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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더 큰 진실에 접근할 수 있어야
장수연 ㅣ 기사 승인 2024-04-29 14  |  688호 ㅣ 조회수 : 103

장수연(산공·19)



 어두운 지하실 방 안에는 악취가 진동했다. 불을 켜고 나서야 방 한구석에서 쥐 사체가 썩어가고 있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언론 영화 <스포트라이트> 속 한 장면이다. 해당 장면은 언론의 역할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으로, 방을 밝혔던 빛의 존재는 곧 언론을 의미한다. 방 전체를 비추고 나니 구석에 감춰졌던 악취의 원인도 자연스레 조명되었다. 언론은 사건의 일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사건 전체를 조망해야 한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더 큰 ‘진실’에 접근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 언론은 지하실 방 안을 가득 비추는 조명이 되고 있는가? 사회 이면 한 구석을 탐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가? 뉴스 면을 가득 채우는 기사들은 사회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실들만 앞다퉈 다루고 있을 뿐이다. 또는 많은 이들이 혹할만한 자극적인 주제들을 ‘특종감’으로 보도하며 화제성 올리기에만 급급하거나, 주목을 이끌었던 사안에 관해 돌림노래처럼 똑같은 말들만 내뱉는다. 기시감이 들 정도로 매번 유사한 형태의 사건들이 반복되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선 비슷한 레퍼토리의 기사들만 반복된다.



 사건이 발생했던 배경이나 시스템 전체를 조망하려고 노력하기보단 해당 사건이 얼마나 자극적이었는지, 또 개개인들의 악행이나 피해 상황을 밝히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해자는 누구이며 피해자는 누구인가, 결과는 어떠했는지 따위의 이야기들. 사회 너머의 이면보단 겉으로 드러난 사안에만 집중하는 모습, 숲을 보기보단 나무에 집중하는 꼴이다.



결국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언론은 그저 여론 모으기에만 제 역할을 그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건강한 여론 형성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여전히 형체 없는 악취만 가득 메워지고 있는 어두운 방 안에서, 대중들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급기야 공공의 적을 만들어 버린다. 오늘날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데만 혈안이 되어버린 대중들의 모습이다. 진정으로 대적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 수많은 가해자 찾기에만 급급하다. 근본 문제로부터 파생된 것에 불과한 것들에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그리곤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된 것 마냥 ‘발굴해 낸’ 가해자에 대한 응징과 처벌 요구, 피해자에 대한 동정 호소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착각한다. 결국 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어날 뿐이다. 언론이 더 큰 진실에 도달하지 못하니, 사회엔 혼란이 가중되고 대중들도 길을 잃는다.



이러한 행태를 보면, 한국 언론은 사회의 한구석을 비추는 빛과 같은 존재라기 보단 시끄러운 확성기에 더 가까워 보인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만 들춰내고 목소리만 키워대는 것이다. 현재 한국 언론엔 사건 전체를 조명하기 위해 늘어지는 근성이 부족해 보인다.



알다시피 지난 4월 16일(화)은 세월호 10주기였다. 이날을 맞이하여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언론이 해야 하는 것은 상기시키는 것으로 그치면 안 된다. 어디선가 제2의 세월호 사건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해당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에 더 초점을 두어야 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진실들을 놓쳤는가. 대중들이 그러한 진실을 바로 볼 수 있도록, 그리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한국 언론이 사회의 길잡이인 가로등으로 거듭날 수 있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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