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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사면,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다
류제형 ㅣ 기사 승인 2022-01-10 14  |  654호 ㅣ 조회수 : 603

특별사면,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다



  수감 생활을

  마무리하다



  정부가 2021년 12월 24일(금) 국무회의에서 2022년 신년 특별사면을 통해 박근혜 前 대통령(이하 박 前 대통령)을 사면 및 복권하기로 의결했다. 박 前 대통령은 2017년 국정 농단 사건으로 탄핵 뒤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받고 2039년에 만기 출소할 예정이었다. 박 前 대통령은 2018년 11월 말에 있었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개입 사건으로 먼저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후, 국정 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장기간 수감 생활로 건강이 악화된 박 前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금)에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약 4년 9개월 만에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사면이 결정됐다. 박 前 대통령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사면 절차를 진행해 12월 31일(금) 자정에 공식적으로 석방됐다. 다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박탈은 그대로 유지하며 대통령경호처에 의해 경호만 유지되는 상태다. 이번 특별사면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특별사면으로서, 생계형 수감자와 선거사범 등 총 3,094명이 특별사면 및 복권 처리됐다.



  2017년에 만기 출소한 한명숙 前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하 한명숙 前 의원)도 복권 처리되면서 2027년까지 박탈 예정이었던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한명숙 前 의원은 9억원 규모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한명숙 前 의원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초대 여성부 장관을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 시절에 환경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맡은 바 있다.



  이석기 前 통합진보당 의원(이하 이석기 前 의원)도 2023년 5월 만기 출소를 앞두고 같은 날 오전 10시에 가석방됐다. 이석기 前 의원은 내란선동 혐의로 2015년에 대법원에서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고 복역해왔다. 이석기 前 의원의 내란선동 혐의는 북한의 대남 혁명론에 동조해 국가 체제를 전복하는 혁명조직을 결성하고 전쟁 발발 시 기간 시설을 파괴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모의한 혐의가 인정됐다.



▲ 역대 대통령 특별사면 건수                                                                              출처: 법무부



  이명박 前 대통령의

  운명은?



  2022년 신년 특별사면 대상에 이명박 前 대통령(이하 이 前 대통령)은 포함되지 않았다. 두 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 여부가 엇갈린 배경은 무엇일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번 특별사면 발표 직후에 이 前 대통령 특별사면 제외에 대해 사안이 다르다고 언급했다. 이 前 대통령은 2020년에 250억원 규모 횡령과 90억원 규모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前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한 후 장기간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를 실소유하며 비자금을 조성했고, 대통령 당선 후에도 삼성에서 수십억원대의 소송비를 대납받았다. 권력을 악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긴 개인적 비리 성격이 강하다.



  이 前 대통령과 박 前 대통령은 중대한 규모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박 前 대통령은 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는 점은 확인됐으나, 자신의 이익을 취득했다는 점이 법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두 전직 대통령의 범죄 양상이 달라 특별사면 여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많다.



  또한 수감 기간이 특별사면 여부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이 前 대통령은 2018년 3월 처음 구속된 이래로, 재판 과정에서 보석과 구속집행정지로 두 차례 풀려난 바 있다. 따라서 실질적인 복역 기간은 이제 2년이 조금 넘은 상황이다. 4년 9개월 가까이 복역한 박 前 대통령과 수감 기간의 차이가 크다. 특히 전두환 前 대통령과 노태우 前 대통령도 2년이 조금 지나서 특별사면됐던 것을 감안하면 박 前 대통령은 늦게 풀려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前 대통령의 측근들은 12월 24일(금) 입장문을 발표하며 박 前 대통령과 이 前 대통령의 특별사면 여부가 엇갈리는 것에 대해 특별사면을 보수 진영에 대한 정치 보복의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前 대통령도 문재인 정권에서 사면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직접 밝혔다. 이처럼 이 前 대통령의 운명은 지금도 좀처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前 대통령

  사면 논란



▲ 세월호 참사 관련 시민단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반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노컷뉴스



  2022년 신년 특별사면에 대해 진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고 뜨거운 반응이 나타났다. 특히 시민들 사이에서 박 前 대통령의 출소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사회 전반에 많은 후폭풍을 낳고 있다. 12월 27일(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를 비롯한 1,005개의 시민사회단체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이하 문 정부)가 촛불시민을 배신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 강지은 씨(이하 강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하 문 대통령)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강 씨는 “유가족 편에 서서 끝까지 진상규명 하겠다고 약속하고 단식도 같이하셨던 분이다”라고 말하며 “그런 사람이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前 정부의 수장이었던 사람을 일방적으로 사면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업체 서던포스트는 CBS의 의뢰로 12월 24일(금)부터 25일(토)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무선 100%)를 실시해 26일(일) 발표했다. 그 결과 박 前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해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59.8%(매우 잘한 결정 16.6%, 잘한 결정 43.2%)에 달했다.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 비율은 34.8%(매우 잘못된 결정 15.5%, 잘못된 결정 19.3%)였고, ‘모름/무응답’은 5.3%로 나타났다.



