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소개 l 공지사항 l PDF서비스 l 호별기사 l 로그인
스토킹, 언제쯤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나요
조유빈 ㅣ 기사 승인 2021-04-11 20  |  644호 ㅣ 조회수 : 69

스토킹, 언제쯤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나요



▲노원세모녀살인사건피의자김태현이4일오후서울도봉구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구속전피의자 심문을마친뒤호송차량으로향하고있다.목과왼손에는보호대를착용했다./출처:뉴시스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



  지난 3월 23일(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남성이 세 모녀를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인 A 씨의 친구가 “친구와 이틀째 연락이 안 된다”라며 신고하자, 출동한 경찰은 A 씨의 집 안에서 세 모녀의 시신을 발견했다. 피의자 김 씨는 A 씨의 집에 택배 기사로 가장해 들어가 홀로 있던 A 씨의 여동생을 살해 후, 나중에 귀가한 A 씨의 어머니 또한 살해했으며 그로부터 1시간 뒤 들어온 A 씨를 연달아 살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살해 이후부터 검거 직전까지 계속 A 씨의 집에 머물렀으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고 수차례 자해를 한 채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 씨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A 씨에게 만나 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A 씨가 들어주지 않자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 자백했다.



  한편, A 씨의 지인이 인터넷에 올린 글에 의하면 A 씨가 김 씨로부터 스토킹을 당했다는 정황이 있어 국민들의 공분이 거세지고 있다. 세 모녀가 살해된 이 사건의 배경에 스토킹 범죄가 있다는 것이다. 지인의 글에 따르면 김 씨는 A 씨가 거주지를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집 앞에 찾아와 억지로 대화했고, 번호를 바꿔가며 연락을 했다고 한다. 또한 A 씨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스토킹 피해 사실을 말한 것으로 드러나 김 씨의 스토킹 범죄 정황은 뚜렷하다. 결국 이 사건도 스토킹 범죄가 강력 범죄로 이어진 경우이다.



  이러한 스토킹-강력 범죄 사건에 대해선 이미 많은 지적이 제기돼왔다. 2018년에 KBS가 살인 사건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피해자가 여성인 사건의 약 30%는 스토킹 범죄에서 시작됐거나 스토킹 정황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이하 이 교수)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살인 관련 범죄의 1심 판결을 분석한 결과, 약 10%가 스토킹 범죄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스토킹은 단순히 넘어갈 수 없는 심각한 범죄이며 법에 따른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



스토킹 처벌법,

좀 더 일찍 이뤄졌다면…



  지난 3월 24일(수), 국회 본회의에서 스토킹 처벌법이 가결됐다. 1999년에 첫 발의된 후 22년 만에 법률안이 통과된 것이다. 그동안 스토킹은 독립 법률로 제정되지 않은 채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10만원 이하 벌금, 구료, 과료 등의 형식으로 처벌됐다. 스토킹을 사적 애정표현이나 구애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본 법률안이 통과됐음에도 많은 국민들은 ‘늑장 대응’이란 비판을 가하고 있다. 만약 스토킹 처벌법이 미리 제정됐더라면 ‘노원구 세 모녀 살해 사건’과 같은 스토킹-강력 범죄를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에서다. 이에 전문가들은 입법기관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 때문에 스토킹 처벌의 시급성을 체감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대부분 가해자인 남성은 피해자인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 여성이 거절할 수도 있는 존재라고 여기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 심리가 깔려 있다”라며 “내 말을 안 들으니 괴롭히고 죽이는 게 결국 목적이 된다”라고 스토킹에 관해 설명했다.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이하 권 교수)는 “스토킹 범죄의 상당수가 망상이나 성격 장애의 경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라며, “피해자의 거부 의사 표현과 태도를 오히려 자신과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착각한다”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상대방의 확고한 태도를 무시하고 자신의 의도대로 접촉을 시도하다가 결국 폭력을 행사한다”라며 “모든 스토킹 범죄의 발생 원인이 정신적인 문제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도한 집착을 표현하는 방식, 지속적인 괴롭힘을 통한 자존감 회복, 상대방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등의 이상 심리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우리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모든 범죄와 마찬가지로 스토킹 범죄에 있어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 제고이다. 연인 관계에서는 서로가 동등한 위치에 있음을 인지하고, 상대방을 본인의 소유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성 평등 교육을 증진해야 하며, 우리 사회 전체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기사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쓰기 I 통합정보시스템,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하여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확인
욕설,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01811] 서울시 노원구 공릉로 23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 최초발행일 1963.11.25 I 발행인: 김종호 I 편집장: 김선웅
Copyright (c) 2016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