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다운 '대학문화'를 꿈꾸며
서울과기대신문 기자 승인 2016.12.26 13 579호

  대학 축제가 열리는 시즌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대학 축제에 어느 연예인이 오는지에 관심을 가진다. 대학들은 앞다투어 SNS에 초대가수 라인업을 올려 축제를 홍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공연에만 집중한 축제에서는 정작 축제의 주체가 돼야 할 대학생들이 소외받는 존재가 된다. 





  대학 축제는 처음부터 그저 공연장과 비슷한 모습으로 무대만 즐기는 행사였을까. 80년대 대학 축제는 동아리 전시, 체육대회 같은 행사들과 더불어 사회적인 불만을 표출해 낼 수 있었던 탈춤, 민속놀이, 마당극이 주를 이루었다. 단순히 행사를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었던 사회적, 정치적인 불만을 우리나라의 전통놀이 속에 담아낸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설 곳을 잃었고, 대학 축제는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무대와 행사들로 꾸며지기 시작했다. 



  현재의 대학 축제들은 연예인들의 축제의 장이라는 비난을 받는 동시에, 공연 외의 행사도 학생들이 주도하는 행사가 주점과 같은 쾌락적인 것에 그친다는 비난을 받는다. 대학 축제는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주민들도 함께 즐기는 행사임에도, 다양한 체험과 대학의 특색을 담아내는 행사 대신 주점이나 연예인 무대 정도만 즐길 수 있다. 이는 대학 축제가 열리는 밤에 캠퍼스를 둘러보기만 해도 쉽게 알 수 있다. 대학의 곳곳에서 야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단어가 적힌 포스터를 든 채 호객행위를 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 대학교는 연예인 이미지를 이용한 선정적인 포스터 때문에 법적 분쟁을 겪기도 했고, 범죄자의 이름을 차용해 주점 메뉴를 홍보한 한 대학도 대중들의 뭇매를 맞았다.



  한편, 대학 축제에서 주점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자 미성년자의 음주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우리대학에서도 미성년자 음주를 막기 위해 신분증 검사를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축제에서 실질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주민등록증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환경이 미성년자에게는 큰 유혹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대학 축제가 매년 연예인과 주점 등의 패턴을 유지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학생회 입장에서는 이러한 패턴으로 축제를 준비하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축제의 경우 학생회뿐만 아니라 학생회 외부에서 기획단을 모집하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수의 인원으로 수천명이 참여하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학생회와 함께 대학 축제를 준비하는 기획사가 축제를 유흥의 장으로만 여기고 있다는 것 역시 문제다. 오랫동안 대학 축제가 유흥을 즐기는 행사에 그치자, 축제 기획사의 주요 업무는 연예인 섭외, 야외 클럽 장비 대여 등에 한정됐다. 결국, 학생들이 색다른 행사를 기획하려 해도, 기획사가 제공하는 선택지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안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기획사의 도움 없이 학생들로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전문성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대학 문화를 잃어버린 것은 비단 대학 축제만이 아니다. 대학생과 가장 ‘가까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가에서도 대학생들은 소외받는 존재가 됐다. 그들이 진짜로 원하고 있는 문화공간이 아닌 거대 상권과 유흥업소가 대학가를 먹어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대학가는 단순히 대학 앞 길거리만을 의미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대학가 주변의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만큼, 그 대학의 특색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 곧 하나의 ‘대학 문화’로 발전해나간다. 따라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잘 조성된 대학가는 대학의 자랑거리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문화다운 문화를 누릴 수 있는 대학가가 많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우리대학 근처만 보더라도, 협동문에서 도보로 15분 이상 소요되는 중계 CGV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문화공간이 없다. 게다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문화를 생산할 수 있는 문화공간은 더더욱 없다. 정작 우리대학 상권 내에는 술집과 노래방 등의 유흥업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학생들의 문화생활 선택의 폭이 매우 좁은 편이다.



  그렇다면 우리대학 재학생들이 바라는 대학가 시설은 무엇일까. 이재현(식공·16) 씨는 “우리학교 주변에 24시간 운영하는 카페가 별로 없다”며 “자리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시험 기간에는 거의 이용하지 못해 아쉽다”며 술집보다는 24시간 카페를 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색 있는 대학가 문화가 상권에 흡수되는 경향은 ▲대학로 ▲홍익대학교 주변(이하 홍대) 등 유명 대학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들 지역은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돼 ‘대학가’라기보다는 하나의 거대 상권에 가까워졌다.



