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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인들은 매운 음식을 잘 먹을까
노승환 ㅣ 기사 승인 2022-09-08 15  |  662호 ㅣ 조회수 : 3639

 왜 한국인들은 매운 음식을 잘 먹을까



 우리나라 음식을 떠올릴 때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매운맛이다. 많은 한국인들은 매운맛을 좋아하고, 어려서부터 김치와 같은 매운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어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은 어찌 보면 한국인들에겐 당연한 일이 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매운 음식을 좋아하게 됐을까? 우리나라 매운 음식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편의점 진열대에 전시된 불닭볶음면 시리즈



 매운맛이란?



 매운맛은 온점, 냉점과 통점에 위치한 감각 수용기가 전달하는 열감과 고통을 말한다. 촉각의 일종으로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의 다섯 가지 미각과는 달리 ‘매운맛’이라는 맛은 실재하지 않는다. 다만 매운맛을 느끼게 하는 ▲고추 ▲마늘 ▲박하 등 식재료의 성분이 다른 맛과 향미를 같이 가지고 있어 이것이 복합적으로 느껴진 결과 매운맛이라는 맛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생리학적으로는 캡사이신 수용체인 TRPV1, TRPA1이 캡사이신과 반응하여 느껴지는 열감에 의한 통증으로 규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매운 음식은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 원래 우리 전통 음식은 맵지 않았다고 한다. 김치 역시 소금에만 절여 색도 흰색이었고 맛도 담백했다. 그러다 매운맛을 내는 고추가 조선 중기에 들어오며 음식이 매워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해방 이후 산업화 시대에 접어들며 본격적으로 매운 음식이 등장했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는 낚지볶음과 떡볶이가 있다. 이후 2012년 삼양식품에서 ‘불닭볶음면’이 출시되며 매운 음식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져 갔고 현재도 매운 음식의 인기는 식지 않은 상태다.



 한국인들이

 매운맛을 찾는 이유



 매운맛은 맛의 종류가 아니라 고통인 통각에 속한다. 구강의 점막을 자극하는 아픈 감각을 느끼면서도 왜 매운맛을 끊지 못하는 것일까. 매운 음식을 먹으면 뇌가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서 엔도르핀이나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을 분비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매운맛에 중독된 사람들은 이러한 기분 때문에 끊기 어렵다고 한다. 또한 매운맛을 한번 맛보면 뇌가 그것을 기억하고 처음에는 덜 매운 음식을 먹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더 강도가 센 매운맛을 즐기게 된 경우도 존재한다.



 경제 침체 등 사회 분위기가 저하되는 경우도 한몫한다. 저하된 사회 분위기는 사람들이 자극적이고 매운맛을 원하게 만들게 된다. 본래 남미가 원산지인 고추가 전 세계로 퍼져가는 과정을 살펴봤을 때 사회 변화가 심하고 스트레스가 심한 지역에서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고추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봤을 때 이러한 해석은 일리가 있다. 실제로 90년대 말 경제 위기를 시작으로 침체가 시작되며 매운맛은 더 강해졌고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자리 잡았다. 요즘 매운 음식은 청양고추 매운맛보다도 더 매운 정도인데, 이는 사회가 발전하고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질수록 음식의 매운맛도 강해지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사람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자 매운맛 식품의 수요는 엄청나게 늘어났다. CJ대한통운이 2020년에 발간한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 ‘일상생활 리포트 플러스’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2020년 3월과 8월에 ▲떡볶이 ▲불닭발 ▲불족발 ▲불냉면 ▲마라 등 매운 식품 택배 물량은 2019년과 비교해 각각 168.4%, 40.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매운 음식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인은 매운맛을 즐긴다는 자신감을 부추기는 광고와 마케팅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며 한국인의 입맛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됐다. 또한 매운 음식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광고 역시 한국인들이 매운 음식을 찾게 했다.



 콘텐츠가 된 매운맛



 단순히 맛있게 매운 음식의 출시에 그치지 않고 매운맛을 맛으로 즐기는 걸 넘어선 음식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음식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은 못 먹을 만큼의 맵기를 자랑하고 있는데, 매운맛을 버티고 즐기는 것을 일종의 모험 혹은 도전의 개념으로 받아들인 MZ세대에게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원칩 챌린지’다. 무려 스코빌 지수가 220만에 달하는 원칩은 매운맛으로 유명한 불닭볶음면의 스코빌 지수가 4,400이라는 것을 봤을 때 얼마나 매운지 짐작할 수 있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엄청나게 매운 음식을 도전하는 것은 흔한 콘텐츠가 됐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도전 영상을 올리면 관련 제품 매출이 많이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매운 것을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롭다. 특히나 너무 매운 음식은 장염 등을 유발할 수 있으니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적당한 맵기의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뭐든지 과유불급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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