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우정 기자 (안전·22)
지난 9월 4일(목) 조지아주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가 일어났다. 해당 건설 현장은 바이든 대통령 시절부터 약 5년간 공사가 진행돼 온 현장이었고, 구금 사태 발생 시기 즈음엔 이미 공사가 모두 완료된 상태였다. 현장은 마지막으로 공장의 시운전 단계를 거치는 중이었다. 일반 건물에서도 시운전은 굉장히 중요한데, 건물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설비가 복잡해질수록 시운전의 기간은 점점 더 길어진다. 그만큼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라 당시 현장에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관리 감독자와 엔지니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순간에 미국의 순찰대에게 체포당했다.
왜 하필 그때였을까? 앞서 말했듯이 해당 공사는 바이든 대통령 임기부터 지금까지 5년간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최근에 와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체류자 단속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 사태의 시기를 봤을 땐 ‘의도적’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 해당 공사는 약 10조원가량의 프로젝트였으며 공사 기간으로 단순 나누기를 했을 때 1년간 2조원의 공사비를 예상할 수 있다. 공사비가 연간 2조원이 들어가는 현장을 상상해 보라. 아마 몇천, 몇만 명의 근로자들이 투입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인원을 한국인 근로자들로 채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기에, 미국 현지의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한국인 감리 및 엔지니어 인원을 몇백 명 투입 시켰을 것이다. 이후 공사가 모두 종료되고 일용직 근로자들이 필요 없는 시운전 단계서 구금 사태 기준 현장에 있었던 총인원은 475명, 그중 한국인은 317명이었다. 미국 순찰대는 현장의 인원이 대부분 한국인으로 구성돼 있을 시기에 급습하여 우리나라 근로자들을 체포했다.
그렇다면 체포의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에 와선 해당 구금 사태가 역풍이 불며 조지아에서 한국 기업이 돌아오길 희망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구금 사태만 놓고 관련 상황을 해석했을 때 이는 하나의 ‘압박’으로 볼 수 있다. 해당 사태가 발생한 지 4일 만인 9월 8일(수)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한 일은 정당한 일이다”, “필요한 기술 인력은 합법적으로 빠르게 들어오게 할 것이다. 그 대가로 미국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훈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즉 미국은 기술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도 미국 내에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기술력을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많은 한국 제조업 기업을 미국 현지로 불러들이고 있다. 당시에는 한국 기업의 관세 탈피에 초점이 맞춰줘 있었고,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상호 이익의 관계를 맞추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 사태의 흐름을 보았을 때 미국이 그동안 수입을 통해 들여오던 반도체와 같은 상품들을 ‘내수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전까지 미국은 세계대전 이후 WTO 등을 만들면서 해상 무역의 질서를 확립했다. 강력한 패권 국가였지만 미국 시장을 열어주고, 자신들의 해군기지를 여러 곳에 설치하면서 자유 무역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힘을 썼다. 이는 냉전 시기에 소련과의 이념 전쟁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실시했던 방법이었다. 이후 소련이 붕괴하고 여러 사회주의 국가들이 미국의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이 만들어 놓은 세계 무역 질서에 참여한 중국은 세계적인 금융 입지를 내세우게 됐다. 급부상한 중국은 여러 기술들을 흡수하며 결국 현재 미국과 패권 다툼을 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즉 그동안 미국은 기회의 장을 열어주며 세계의 평화를 유지해 왔지만 이내 한계에 봉착했고 새로운 돌파구인 내수화를 진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수화는 다르게 말하면 ‘고립주의’를 뜻한다. 고립주의는 다른 세계의 정세에 관여하지 않는 태도를 말한다. 우연인지 미국의 경제가 가장 부흥했던 시기는 1920년대 미국이 고립주의를 고수하던 시기이다. 그리고 트럼프의 선거 당시 슬로건은 “Make America Great Again”이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를 가진 해당 슬로건은 앞으로 미국이 걸어갈 행보를 그대로 보여준다.고립주의로의 첫 발걸음으로 해군을 철수해 해상 무역을 해적으로부터 노출해 중국의 압도적 경제 성장을 막을 것이고, 첨단 기술의 내수화를 통해 자급자족 국가의 형태를 만들 것이다. 즉 미국이 완전히 셔터를 내리는 그 순간 세계는 ‘무법지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조지아 사태는 그 미래의 한 단계로서 작동했을 수 있다.
이렇게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 나가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선 지금부터라도 자국의 기술 유출을 막는 데 힘을 써야 하고 조지아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나라의 입장을 충분히 내세울 수 있는 입지를 다져야 할 것이다. 그동안 패권 국가로부터 지켜져 왔던 평화를 이젠 우리가 직접 사수해 나가야 할 시기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