  대학로에는 1973년 세워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시작으로 여러 소극장이 생겨났다. 여기에 젊은 예술가들이 가세하면서 어느새 소극장 문화는 대학로의 특색이 됐다. 저렴한 가격에 높은 수준을 자랑하면서도 실험적인 형식을 가진 연극들을 상연하는 대학로 소극장은 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대학로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수록 대학로를 키워낸 존재인 소극장의 사정은 위태로워졌다. 극장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아버린 건물주들이 무분별하게 극장 수를 늘렸기 때문이다. 많아진 극장 탓에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극단들은 실험극이 아닌 대중적인 연극을 앞다퉈 올리는 ‘소모전’에 돌입하게 됐다. 그리고 그들의 싸움은 결국 그 누구의 승리로도 끝나지 않았다. 대학로 극단들이 대중적인 극을 상연하자, 대학로의 임대료는 점점 더 빠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결국, 값비싼 임대료를 이기지 못한 극장들은 문을 닫거나 상권 외곽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홍대 역시 과거에는 미술학원들이 주를 이뤘지만, 젊은 예술인들과 인디밴드가 터를 잡게 되면서 특색 있는 대학가가 됐다. 특히 홍익대학교 출신의 예술인들이 인디밴드와 힘을 합치거나, 홍대 근처에 작업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에 타 대학가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홍대는 예술공간이 아닌 거대 상업 지구이다. 이미 영세 자영업자들과 예술인들은 홍대 주변의 상수동, 합정동 등으로 거처를 옮겼고, 그 자리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다. 결국, 홍대 역시 문화를 향유할 수는 있지만 대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문화를 생산하지는 못하는 곳이 됐다.



  [관련기사 560호 ‘젠트리피케이션 〈문화 증발의 원인〉’]



  대학생이 주체가 돼 만드는 ‘대학 문화’가 점점 사라져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생과 문화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현재의 대학생들은 취업 경쟁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진리의 상아탑이 아닌 취업준비생 양성의 장이 돼버린 대학 속에서, 학생들은 학문에 매달리지 않고 ‘취업’에 매달린다. 그리고 그런 대학생들에게 ‘문화생활’은 뒷전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그들이 대학 문화를 만들어나가지 못하는 이유다. 기성문화에 대한 동조와 반발이 있어야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기성문화를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는 이들이 새로운 문화 생산의 주체가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문화생활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려났다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비용적인 문제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사이트 ‘알바몬’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평균 한 달 생활비는 40만 5천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78.8%를 ▲식비 ▲주거비 및 공과금 ▲교통비 및 통신비에 쓰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전체의 21.2%에 불과하다. 게다가 전체 생활비 중에서 문화생활에 쓰이는 비용은 4.5%도 채 되지 않았고, ‘생활비가 줄어든다면 가장 먼저 지출을 줄일 항목’에 대한 질문에는 15.9%가 영화·공연 관람 등의 문화생활 비용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대학생들은 적은 생활비 내에서 문화생활을 거의 즐기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생활비가 줄어든다면 문화생활을 포기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결국, 대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이 아주 나아지지 않는 이상 이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여유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는 대학생을 비롯한 국민의 문화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사업과 정책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의 효과는 미비한 편이다. 문화융성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문화가 있는 날’을 시행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이란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다양한 문화 혜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또한, 정부에서는 공연단체로부터 객석을 기증받아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저소득층 나눔 티켓’ 등의 문화생활 지원 사업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 따르면 20대 청년들의 69.1%는 정부의 문화생활 지원 정책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문화활동 할인 혜택을 이용하는 청년 중에서도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을 이용하는 이들은 전체의 4.3%에 그쳤다. 결국, 정부가 주도하는 문화생활 지원 사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학생의 문화생활 이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문화가 있는 날 ▲저소득층 나눔 티켓 등의 정부 지원 정책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도 정책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기는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12년 평균 여가시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의 66.1%의 평일 여가시간은 4시간에 미치지 못했다. 80.4%의 사람들이 휴일 여가시간을 4시간 이상 즐긴다고 응답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평일에 여유롭게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도 불구하고, 문화가 있는 날은 휴일이 아닌 평일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청년들은 문화가 있는 날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저소득층 나눔 티켓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10일(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곽상도 의원은 “2013년부터 올해 9월까지 나눔 티켓 사업으로 기부된 공연 티켓의 67%가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졌다”고 밝혔다. 게다가 사용된 티켓 33% 중에서도 92.5%가 서울·경기·인천에서 사용됐고, 그 외 도시에서의 이용률은 1% 미만에 머물렀다. 비수도권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기증되는 티켓이 없어서,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들은 티켓에 비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 적어서 이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1959년 세계 최초로 정부 내에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문화부’를 만든 이후, 강력한 문화 보호 정책을 펼쳐왔다. 이는 프랑스가 문화를 단순히 사회·경제의 부수적인 역할이 아닌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하나의 ‘자원’으로 파악했고, 따라서 자국의 문화가 타 문화에 먹혀버리지 않게끔 보호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프랑스와 유사한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청년 문화’, ‘대학 문화’가 기성 문화와 거대 자본에 먹혀버린다면, 대학생이 가지는 ‘정체성’ 역시 모호해질 것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그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젠트리피케이션 : 임대료가 싼 정체 지역이 활성화돼 상권이 형성됨으로써 원래의 지역 문화나 소상공인들이 지역 밖으로 내몰리는 현상



  문단비 기자    

  mun_3058@seoultech.ac.kr

  황예진 기자

  ghkd970909@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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