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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과 싸우며 끝까지 목소리를 내다
류제형, 박수겸 ㅣ 기사 승인 2021-08-30 14  |  648호 ㅣ 조회수 : 624

▲7월 3일(토) 광화문 일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전염병과 싸우며 끝까지 목소리를 내다



올해의 광복절 집회



  7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으로 수도권의 거리두기 단계는 4단계로 격상됐고, 1인 이외의 집회 및 시위는 금지됐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 광복절 연휴 동안 단체로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광복절 연휴 기간, 서울에서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의 ‘문재인 대통령 탄핵 8·15 국민대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하 민주노총) 주최 ‘8·15 전국 노동자대회’와 약 400건이 넘는 집회가 신고됐다. 이에 경찰은 예정된 집회를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사유로 모두 금지 통고했다. 일부 단체들은 이러한 통고에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경찰은 서울시와 함께 불법 집회에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으로 집회를 해산하고, 막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경찰청은 광화문 일대와 한강 다리 등 도심 81곳에 임시검문소를 설치하고, 경찰 186개 부대와 각종 가용 장비를 동원해 도심 집결을 원천 차단했다. 또한 서울시청부터 광화문까지의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펜스와 가림막 역시 시위대의 집결을 원천 차단했다. 기자들이 직접 취재를 나선 8월 16일(월) 오후 2시경부터는 소수의 시위행렬과 1인 시위 등을 제외하고선 집회를 예고했던 서울역부터 광화문광장까지 규모 있는 집회의 행렬을 찾을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 8·15 국민대회’를 예고한 국민혁명당은 경찰 측이 시위를 불허한 가운데 8월 10일(화)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의 불법과 불의에 맞서 합법적 수단과 방법으로 국민의 저항권을 행사하겠다”라며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1,000만 국민 1인 걷기대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평화적인 걷기대회를 방해하는 경찰관·공무원 등 개개인에 대해서 형사고발과 국가배상 청구를 통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혁명당 측은 집회 명분으로 현 정권의 ‘사기 방역’을 꼽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동호 국민혁명당 사무총장은 “독감보다 낮은 사망률을 보이는 코로나-19 때문에 국민의 모든 활동을 정지시킨 것은 혹독한 조치”라며 “문재인 정권이 현재 코로나 계엄령을 유지하는 이유는 국민들의 눈과 입을 틀어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8·15 전국 노동자대회’와 ‘한미전쟁 연습 중단 1인 시위’를 예고했던 민주노총은 7월 3일(토) 8천여 명이 서울 도심에서 불법 기습집회를 벌였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집회를 예고했던 7월 14일(수) 전날인 7월 13일(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집회·시위법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러한 여파로 민주노총은 다소 작은 규모인 200여 명 규모로 ‘한미연합 전쟁연습 중단’ 등 구호가 적힌 헬륨 풍선을 들고 70m 간격으로 1인 시위를 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시위가 연례적인 행사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각 지역에서 1인 시위를 하기로 했다”라고 밝혔으나 경찰은 “간격을 띄우더라도 전국노동자대회는 다수라는 점이 전제돼있기 때문에 불법을 내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8월 16일(월) 광화문역 인근에 도심 내 집회를 금지하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코로나-19 시대의

다양한 집회



  2020년 2월 23일(일)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된 이래로 약 1년 6개월 동안 집회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지속돼왔다. 국내에서는 2020년 광복절에 보수 성향의 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강행해 많은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2020년에 시행된 광복절 집회는 문재인 대통령 퇴진 집회의 일부이며 서울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 측에서 주최한 집회다. 이 집회의 여파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해 정부의 방역 정책이 대폭 강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광복절 집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같은 해 5월에 발생한 이태원 클럽발 ‘GH그룹 바이러스’로, 방역 정책 강화의 원인을 온전히 광복절 집회로만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해외에서도 바이러스 확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회를 개최하려는 노력이 지속돼왔다. 2020년 6월 홍콩에서는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시행됐다. 홍콩보안법은 홍콩 국가보안법의 줄임말로,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처리해 2020년 7월 1일(수)부터 시행된 법안이다.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홍콩보안법은 중국이 2047년까지 홍콩에 보장해온 일국양제 원칙을 송두리째 부정한다는 지적을 받으며 홍콩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미국에서는 2020년 5월 25일(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조지 플로이드는 경찰에게 체포당하는 과정에서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건 당일에 결국 사망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전역에서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시작된 시위는 미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속된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과 더불어 경찰의 흑인 폭행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음에도 처벌을 받은 사례가 거의 없는 것이 원인이 되기도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회 구송원 간 갈등도 부추기는 셈이다.



