게 지낸 친구도 있었어요.


 

 Q. 오랜 기간 가게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A. 결국 학생들이었어요. 학생들이 너무 예뻤거든요. 여러분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정말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 예쁜 학생들을 보는 게 너무 좋았고, 이제는 그 친구들을 못 본다는 게 가장 아쉬워요. 단 하루도 가게에 나오기 싫은 날이 없었어요. 주변 지인들도 제가 여기서 가게를 운영하는 걸 무척 부러워했어요. 와서 맛있게 먹어주고, 한 번도 크게 힘들게 한 손님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 16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Q. 폐업을 결정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가장 큰 이유는 상권 변화예요. 제가 처음 왔을 때는 맥도날드도, 마라탕집도, 맘스터치도, 써브웨이도, 라멘집도, 샐러드집도, 케밥집도 없었어요. 학교 안 식당도 지금처럼 강화되지 않았고요. 그런데 지금은 경쟁할 곳이 너무 많아졌어요. 저희 음식이 맛이 없어서 외면받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들 각자 맛있는 가게들이 생기면서 손님이 자연스럽게 나뉜 거죠. 대학가 식당은 점심과 저녁 시간에 확실히 장사가 돼야 유지가 가능한데, 예전처럼 줄을 서는 풍경은 사라졌어요. 대학가는 방학도 길어서 학기 중 장사가 더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그 흐름이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Q. 폐업을 결정하기까지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A. 많이 고민했어요. 여기서 보낸 16년이 너무 좋은 시간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식당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래 자리를 지켜야 하잖아요. 계속 그렇게 운영하기엔 쉽지 않겠다고 판단했어요. 마음은 두고 가는 거죠. 사실 저는 늘 사람들에게 돈보다도 예쁜 학생들을 보는 게 더 행복했다고 말해왔어요. 그래서 더 아쉽고, 또 더 고마워요.


 

 Q.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졸업한 선배님들이 다시 찾아와 “이모 덕분에 잘 컸다”, “서울에서 대학에 다닐 때 이모가 없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해줄 때예요. 어떤 학생은 학교 다닐 때 생활비가 너무 빠듯했는데 치즈밥이 저렴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나중에 취직하고 다시 와서 이야기해 주더라고요. 제가 학생을 키운 건 아닌데, 그런 말을 들으면 참 큰 보람을 느껴요.


 

 Q. 치즈밥은 사장님 인생에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으신가요?

 A. 65년 인생 중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주변 또래분들 중에는 우울하고 힘들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늘 즐거웠거든요. 여기 오는 학생들을 보며 웃는 건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었어요. 지나고 나면 아마 이 16년이 제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것 같아요. 치즈밥은 제 인생에서 가장 특별했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 너무 감사했고, 너무 행복했습니다. 딱 그 두 가지예요. 감사와 행복, 정말 그거밖에 없어요.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올해 1월부터 세 겹 먹는 날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김경민입니다. 서울과기대 신소재공학과 17학번입니다.


 

 Q. 세 겹 먹는 날을 인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저도 학생 때부터 자주 다니던 가게였어요. 1년 전부터 가게가 매물로 나와 있는 걸 계속 봤는데 권리금이 점점 낮아지는 걸 보면서 이대로면 가게가 팔리지 못한 채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입생 때부터 보아온 가게가 사라지는 건 아쉬워서 제가 이어받게 됐습니다.


 

 Q. 새 사장님이 되셨는데도 가게의 기존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A. 세 겹 먹는 날은 학생들에게 익숙한 공간이자 추억이 쌓인 장소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신입생 때부터 있던 가게들도 이제는 많이 사라졌거든요. 그래서 이 가게만큼은 없어지지 않았으면 했고, 제가 맡게 된다면 원래의 분위기와 방식을 최대한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도 거의 그대로 배우려고 했고, 지난해 12월부터 전 사장님께 계속 배웠어요. 개업 직전에는 주방 이모님께 소스 같은 것도 따로 배웠습니다.


 

 Q. 이전 사장님의 가게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부담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A. 부담은 분명 있었어요. 완전히 새로운 가게라면 손님들도 기대 없이 올 수 있지만, 여기는 25년 동안 이어진 가게잖아요. 손님으로서는 예전 사장님이 해주던 방식이 익숙할 수 있고, 저와 비교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 기대를 최대한 맞추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전 사장님처럼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라 그런 부분도 조금씩 배워가고 있어요.


 

 Q. 전 사장님에게 들은 조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나요?

 A. 최대한 친절하게 하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학생 손님이 많으니까, 학생들이 많이 오면 서비스도 주고 늘 친절하게 하라고 하셨어요. 그 부분은 지금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직접 고기를 구워주는 방식도 계속 이어가고 계시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A. 그건 전 사장님 때부터 이어져 온 방식이기도 해요. 손님들 앞에서 고기를 구워드리면 자연스럽게 짧은 대화도 하게 되고, 그런 시간이 가게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졸업 후에 다시 찾아오는 분들은 그런 방식 자체를 기억하고 오는 경우가 많아서 쉽게 바꾸고 싶지 않았어요.


 

 Q. 실제로 졸업 후 다시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은가요?

 A. 간혹 있어요. 졸업생들이 찾아와서 옛날얘기를 하기도 하고, 대부분은 전 사장님 어디 가셨냐고 먼저 물어보세요. 그만큼 이 가게 자체에 대한 기억이 있는 거겠죠. 저도 그런 모습을 볼 때 이 가게를 이어받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릉동에 살지 않아도 멀리서 몇 년 만에 찾아올 정도면 추억이 있는 장소라는 뜻이니까요.


 

 Q. 최근 인테리어도 일부 바꾸셨다고 들었습니다.

 A. 전체를 다 바꾼 건 아니고, 벽이랑 주방 정도만 손봤어요. 원래 벽에 전 사장님 성함이나 연락처 같은 게 적혀 있었는데, 제가 보기에는 조금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벽을 바꿨는데, 손님 중에는 그게 자기들 추억이었다고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완전히 새롭게 바꾸기보다는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은 남겨두려고 했습니다.


 

 Q. 식당 운영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개강 직후가 가장 힘들었어요. 제가 한가한 시간대에만 배워서 정말 바쁜 시간에 가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험이 부족했거든요. 특히 3월 3일 삼겹살 데이에는 손님이 가게를 꽉 채웠는데, 그때까지 설거지 아르바이트도 없어서 주방이 완전히 밀렸어요. 계란찜이랑 된장찌개가 제때 못 나가고 한참 뒤에 나간 적도 있었죠. 그 일을 겪고 나서야 바쁜 시간 흐름을 조금씩 익히게 됐습니다.


 

 Q. 앞으로 세 겹 먹는 날을 어떤 가게로 이어가고 싶으신가요?

 A. 이전 사장님도 25년 동안 이 가게를 해오셨듯이 저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오래 해보고 싶어요. 지금 신입생들에게는 예전 기억이 없겠지만, 이분들에게도 나중에 추억으로 남는 가게가 되면 좋겠어요. 그냥 밥을 먹는 곳이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에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저도 예전에 이 가게를 다니던 학생이었고 지금은 그 가게를 인수한 사람이 됐잖아요. 그래서 세 겹 먹는 날을 계속 이어가려고 합니다. 겉모습이 조금 바뀌었다고 해서 안 오기보다는 한 번쯤 다시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와서 드셔보시고, 예전처럼 또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셨으면 합니다.


 

정혜원 기자

hyewon5617@seoultech.ac.kr

김용하 기자

divine1251@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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