  20대(18세~29세)에서는 ‘잘한 결정’(27.3%)보다 ‘잘못된 결정’(64.2%)이라는 응답이 높았다. 30대에서도 ‘잘한 결정’(44.8%)보다 ‘잘못된 결정’(50.8%) 답변이 많았다. 반면 ▲40대(59.0%, 34.9%) ▲50대(66.7%, 27.9%) ▲60대 이상(82.9%, 13.8%) 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박 前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긍정적으로 봤다.



  이번 특별사면은 양측 대선 캠프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특별사면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이하 이 후보)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이하 윤 후보)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지자들이 문 대통령의 결단에 강하게 반발하는 만큼 더불어민주당에 일차적으로 부담을 지울 수 있으나, 박 前 대통령의 사면은 궁극적으로 국민의힘의 문제라는 분석이다. 특히 윤 후보 본인이 ‘국정 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박 前 대통령을 수사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정권 교체의 공로로 검찰총장에 올랐던 만큼 ‘원죄론’이 부각될 수 있고 야권 분열 심화의 우려도 있다.



  윤 후보는 박 前 대통령의 사면 이후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건강회복을 기원했다. 이 후보 역시 “국민 통합 과제를 위해 필요하면 어쩔 수 없는 경우”라고 말하며 문 정부의 결정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 후보는 박 前 대통령의 사면 여부를 미리 알지는 못했다며 책임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외에 한명숙 前 의원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박 前 대통령의 사면 카드를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적지 않다. 진중권 前 동양대 교수는 “탄핵으로 등장한 촛불 정권에서 탄핵당한 대통령을 사면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라며 “선거판을 슬쩍 흔들겠다는 의도가 보인다”라고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사면 제도,

  확실하게 짚고 가자



  정치 뉴스에서는 특별사면을 줄인 단어인 ‘특사’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한다. 신년 특사, 광복절 특사 등이 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특별사면은 일반사면과 대비되며, 특정의 기결수에 대해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대통령의 조치다. 미결수에는 해당하지 않는 제도로, 형의 선고를 받은 기결수에 대해서만 법무부 장관의 요청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별사면은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것만이 원칙이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형의 선고 효력 자체를 상실시킬 수 있다. 특별사면은 정변(政變)이 발생했을 때 정치범 구제를 목적으로 옛날부터 행해져 왔고,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기쁨을 나누기 위해 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흉악범의 무분별한 사면이 예시가 될 수 있다.



  일반사면은 대통령의 사법권에 대한 고유 권한이다. 소송법상의 절차에 의하지 않고 기결수의 형 선고 효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소멸시키거나, 형의 선고를 받지 않는 미결수에 대해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사면이다. 특별사면과 달리, 특정의 범죄인을 규정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행해지는 형태다. 대통령령으로 죄의 종류를 미리 정해 실행하며, 국무회의를 거친 후 국회의 동의를 얻어 일반사면을 개시한다.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만 거치는 특별사면과 차이가 있다. 또한 일반사면은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지만, 특별사면은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는 그대로 두고 선고 효력만 소멸시킨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특별사면의

  역사와 부작용



  우리나라의 최초 특별사면은 1948년 9월 29일(수) 이승만 대통령의 정부 수립 기념 사면이다. 당시 일반 범죄자 6,796명을 사면했고, ▲사면 ▲감형 ▲복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1948년 8월 30일(월)에 법률 2호로 사면법이 제정되며 첫 사면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이후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박정희 정부 25번 ▲전두환 정부 18번 ▲노태우 정부 7번 ▲김영삼 정부 9번 ▲김대중 정부 8번 ▲노무현 정부 8번 ▲이명박 정부 7번 ▲박근혜 정부 3번 ▲문재인 정부에서 5번의 특별사면이 이뤄졌다.



  국내 주요 특별사면 사례로 1997년 12월 20일(토)에 김영삼 정부의 12·12사태와 5·18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책임자에 대한 특별사면이 있었으며, 전두환 前 대통령과 노태우 前 대통령도 특별사면의 대상이 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로 ▲2018년 신년 특별사면 ▲2019년 3·1절 100주년 특사 ▲2020년 신년 특사가 이뤄졌다.



  특별사면은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사법부의 결정을 대통령이 단독으로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행정부가 사법부를 정당하게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각종 논란 속에서도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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