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년 만에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을 단행한 카카오가 이용자 반발에 부딪히며 엿새 만에 수정안을 내놓았다.
▲ 카카오톡 개편 후 친구탭과 지금탭 (출처=카카오)
카카오는 지난 9월 23일(화) ‘이프(if) 카카오’ 행사에서 카카오톡을 SNS형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친구 목록은 ‘친구 탭’으로 전환해 프로필 사진과 게시물을 목록형에서 격자형 피드로 변경하고, 하단에는 숏폼 콘텐츠를 제공하는 ‘지금’ 탭을 신설했다. 이 외에도 ▲채팅방 폴더 ▲읽지 않은 채팅 모아보기 ▲24시간 내 메시지 수정 ▲보이스톡 통화 녹음 및 요약 등 메신저 기능을 강화했다. 올해 안으로는 ▲챗GPT 연동 ▲AI 비서 카나나(숏폼 콘텐츠 생성, 통화 내용 요약, 일정 관리, 검색)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메신저 앱의 본질이 사라졌다”는 반발과 함께 이용자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카카오톡의 평균 평점은 업데이트 직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3.7점이었으나 9일 만에 1점으로 떨어졌다. 주가 역시 개편 발표 전날 대비 사흘 만에 6.17% 하락하면서 시가총액 3조 4,055억원이 증발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카카오는 엿새 만인 29일(월) “친구 탭의 첫 화면을 목록형으로 되돌리고, 피드형 게시물은 상단 메뉴를 통해 선택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해당 개선안을 올해 4분기 내 적용할 계획이다.
전문가·이용자 “카톡 본질 흔들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핵심이 ‘국민 메신저’로서의 카카오톡의 정체성이 흔들린 데 있다고 봤다. 유은 시각디자인전공 교수는 “메신저 앱은 빠른 소통을, SNS는 콘텐츠 소비와 체류 시간 증대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두 기능이 공존하면 사용자는 앱의 목적에 혼란을 느낄 수 있다”며 “전화번호부 기반의 카카오톡 친구 관계는 원치 않는 지인의 프로필 콘텐츠가 강제로 노출될 수 있어 사생활 침해와 피로감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목록형 구조를 이미지 중심 피드로 바꾸면 연락 효율이 떨어지고, 광고 삽입으로 사용경험이 저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지적은 실제 이용자들의 반응과도 맞닿아 있다. 이슬비 씨(문화예술·22) 는 “보고 싶지 않은 사진까지 크게 보여 부담스럽다”며 “실수로 전 직장 상사의 프로필에 ‘좋아요’를 누른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이용자들도 “내 프로필 사진들이 다른 사람 화면에 노출되는 것이 싫다”, “숏폼은 다른 SNS에서 보고 싶다”, “광고가 너무 많아졌다” 등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성장 둔화로 인한 돌파구 찾기
이번 대규모 개편은 카카오톡이 직면한 정체된 성장과 광고 중심 수익 구조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로 자리하며 월간활성자수(MAU)* 1위를 유지해 왔지만, 2023년 12월 그 자리를 유튜브에 내줬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사이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은 2021년 8월 790분에서 2025년 8월 674분으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틱톡과 인스타그램은 각각 1,000분을 넘어서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Z세대의 탈(脫)카톡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젊은 이용자들은 카카오톡을 업무나 공적 연락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사적인 대화는 ▲인스타그램 DM ▲디스코드 ▲텔레그램 등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이희경 경영학전공 교수(이하 이 교수)는 “카카오톡은 무료 메신저를 통해 사용자 기반을 선점한 뒤, 체류시간과 상호작용을 광고와 커머스로 연결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며 “광고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메신저 본연의 기능만으로는 체류시간을 늘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SNS형 피드와 AI 기능을 결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은 과제, 국민 메신저의 신뢰 회복
카카오톡의 이번 개편은 ‘국민 메신저’라는 이름이 혁신의 무기가 될 수도, 족쇄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 교수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업데이트일수록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주고, 혁신가 및 조기수용자 중심의 긍정적 경험을 확산시키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 교수는 “이번 사례가 핵심 기능의 본질과 오랜 시간 형성된 이용자의 습관, 기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홍민택 카카오 CPO는 9월 29일(월) 카카오 임직원 대상 사내 공지를 통해 “업데이트 후 이용자 불편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앱 다운로드 수, 트래픽과 같은 지표는 유지되고 있다”며 “숫자와 무관하게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게재했다. 카카오톡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수익성과 이용자 경험 만족을 충족시키는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월간활성자수(MAU): 30일 동안 앱 사용자 수
황아영 기자
ayoung6120@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