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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과, 낮선 길 위에서 나를 만나다
이소미, 최가예 ㅣ 기사 승인 2025-07-15 20  |  705호 ㅣ 조회수 : 20



 전과는 누군가에겐 또 다른 도전이고 누군가에겐 스스로를 다시 마주하는 과정이다. 확신이 서지 않는 길 위에서 망설이면서도 더 나은 방향을 향해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는 이들. 이번 호에서는 우리대학 건축학전공에서 영어영문학과로 전과하며 스스로의 진로를 새롭게 설계해가고 있는 박서연 학우(영문·21)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그는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천천히 다가가고자 했다. 전공과 진로를 둘러싼 현실적인 고민부터 전과 이후의 변화와 성장까지 그 솔직한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본다.





▲ 우리대학 영어영문학과 21학번 박서연 학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영어영문학과 21학번 박서연입니다. 3학년 때 건축학전공에서 영어영문학과(이하 영문과)로 전과했고 문예창작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있습니다. 공학계열의 직군보다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구체적으로는 기자를 꿈꾸며 되면서 어문 계열인 영문과로 전과를 결정했습니다.


 

Q. 건축학전공에 진학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나요?

A. 취업이 잘 된다는 인식과 부모님 의견에 따라 이과 진학을 생각했어요. 그래서 과학 중점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막상 깊이 들어가 보니 과학이 제게 잘 맞는 분야는 아니더라고요. 그렇다고 다른 계열로 과감히 바꿔보겠다는 생각은 못 했습니다.

결국 대학도 이과로 가겠다고 마음 먹었고, 그중 예술에 흥미가 있었던 저로서 건축학과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건축학과에 가면 재미있게 무언가를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Q. 건축학과에서 학업을 이어가며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A. 예술적인 건축물들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그래서 창의적이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작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실제 설계에서는 공간의 구조적 안정성이나 실용성 같은 현실적인 요소들이 훨씬 우선시되더라고요. 결정적으로는 신입생 때 들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과제로 받은 글의 주제가 “건축은 예술이 아니다”였어요. 저는 건축을 ‘예술’이라 믿고 입학했던 사람인데 그 글을 마주하면서 내가 너무 이상적인 환상만 품고 전공을 선택한 게 아닌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어요. 단순히 공부가 어려웠다기 보다는 이 길을 계속 가는 것이 나한테 맞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점점 커졌던 것 같아요.


 

Q. 전과를 결심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나 계기가 있었다면요?

A. 건축 설계 보다는 건축 관련된 글을 쓰는 것이 저한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예 문과로 전향하는 김에 다른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편입 준비를 결심하게 됐죠. 결과적으로 편입은 잘되지 않았지만, 그 1년 동안의 준비 과정이 제게는 정말 큰 전환점이 됐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와 왜 그걸 하고 싶은지에 대해 스스로 진지하게 질문하게 되는 시간이었거든요. 이 과정에서 기자라는 새로운 진로도 진지하게 꿈꾸기 시작했어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은지, 어떤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고 싶은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됐죠.


 

Q. 영문과로 전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기자를 준비하기 위해 어문 계열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대학에는 어문 계열이 영문과밖에 없더라고요. 영어 자체도 실용적이고 널리 활용될 수 있는 전공이라 생각해서 일단 영문과로 전과를 결정했어요. 돌이켜보면 큰 고민 없이 결정한 거라 좀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Q. 문예창작학과 복수전공은 전과 당시부터 고려하셨던 건가요?

A. 문예창작학과 복수전공은 입학했을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 제 글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잡히기도 했고 갑자기 복수전공을 하거나 전과를 하는 것은 너무 큰 도전 같았어요. 그래서 먼저 부전공을 신청해서 수업을 들어보니 재밌고 적성에도 잘 맞는 것 같아서 복수전공으로 이어가게 됐습니다.


 

Q. 전과 절차나 준비 과정은 어땠나요? 특별히 신경 쓸 부분이 있었을까요?

A. 절차 자체는 어렵지 않았어요. 전과 신청 기간 내에 행정실에 전과 사유 등을 기재하는 서류를 작성해 신청하면 됩니다. 그러면 전과 신청한 학과 사무실에서 전화로 학점과 같은 요건을 알고 있는지 확인하고 처리가 돼요. 영문과의 경우는 어렵지 않게 전과가 된 것 같아요. 다른 과들은 면접이나 포트폴리오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다만 이전에 들었던 건축학과 수업들이 전공학점이 아닌 교양학점으로 인정된다는 점이 힘들었어요. 제가 3학년 때 영어영문학과로 전과를 했기 때문에 새로 채워야 할 전공 학점이 많아서 3학년부터는 거의 매 학기 학점을 꽉 채워 수업을 들었습니다.


