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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사라진 시대
노승환 ㅣ 기사 승인 2022-04-25 12  |  658호 ㅣ 조회수 : 55

  낭만이 사라진 시대



노승환(안전·17)



  낭만이 사라진 시대다. 자본주의와 기술의 발달에 따라 물질은 풍부해졌으나 과거에 비해 일상에서의 낭만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노래가 대표적인 예시인데, 과거 1970~80년대 노래 가사를 보면 시처럼 은유와 상징이 많이 포함돼 있었고 유재하나 김광석 같은 음유시인의 기질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차트 순위권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 편의 시 같은 노래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과열된 경쟁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여유를 잃었고 취업난과 각종 스펙 경쟁 속에서 청년들은 숨 쉴 틈이 없어졌다. 이런 각박한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효율과 실리, 흔히 말하는 가성비를 찾게 됐다. 이에 사람들은 점차 낭만을 배척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낭만은 누가 봐도 확연히 더 좋은 결과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더 멋있거나 감성을 자극한다는 등의 이유로 약간 손해보는 쪽을 선택하는 것으로 인식이 굳어졌다. 어떻게 보면 부정적인 쪽으로 굳어진 셈이다. 현실에서 해야 할 것을 미뤄두거나 포기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충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보고 낭만주의자라고 부를 정도다.



  18~19세기 계몽주의와 신고전주의에 반대해 나타난 낭만주의는 ‘로맨티시즘(Romanticism)’이라는 단어의 기원에서 알 수 있다. 비현실적인, 지나치게 환상적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으며 ▲이성 ▲합리 ▲절대적인 것에 대해 거부한 사조였다. 낭만주의의 첫 주자는 계몽주의 시대에 독일의 루소라고 불리던 헤르더이다. 헤르더는 ▲감정 ▲감성 ▲민족 역사를 강조했으며 그의 저서로는 『인류 역사의 철학적 고찰』이 있다. 낭만주의는 이후 ▲문학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낭만이란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를 말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가볍게는 ▲산책 ▲노래 듣기 ▲명상 등을 하는 것부터 ▲여행 ▲버킷리스트 실현 ▲꿈을 추구하는 것 모두 낭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풍경 좋은 카페에 가는 등의 가벼운 낭만은 삶에서 빠질 수 없다. 낭만이 없는 삶은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삶이 비참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면서까지 좇는 낭만은 다른 문제다. 현실을 외면한 낭만은 현실적으로는 아무 의미도 이득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실을 외면하면서까지 낭만을 좇는 낭만주의자는 왜 있는 걸까. 그건 낭만주의자의 감정과 열정으로 인해 비현실적인 가치가 생겨나고 현실적인 손해를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낭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낭만적인 장면을 보면 열광한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그 모습에 사람들은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각박한 현실에 치여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펴볼 여력조차 없는 사람들의 내면 한쪽에는 낭만을 좇고 싶은 열망이 있다는 것이다.



  기자 역시 낭만을 좇던 사람 중 하나였다. 20대 초반의 기자는 현실보다는 낭만을 추구했고, 해야 할 것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추구했다. 좀처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던 어리고 어리석던 시기에 많은 것에 도전했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올가미는 기자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시간이라는 올가미는 어느새 목을 조여왔고 현실이라는 거대한 벽은 눈앞까지 왔다. 어느새 고학년이 됐고 낭만을 추구하기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은 비단 기자뿐 아니라 다른 청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극소수의 낭만주의자만이 이상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건 말건 자신의 이상을 이뤄낸다. 힘들지만 결코 불가능한 길은 아니란 얘기다. 비록 기자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부딪혀 낭만을 일시적으로 포기했지만, 여력이 된다면 다시 낭만을 좇고 싶다. 실패보다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이 후회라고 했다. 낭만이 사라진 시대에서 낭만을 좇는 사람들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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