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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원-달러 환율 1,500원 넘나… 경제·관광 위기 촉발
강문경, 최가예 ㅣ 기사 승인 2025-01-08 14  |  699호 ㅣ 조회수 : 61

 지난 12월 3일(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12월 27일(금) 기준 불과 3주 만에 80원이 넘게 치솟아 1,485원을 돌파했다.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동시에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밤 10시 25분경, 혼란스러운 한국의 정세를 감지한 외국 투자자들이 대량의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며 국내 주식 시장은 다음 날 급격한 하락세를 직면했다.

▲ 출처: 동아일보



비상계엄 여파에 동학 개미 무너지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투자자는 누구일까. 바로 동학 개미이다. 주식 시장에서는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을 ‘동학 개미’,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을 ‘서학 개미’라고 부른다. 올해 수익률을 보면 서학 개미는 국내 증시에 투자한 동학 개미에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는 비상계엄 선포가 불러온 정치적 불안이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혼란스러운 국내 정세와 세계 경제의 변화는 국내 증권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국내 주식은 삼성전자, 해외 주식은 테슬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해 약 30%가량 하락했으나, 테슬라는 약 84% 넘게 상승해 국내 투자자들과 해외 투자자들 간의 수익률 격차를 크게 벌렸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면서 올해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에 비해 뚜렷한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30.70%, 삼성SDI는 45.97%, LG화학은 49.30% 하락했다. 반면에 팔란티어 주가는 386.02%, 브로드컴은 119.47%, 최근 나스닥 100지수에 편입된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417.23% 상승했다.



혼란스러운 한국 정세, 빠져나가는 외국 투자자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되자마자 미국 언론사 CNN은 긴급 속보로 소식을 전했다. CNN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예고되지 않은 심야 TV 연설에서 한국의 주요 야당이 북한에 동조하고 반국가 활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전했다. 존 닐슨 라이트 케임브리지대 조교수는 “윤 대통령이 이런 일을 마음먹은 것이 기괴한 일”이며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월 5일(목)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이하 한 전 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국제 사회에서 현재 한국의 상황에 대해 굉장히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국제 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내 상황을 정확히 알리기 위해 힘쓰겠다고 입장을 표했다. 한 전 대표는 “외국 기업과 투자자의 걱정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바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는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되자 곧바로 비상계엄을 해제하며 국가를 평시 상태로 되돌려 놓은 점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의 선포와 6시간 만에 해제가 선언돼 외국 국가들은 한국의 정치 불확정성 탓에 민주주의 체제가 흔들린다고 판단해 경제적 투자를 조심스러워하는 상황이다. 불확실한 정치 상황은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는 동시에 환율을 상승시키는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 전문가들 ‘강달러 현상 심화 경고’



 지난 11월,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미 대선에서 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트럼프의 당선 소식만으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의 주요 경제 정책인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자국민 경기 부양이 미국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달러 강세를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과거 “달러가 너무 강하다”는 발언으로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으나 달러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며 강달러 체제를 유지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강달러 현상은 달러 가치가 외화 대비 높아져 미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약 달러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중심 산업에서 자국 제조업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취임 후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을 경고한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특히 (트럼프의) 관세 강화 발언이 나오면 환율은 급등할 것”이라며 “빠르게 정국 안정을 되찾고 대미 통상 정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1월 중 환율이 1,500원을 넘어갈 것 같다. 한국은 대미 무역 흑자가 높은 국가로 관세 강화 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돈 안 받아요” 태국 환전소, 원화 환전 거부



 이번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태국 일부 환전소에서 원화 환전을 거부했다는 인증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12월 5일(목)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와 더쿠 등에서 ‘태국의 (일부) 환전소에서 한국 돈 거부당함’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공유되며 화제를 모았다. 게시물 작성자 A씨는 태국 현지 환전소 내부에 걸린 안내문 사진을 업로드해 “(한국의) 비상계엄 상황을 타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 같다”고 전했다. 사진 속 안내문에는 영어로 “우리는 한국 내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일시적으로 원화를 받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실제로 해외여행 중 원화 환전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등장해 온라인상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태국 현지 환전소 안내문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국 방문 무서워요” 관광 산업 직격타