 

Q. 전과를 준비하거나 결정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요?

A. 사실 전과를 꼼꼼히 준비했던 건 아니었고 절차도 간단했기에 준비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습니다. 다만 전과 이후 “후회하지 않냐”는 질문도 꽤 들었고, 특히 요즘처럼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땐 문득 내가 너무 무턱대고 바꿔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런데 결국 이렇게라도 제 길을 찾아오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 문과를 선택했으면 조금 더 원활하게 진로를 이어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됐다면 이과 공부를 하면서 배울 수 있었던 것들을 생각하면 후회는 없는 것 같아요. 그때 배운 것들을 글에 활용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Q. 지원하실 때 “인문사회대학도 더 성장했으면 한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그런 바람을 갖게 되었나요?

A. “과기대인데 영어영문학과도 있어요.”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만큼 공학 계열의 학과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국립종합대학교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균형 있게 성장하긴 어렵다는 생각도 들어요. 공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 인문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전공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커리큘럼 측면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저는 영문과의 번역 수업이 재밌었는데 심화 수업이 없더라고요. 마찬가지로 문학도 시, 희곡, 소설 등 장르가 많잖아요. 그런데 그냥 한 수업 안에서 시와 소설, 희곡을 모두 다루는 식이에요. 그래서 인문사회대학도 다양한 방향으로 커리큘럼이 좀 더 세분화되고 깊게 뻗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Q. 지금의 전공 선택이 앞으로의 삶에서 어떤 방향성을 만들어줬다고 느끼시나요?

A. (전과) 이전에는 자격증을 따고 건축 설계 사무소에 들어가는 게 당연한 진로라고 생각했어요. 안정적인 직업을 목표로 삼고 있었고, 그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믿었죠.하지만 지금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은지를 스스로 더 깊이 고민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직업이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더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Q. 전과 후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저는 원래 스스로를 소극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뭔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성격이 아니라고 느꼈었는데, 전과 이후 대외활동이나 영자신문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해봤어요.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저를 오래 지켜본 친구들이 “너는 행동력이 참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얘기해주더라고요. 그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어요. 저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건축학전공에 있었을 때는 시간이 부족해서 못했을 일들을 전과 후에는 많이 할 수 있었던 것도 커요. 앞서 말한 대외활동이나 영화, 페스티벌, 책, 여행 등 다양한 경험들이 결과적으로 저를 더 잘 알게 해주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전공 관련 경력이나 경험을 쌓아야 한다’와 같은 강박 때문에 했다기보다는 제 흥미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아요.


 

Q. 지금의 전공 선택이 앞으로의 삶에서 어떤 방향성을 만들어줬다고 느끼시나요?

A. 전과 이후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사회적인 약자나 소수자들의 삶에 대해 제가 너무 모르고 살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것들의 가치를 더 높게 보게 된 것 같아요. ‘나 혼자만 잘 되는 것보다 세상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그런 가치를 조금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고 느껴요.

전과 서류 접수하고 나서 ‘아, 내 인생이 많이 비틀어졌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선택의 주체는 저이기 때문에 전과가 저에게는 맞는 방향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Q. 마지막으로 전과를 고민 중인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가끔 에브리타임(대학생 SNS 커뮤니티) 문예창작학과 게시판을 보면 “저 이과인데 전과해도 괜찮을까요?”, “잘 맞을 수 있을까요?” 이런 고민 글들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오세요! 저도 잘 하고 있어요”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등 관심이 조금이나마 있던 편이라 쉽게 말하긴 어렵지만 제 주변에도 건축학과에서 경영학전공으로, 스포츠과학과에서 영문과로 전과한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그리고 다들 잘 적응해서 지내고 있습니다.

정말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걸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물론 어떤 사람은 일이 힘들어도 참고 하다 보면 적응된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잘 맞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저는 완전히 후자예요. 안 맞는 걸 붙잡고 있으면 스트레스도 크고, 결국 더 늦게 바꾸게 된 것을 후회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이라도 전과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 길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전공을 바꿨고 결과적으로는 저한테 좋은 선택이었다고 느껴요. 물론 전과를 하라고 단정 지어 말하긴 어렵지만 부전공이나 청강을 해본다든지, 그 과에 아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본다든지 여러 방식으로 탐색해본 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가진 역량이나 관심과 맞닿아 있다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분들이 잘 해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소미 기자

somi226628@seoultech.ac.kr



최가예 기자

rkdp1105@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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