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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책 한권과 생각의 바다
장수연 ㅣ 기사 승인 2024-08-23 14  |  693호 ㅣ 조회수 : 112
지난 6월, 전쟁 같던 한 학기가 끝이 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다시 학교 부근으로 향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주한 움직임이 가득했던 정문 앞 사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하기만 했다. 모임 장소는 학교 앞 한 스터디카페로, 우리대학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독서 토론 활동 ‘북뿜뿜’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오늘 만나볼 팀의 이름은 ‘책 먹는 녀자들’. 책 한 권을 선정해 첫 번째 만남에서는 책의 내용과 감상평, 그리고 토론 주제 선정을 하고 두 번째 만남에서 본격적으로 토론을 나누는 것이 그들의 주요 활동이다. 오늘은 그 첫 번째 만남이었다.







북뿜뿜을 신청한 계기가 있나요?



이하영(이하 이): 저 같은 경우, 책을 평소엔 혼자만 읽었는데, 다 같이 똑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다 학교에서 같은 과 동기랑 모여서 이렇게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 지원하게 됐습니다.



장수진(이하 장): 저는 책을 항상 읽으려고는 하는데 어려운 책을 읽기는 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소설만 읽게 됐는데, 그게 아쉬워서 지식이 쌓이는 책을 함께 읽어보고자 지원하게 됐습니다.



심예빈(이하 심): 저는 저번에 북뿜뿜에 한 번 참여하고 이번이 두 번째 참여인데, 그때도 그렇고 항상 바빠서 책 읽기는 뒷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당시 참여했을 때 일단 다양한 책들을 접해볼 수 있었고, 또 책을 읽다 보면 항상 꽂히는 부분이 사람마다 되게 다르다고 느꼈어요. 저도 항상 제가 보는 것만 보게 되는 면이 있는데, 다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다양한 주제가 나오고, 새로운 게 나오니 책을 넘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다시 이렇게 함께 해보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어요.



오늘 토론할 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이: 오늘 토론할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EBS 다큐프라임 영상으로 제작돼 있던 것을 좀 더 자세하게 내용을 추가해 책으로 출판하게 된 거고요. 저희가 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경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자본주의를 우선 알면 좋을 것 같아 이 책을 선정하게 됐습니다.



책을 펼치자, 이씨의 책 앞면에는 빽빽하게 메모가 들어서 있었다. 책을 읽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무원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방식을 생각하며 쓴 내용이었다. 책에서 배운 지식을 바로 실생활에 활용할 줄 아는, 그야말로 모범적인 독서자의 태도였다.



원래 책을 많이 읽으세요?



이: 적지 않게 읽는 편이에요. 근데 여러 가지를 다 읽는 게 아니라 그냥 300권 정도…. 경제, 경영을 좀 많이 읽었어요. 이유는 대학생들이 모두 다 그렇겠지만 항상 풍족한 삶을 살지 못하잖아요. 제가 지금은 지역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데, 이전에 한 번 게스트 하우스 같은 곳에서 산 적이 있어요. 그때 돈 관리를 제대로 못했더니 정말 너무 힘들게 살았었거든요. 그래서 그때 ‘돈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관련 도서를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곧이어 각자 책을 읽고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들을 교류하기 시작했는데, 모두 진지한 분위기로 토론에 임했다. 어려운 경제 용어들이 난무했지만, 그들의 진솔하고 세세한 감상평에 어느새 기자는 읽지도 않았던 책의 내용에 심취할 수 있었다. 책의 초반 장에서 언급됐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시작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까지. 책 한 권, 책의 한 문장에서 이야기는 무수히 피어났다.



선정한 책은 다 직접 구매하는 건가요?



이: 아니요, 도서관에서 책을 지원해 줘요. 도서관에서 선정된 팀들마다 희망도서를 총 4권을 신청받고 그 책 4권을 다 제공해 줍니다.



향후 읽고 싶은 책이나 함께 토론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요?



이: 나중에 바뀔지 모르겠는데, 저희가 지금 자본주의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보니까, 여기서 언급되는 경제학자들의 원서를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담 스위스의 『국부론』이라든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이런 걸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오늘 책이랑 연관된 것으로는 『화폐 전쟁』이라는 책이 있거든요. 그것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심: 저는 환경 공학자로서 관련 책을 하나 저장해뒀는데, 아직 못 읽은 책이 하나 있거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라고, 홍수열 박사님의 책이에요. 저번에 여러 환경 활동을 참여하면서 홍수열 박사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 이렇게 생각해야하는구나’라고 느꼈어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실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경우나,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이 많잖아요. 박사님께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시는 것 같아서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오늘 토론 후기가 궁금해요.



이: 저는 책을 읽고 느끼고 배운 것들이 많은데,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옷이 생긴 느낌이에요. 그전까지는 그냥 혼자 생각하고 메모하는 걸로 끝났는데, 그걸 공유하고 그거에 관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돌아볼 수 있게 됐어요.



