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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꾸고 누군가의 장점을 닮을 수 있는 방법
null ㅣ 기사 승인 2024-03-18 16  |  686호 ㅣ 조회수 : 141

 작년 민족 대명절 추석에 오랜만에 외할머니 댁에서 식구들이 모였다. 늘 그렇듯 나의 연애 여부에 대한 이야기 또한 등장했다. “이제 나이도 있는데 연애 안 하니? 그래도 대학생 때 연애 한 번 해봐야지~”, “연애도 많이 해봐야 좋은 배우자를 만난다” 등 어른들의 진심이 담겨있지만, 내겐 지겨운 말들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학교 생활이 바빠 연애를 하지 못하고 있다”, “CC(캠퍼스 커플)라도 했다가 헤어지면 학교 다니기 껄끄러워요”라고 이야기하며 원론적이지만 나름 근거 있는 말로 받아치곤 했다. 실제로 나는 복학 후 나름 다양한 활동을 하며 정신없는 1년을 보냈다. 학업 외에도 동아리 활동, 근로장학생 활동 등을 병행하며 학교 생활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바쁜 학교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연애를 하는 학우들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말로는 그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냈지만 마음속 한편에는 그들을 걱정하는 마음 또한 존재했다. 학업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지, 헤어지면 서로가 불편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당사자도 아닌 제삼자인 내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지레 겁을 먹고 걱정했다. 그러나 그들은 시험기간이 되면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어려운 것이 있으면 서로에게 질의하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란 듯이 예쁜 연애를 하고 있다. 돌아보면 당시에는 대학생활의 연애가 잠깐의 설렘에 서로가 갖고 있는 것들을 앗아갈 수도 있는 그런 이해타산적 행위라고 규정했던 것 같다. 연애에 대한 관념을 바꿔준 결정적인 계기는 당사자들의 ‘변화’였다. 연애를 하는 당사자들은 서로에게 잘 보이기 위해,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각자에게 어울리는 옷을 골라 입고 머리를 신경 쓰며 외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연애하면 잘생겨지고 예뻐진다’는 말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육안으로 그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과정은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연애가 불러오는 변화에는 외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다른 성향의 커플은 서로의 장점에 융화된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령, 소심한 사람은 대범한 사람을 만나 조금 더 담대해진다거나, 꼼꼼하지 못한 사람이 세심한 사람을 만나 조금 더 섬세해지는 등 바뀌기 어렵다는 성격이라는 것이 연애를 통해 서로에게 보이기 시작했다.



 상술한 이야기들이 모든 커플에게 통용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닐 것이다. 또한 어떤 커플이든 연애를 하면서 모든 순간이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로의 다름에서 기인한 여러 요인은 애정 전선에 적신호를 켜오며 그들 사이에 균열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결국 ‘헤어짐’이라는 결말을 가져오며 연애는 부질없다는 말이 오고 간다. 많은 커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헤어짐이라는 선택지 앞에 서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단연코 부질없지는 않을 것이다. 연애를 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좋은 변화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다음 연애를 위한 좋은 초석이 될 것이다. 굳이 연애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대방에게 잘 보이기 위해 외모를 가꾸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며 상대방의 스타일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짝사랑의 결말이 양방향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표시했을 때는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며 인정하는 것 또한 자신을 돌아보며 성장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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