  태국에서는 2020년 7월부터 10대~20대 젊은 시민들을 중심으로 반정부 집회가 전개됐다. 시위대는 ▲의회 해산 ▲군부 정권 퇴진 ▲왕실 개혁 등을 요구하며 태국에서 1932년부터 유지돼온 입헌군주제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동안 태국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발생해도 입헌군주제와 왕실은 비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2020년 이례적으로 입헌군주제와 왕실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태국에서는 2014년에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고, 2020년 2월 젊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야당이 태국 헌법재판소에 의해 강제 해산돼 반정부 여론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군부 정권 퇴진을 외치며 시작된 반정부 집회가 왕실 비판으로까지 확대된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태국 왕실 예산이 16% 증가한 것도 원인이 됐다. 반정부 집회에 대해 태국 정부는 5인 이상의 집회를 금지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으나, 시위대는 정부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독일에서는 2020년 8월 베를린 시민 3만여 명이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전개했다. 시위대 중 일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은 허구라는 음모론을 내세우며 팬데믹 선언 자체를 부정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마스크 착용 반대와 백신 접종 반대를 외쳤고,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방역 수칙 위반으로 경찰에 연행됐다. 같은 시기에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스위스 취리히에서도 정부의 방역 정책에 반대하며 일상 회복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개됐다.



전염병 확산 방지

vs 집회의 자유 보장



  전염병 확산으로 일상이 멈춘 상황에서는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방식 또한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원래 방식대로 목소리를 내다가 도리어 전염병 확산을 가속해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고 전염병 확산을 막는 것에만 급급하다가 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위협하기도 한다. 평화로운 상황이 아닌 특수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020년 3월 10일(화) 국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서 전국 18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종교 집회 및 행사의 한시적 금지에 대한 찬반 여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75.5%가 해당 방안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의 모든 ▲지역 ▲연령, ▲성별 ▲직업 ▲이념 등을 가리지 않고 모든 계층에서 찬성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 대다수가 특수한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집회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정당별로 해당 사안을 다르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8월 26일(수) 국회 복지위원회에서는 광복절 광화문 집회와 코로나-19 확산의 연관성을 놓고 여당과 야당이 갈등을 빚었다. 당시 강기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5일 정도이기 때문에 광복절 집회 직후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서정숙 의원 역시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만 급급하지 말고 왜 광화문 집회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지 국가 지도부 차원에서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권칠승 의원이 광복절 집회 이후에도 방역 관련 사안들이 정치적으로 쟁점화되고 있고 정쟁을 의도적으로 시도하는 세력이야말로 고의적인 방역 방해 원흉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강선우 의원은 사랑제일교회 관련 심각성과 엄중함을 인식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특정 세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냐며 미래통합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2020년 광복절 당시 전염병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집회를 제한하는 과정에서 확진자 실명이 공개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당시 서울 은평구청은 구청 블로그에 확진자 현황을 올리면서 확진자 2명에 대한 감염 경로를 ‘경기도(주옥순) 확진자 접촉’이라고 명시해 신상 표적 공개 논란이 일었다. 당시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다고 해도 은평구청의 조치는 잘못됐으며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이 코로나-19 검사에 더욱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과도한 집회 제한과 확진자 추적이 오히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가속하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강력한 단속만이

정답인가



  2020년 광복절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도 집회의 자유를 둘러싼 갈등은 끝나지 않고 있다. 올해 7월 3일(토)에는 민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8천여 명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를 강행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집회를 주도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서는 경찰의 구속 영장이 신청된 상태다. 1년 전 보수 성향의 단체가 벌인 행동을 올해 진보 성향의 단체가 그대로 따라 한 셈이다.



  민주노총은 7월 27일(화)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노동자와 민중의 목소리를 어떻게 들을지 교섭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감염의 위험이 비교적 적은 야외 집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멈추고 지금까지 밝혀진 확진자 감염 경로를 중심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세울 것을 요구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이후,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는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방역 정책에 의해 상당히 침해됐다. 집회시위법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양홍석 변호사는 정부의 방역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지하철이나 백화점, 병원 같은 대규모 시설은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 차는데 집회만 제한할 이유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제는 전염병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집회의 자유를 언제까지 제한할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허진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도 “정부가 7·3 전국노동자대회와 관련해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라고 지적했다.



  집회의 자유 제한 논란으로 많은 사람들의 속이 타들어 가는 상황 속에서 비대면 온라인 집회를 통해 성공적으로 원하는 목소리를 내는 사례 또한 존재한다. 올해 6월 19일(토)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어린이공원에서 지하철 8호선의 노선 연장을 촉구하는 온라인 집회가 개최됐다. 이 집회는 유튜브와 줌을 통해 생중계돼 약 3,000명에 달하는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했다. 특히 성남시와 광주시를 지역구로 둔 여러 정치인도 집회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집회의 자유는 물론 국민들의 일상생활이 더욱 힘들어진 상황에서 온라인 방식을 통한 비대면 집회가 충분히 일시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집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거리 밖으로 나와 다 같이 목소리를 내며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지켜내기 위한 훌륭한 수단이었다. 정부를 비롯해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방역과 자유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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