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의 학생 식당은 혼자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며 자리를 잡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날씨와 상관없이 북적이던 잔디밭은 이제 그 밀도가 달라졌다. 코로나-19 이후 대학 캠퍼스 풍경은 조용히 바뀌었다.
최근 청년 사회에서는 타인과의 관계를 스스로 줄이거나 끊는 청년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3년 공개한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활동이 줄어든 고립 청년은 54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 34만 명에서 크게 늘었다. 전체 청년 인구의 약 5%에 달하는 수치다. 그중에는 스스로 타인과의 관계를 끊는 ‘자발적 고립’을 선택한 청년도 포함돼 있다.

▲ 사람들과 거리를 둔 고립된 청년(출처=디지털 투데이)
흔들리는 캠퍼스 공동체, ‘가성비 관계’의 시대
스스로 새로운 대인관계를 피하고 혼자 있기를 택하는 자발적 고립 현상은 어떻게 심화됐을까. 자발적 고립을 선택한 재학생 A씨는 “선배와의 밥약이나 동아리 활동이 어느 순간 소모적인 행동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서도 할 일이 많다 보니 친구가 많지 않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본지가 재학생 1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평소 동아리·학생회·학교 행사 등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입니까?’라고 묻자, 64%인 67명이 ‘그렇다’, 36%인 37명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절반 가까운 학생이 학교 공동체 활동에서 거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참여한다고 답한 학생들의 이유는 대체로 뚜렷했다. “등록금과 학생회비를 모두 냈기에 아까워서라도 참여하게 됐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사람들과 관계 맺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관계 자체를 즐기는 경우도 있었지만, 정보 획득이나 친목 유지처럼 뚜렷한 목적이 있을 때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들의 응답은 “가봤자 딱히 얻는 게 없고, 맞추기식 감정 소모와 시간 낭비에 대한 후회가 심해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해 내는 것 자체가 하나의 노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답했다. 또, “고학번이 될수록 학업과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 등이 우선순위를 차지하면서 친목 활동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렸다”, “고학번이 되며 학교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다”와 같은 답을 했다.
이처럼 감정 소모, 귀찮음 등의 이유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이익이나 목적이 일치할 때만 관계를 유지하고, 그렇지 않으면 교류를 줄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남긴 대인관계 결핍
그렇다면 최근 들어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자주 언급되는 원인은 코로나-19다. 2020년 봄, 갑작스럽게 닫힌 캠퍼스는 오랫동안 멈춰 있었다. 강의는 영상으로 대체됐고, 학생들은 집에서 수업을 들었다. 선배를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채 졸업을 앞두게 된 학생도 적지 않다.
2021년 대학교에 입학한 재학생 A씨는 “신입생 때 코로나-19로 대학 활동에 큰 제한이 있었고, 동기들과 친해질 기회도 얻지 못했다”며, “복학 이후 새로 친구를 만들기가 어렵다. 나이도 있고 할 일도 많으니 그냥 혼자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대학의 분위기를 바꿔놓은 것이다.
본지가 진행한 설문에서 ‘코로나-19가 자발적 고립 현상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4%인 77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요인으로는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졌다”, “대면 활동과 관계의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됐다”,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이 어색하고 부담스러워졌다” 등의 답이 이어졌다.
특히 코로나-19가 단순한 외출 제한에 그치지 않고, 관계를 맺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는 의견이 많았다. “코로나 때 고립된 게 처음엔 힘들었는데, 몇 년 후엔 오히려 혼자가 편하고 누굴 만나기가 귀찮아지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응답은 이를 잘 드러낸다.
코로나-19 시기를 중고등학교에서 보낸 학생들의 응답도 눈에 띄었다. “중학생이라는 사회화 시기에 집에 있으면서 사회성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것 같다”, “중·고등학교 때 코로나를 겪었냐, 겪지 않았냐로 학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말은, 청년들의 고립 현상이 대학 입학 이전부터 시작됐음을 시사한다.
이에 우리대학 박경옥 학생상담센터 팀장은 “대인관계를 만드는 사회적 기술은 단순히 친구를 사귀는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관찰하며 학습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만약 중학교 시절에 코로나-19로 인해 공백을 겪었다면, 그 나이에 배워야 할 사회성이 결여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그 학습의 기회가 줄어든 세대가 사람을 대하는 것 자체를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집에 머물며 사람과의 만남이 줄어든 경험이 결국 자발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엇갈리는 시선, “자발적 고립 해결해야 하는가”
청년들의 자발적 고립을 둘러싼 시각은 여러 가지로 나뉜다. 고립을 선택한 배경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관계를 줄인 경우는 자발적 고립으로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나 경제적 부담처럼 외부 환경이 개인을 고립으로 밀어 넣은 경우는 온전히 ‘자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해결이 필요한 문제인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고립을 통해 자기 계발에 집중할 수 있고, 개인의 선택을 강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청년 고립이 방치될 경우 상호작용으로 유지되는 사회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있다.
고립 현상이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를 묻는 말에 박 팀장은 “인터넷과 SNS의 활성화로 사람과 직접 만나지 않아도 업무나 일상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고립이 지속되더라도 사회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고립으로 인해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는 경우라면 도움을 받아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탓만은 아니다”, 상담센터가 짚은 고립의 구조
박 팀장은 자발적 고립이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등장한 현상은 아니라고 봤다. “자발적 고립이라고 볼 수 있는 현상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존재했다”며 “최근 모든 현상에 이름을 붙이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자발적 고립’이라는 표현이 주목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립과 관련한 상담을 신청한 학생 수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성과 중심의 분위기를 원인으로 꼽았다. “청년들이 스펙과 경험을 쌓는 데만 집중하고, 그 외의 관계에는 소홀해지는 문화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추가로 박 팀장은 “코로나-19 이후로 요구하는 과제의 퀄리티가 높아진 것도 영향이 있다. 당시 학생들은 밖을 나가지 못해 과제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과제의 퀄리티가 높아졌다”며 “교수들이 요구하는 과제의 퀄리티는 높아졌고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써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대인관계에 쏟을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제2학생회관 3층에 위치한 학생상담센터
자발적 고립, 복잡한 사회적 문제로
청년들의 자발적 고립 현상은 단일한 원인이나 해법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고립을 선택한 배경이 사람마다 다른 만큼, 이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규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다만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경제적 부담, 관계에서 쌓인 피로감, 코로나-19가 남긴 공백처럼 외부 환경에 떠밀려 고립을 택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박 팀장은 고립을 선택한 청년의 자발성 여부와 관계없이, 고립 속에서 외로움이나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이라면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려볼 것을 권했다. 박 팀장은 “개인 상담뿐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며, “상담센터를 몰라서 못 오거나, 큰 계기가 있어야만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대학 학생상담센터는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교내 거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4월부터는 ‘오늘, 커피 한 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진행 중인 다른 프로그램은 서울과기대 학생상담센터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준석 기자
hng458@seoultech.ac.kr
홍준표 수습기자
jasonalice06@seoultec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