 국내 관광 산업의 피해도 상당하다. 원래라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어야 할 서울 명동 거리가 전년 대비 비교적 한산해진 모습이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여행을 취소하는 관광객이 늘어서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B씨는 “비상계엄 소식을 (한국에) 도착하기 전 주말에 들었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2017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며 당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약 23% 가깝게 감소했다. 이번 사태가 악화될 경우 각국 정부가 한국을 ‘여행 기피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미 영국은 이미 한국 여행 자제를 권고했고, 뉴질랜드는 여행 주의 단계를 상향 조치했다.



유학 준비생, 환율 변수 탓에 막막해



 해외 학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상황은 어떨까. 교환학생을 준비하던 우리대학 김다인(산정시·23) 학우(이하 김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씨는 올해 2학기 독일로 교환학생을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예상했던 준비금에 변화가 생겼다. “준비금이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환율 상승을 야기한 국가적 상황들이 불안정하다는 점이 더 크게 다가온다”며 부담감을 토로했다. 또한 환율 문제로 어학연수 계획(기간, 국가, 예산 등)을 수정해야 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 동안 타국에서 생활해야 하다 보니 환율과 국내외 정세가 어느 정도 안정된 후에 떠나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다”며 일정을 내년 1학기로 미룰까 고민 중인 상황으로 전했다. 김 씨는 “그때는 모든 상황이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이며 상황이 호전되길 바랐다.



 현재 김 씨의 상황은 어떤지 물었다. 김 씨는 교환학생 준비를 위해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며 파견이 연기될 경우 준비금을 더 마련하기 위해 일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 씨의 부모님 역시 환율 문제와 불안정한 국제 정세를 고려해 떠나는 시기를 늦추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김 씨는 “무슨 일이든 상황이 좋을 때와 안 좋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면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장 교환학생 계획이 무산되더라도 해외 학업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답하며 해외 학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환율 문제가 장기적으로 자신의 진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묻자 김 씨는 “해외에서 학업이나 커리어를 쌓는 과정이 조금은 고난스러워질 것 같다.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지길 바란다”고 답했다.



환율 급등, 위기 극복 위한 대책 절실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상계엄 이후 원화 가치 급락은 경제 주체 전반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단기적인 충격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경제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에서 2,000원대로 급등해 국가 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급격한 환율 상승은 원자재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다수의 기업이 도산했다. 외환위기 직후 1998년 실업률은 7.0%로 급등하며 노동시장이 크게 위축됐고, 소비자 물가는 7.5% 상승하며 국민의 생활 부담이 증가했다. 과거 경제 회복에 소요된 시간이 길었던 만큼 미리 체계적인 대책으로 대비해 유사한 결과를 방지해야 한다.



 현재 불안정한 국내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외환시장 유동성을 강화하고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는 대책이 필요하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한국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중앙은행과 300억 달러 규모의 스와프 협정 체결을 통해 안정적인 금융 환경을 조성했다. 스와프 협정 체결로써 외환시장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투자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또한 정부는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외화 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수출 채권 보증 한도를 확대해 환율 변동 부담 완화와 안정적인 수출입 거래를 도우며 국가 경제 안정성 유지에 이바지했다.



 해외 학업을 계획 중인 학생들에 대한 지원 강화도 필요하다. 환전 수수료와 환율 스프레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해외송금 수수료 우대, 환율 우대 혜택을 증가시켜야 한다. 저금리 학자금 대출 한도 확대나 상환 조건 유연화 등의 실질적인 지원 방안 마련도 요구된다.



 *보호무역주의: 모든 국가 수입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해 자국 산업의 경제 성장을 위해 국가가 국내 산업을 보호하며 무역을 통제하는 정책



강문경 기자 rivmun@seoultech.ac.kr

최가예 수습기자 rkdp1105@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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