장: 저는 오늘 읽은 책 분야가 문외한인 분야인데, 그래서 이런 책을 읽어도 딱히 느끼는 바가 크지 않았거든요. 더 나아갈 수 있는 생각도 잘 안 들고, 그냥 딱 흡수하고 끝이었어요. 근데 친구들은 잘 아니까 이런 분야에 대해서 공유받고 더 배울 수 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심: 뭔가 이야기할 수 있는 시작을 열어준 거잖아요. 그리고 이게 평소 학교 생활하면서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고요. 물론 서로 그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 이야기하기 쉬울 텐데, 그게 대학 생활을 하면서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느껴요. 그래서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고 앞으로가 기대돼요.







향후 토론 외에 추진하고 싶은 활동이 있을까요?



이: 오늘 토론의 경우, 다큐프라임 영상을 참고할 수도 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관련해서 영화도 추천받았어요. 그래서 관련된 영화나 전시 등의 매체들을 함께 공유하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심: 오늘 이야기했던 책에 되게 많은 학자들이 나왔잖아요. 그래서 팀원 각자 학자 한 명씩 담당해서 대변인처럼 역할 토론을 진행해 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아까 이야기했던 행복이 무엇인지, 저는 아직도 그 부분에 대해서 살짝 고민하고 있어요. 행복이 과연 경제랑 완전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지 이야기하거나, 미래를 로드맵으로 그려본다거나…. 이런 식으로 해봐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게 책 추천해주세요.



이: 『시작의 기술』이라고 개리 비숍이라는 작가님이 쓴 건데, 완벽하려고 뭔가를 시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당장 행동하라는 내용이이에요.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쉽게 읽히고, 토닥토닥 위로하는 느낌이 아니라 말로 때려줄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저는 그 책을 읽고 생각만 했던 것을 해볼 수 있는 용기를 많이 얻었기 때문에 추천해보고 싶습니다.



장: 저는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이라는 책이요. 제가 되게 예민하고 불안감을 크게 느끼는 사람이에요. 어떤 자극이 왔을 때 그 자극에 의해 찌그러지고 다시 회복이 잘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제 기본적인 마인드 셋 자체가 ‘나는 회복할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생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후 정말 많이 변했어요.



또 마음 챙김이라는 게 나와요. 기본적으로 명상이랑 비슷한 건데, 제가 많이 했던 것의 예시를 들자면 어떤 부정적인 생각이나 나를 괴롭히는 생각이 떠오르면 하늘을 생각하는 거예요. 하늘의 구름을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같은 하늘에서 구름은 언젠간 지나가고 내 시야에서 없어지잖아요. 부정적인 생각이 그냥 하늘에 떠다니는, 아무것도 아닌 구름이라고 생각하고 언젠가 지나갈 거라고 이미지 연상을 하면 마음이 평화로워지더라고요. 책에서 과학적으로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줘서 저도 한 번 해보게 됐어요. 이 책을 읽은 이후로 자극에 대한 탄력성이 굉장히 강해졌고, 힘들 때마다 다시 꺼내 읽는 제 인생 책입니다.



심: 저는 저번 북뿜뿜 활동에서 읽게 된 『엔드 오브 타임』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책에서 물리학자가 우주의 시작과 끝을 이야기하면서 죽음과 탄생, 그리고 인간의 행동 등을 다루고 있어요. 여기서 ‘죽음은 인간의 행동을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 중 하나다’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그게 굉장히 인상 깊었거든요. ‘앞으로 1년 후에 당신이 죽고 다시 30일이 지난 후에 모든 인류가 사라진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그래서 ‘개인의 죽음과 인류의 종말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를 철학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죽음으로부터 우리가 굉장히 강력한 동기를 얻게 되고, 사실 사랑하고 있는 거라는 말을 중요하게 하고 있어요.



책 구절 한마디 한마디마다 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아서,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또 어려운 책이다 보니 같이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기도 하고요.

자기계발서를 통해서도 삶에 대해서 한 번 되돌아보고, 이걸 계기로 많은 것을 깨닫잖아요. 근데 저는 이 책도 하나의 자기계발서라고 느껴질 정도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생각할 거리가 정말 많아서 인생 도서로 추천하는 것 같아요.



나에게 책 읽기란?



이: 배울 수 있는 창구라고 생각해요. 제가 닿지 못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글자로 읽어서 배울 수 있는 행위. 이렇게 생각합니다.



심: 저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시간은 한정돼 있다 보니 경험해 볼 수 있는 것도 한정적이잖아요. 그런데 책을 통하면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접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해요. 특히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마다 글쓰기 스타일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걸 느껴요. 나한테 맞는 작가님이 있고, 잘 읽히는 책이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게 큰 것 같아요.



장: 저는 활자를 읽는 습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제가 복수 전공을 하고 있는데 거기는 컴퓨터를 계속 써요. 근데 친구들을 보면 뭔가를 질문할 때도 그렇고, 다 컴퓨터로 하잖아요. 또 요즘엔 챗GPT 같은 것들이 너무 잘 돼 있으니까, 글을 점점 안 읽게 되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런 것을 보면서 글 읽기 습관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책 읽는 게 지루할 때도 있지만, 활자 읽는 습관을 꾸준히 가져가자는 마음으로 책 읽기를 대하고 있습니다.





장수연 기자

jso878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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