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은 갈 길이 먼 진짜 ‘배달의 민족’
선릉역 배달
오토바이 사고,
우리 사회의 실태
8월 26일(목)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교차로에서 40대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가 23톤 화물차 앞으로 끼어들어 신호를 기다리다 화물차에 치여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화물차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신호가 바뀌어 출발했는데, 운전석 위치가 높아 사고 당시 앞에 있던 오토바이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현재 선릉역 배달 오토바이 사망 사고 원인에 대해 많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손님에게 빠르게 음식을 가져다주고자 하는 플랫폼 사 간의 속도 경쟁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업주, 플랫폼, 고객 모두가 속도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프랜차이즈들은 빠른 배달을 서비스의 퀄리티로 책정한다. 이에 배달원들은 속도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고, 당연히 교통 사고의 위험성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또한 배달 라이더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고, 배달 라이더가 다른 알바 및 직업보다 비교적 큰 수입을 낼 수 있다는 소식에 배달 업종으로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이에 여러 배달 라이더 사이에서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한 주행, 난폭운전 등 과열 경쟁이 사고 발생률을 증가시키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이 집계한 최근 5년간 이륜차 사고 횟수를 보면 2016년 1만3076건이던 사고 건수는 지난해 1만8280건으로 39.8% 증가했다. 사망자와 부상자 수는 지난해 각각 439건과 2만3673건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배달 라이더만 따로 집계한 것은 아니지만, 이륜차 사고 급증이 늘어난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배달 라이더 증가를 꼽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선릉역 배달 오토바이 사고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배달원의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오히려 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새 일상이 된 배달
배달 애플리케이션 개발 이전까지 배달음식 영업은 중국음식점이나 치킨집 등 골목상권에 국한됐으며 홀 영업과 함께 이어져 왔다. 홍보는 전단과 배달 책자로 이뤄졌고, 주문은 전화로 받았으며 배달 영업을 하는 가게는 가게의 규모에 따라 배달직원을 고용해 영업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하고 익숙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음식 조리를 제외한 이 모든 일을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대신하게 됐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은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장점을 내세워 시장을 장악했다. 따라서 기존 배달 영업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했다. 배달의민족과 같은 업체는 주문, 홍보, 결제와 같이 기존 음식점의 부담을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체했고, 가장 중요한 배달의 문제를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운영하게 됐다. 여기서 동원된 외부 인력이 바로 ‘배민커넥트 라이더’다.
배민커넥트 등장
우리는 흔히 ‘배달원’을 떠올린다면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다고만 보기 어렵다. 배달의 민족 측은 주문량이 폭증해 기존 오토바이 배달 플랫폼인 ‘배민라이더스’의 배달원만으로는 배달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자전거 ▲전기자전거 ▲자동차로도 배달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플랫폼 ‘배민커넥트’를 시장에 내놓게 됐다.
배민커넥트는 2019년 7월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등장 당시에는 복잡한 가입과정과 오프라인 사전교육, 계약서 작성, 물품 대여 그리고 결정적으로 선정해둔 시간과 지역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부업으로서의 메리트가 낮아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인지도도 낮았다. 퇴근 시간 이후 간단히 부업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캐치프레이즈와는 실상이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민커넥트는 2020년 코로나-19 유행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최초로 100명대로 올라선 것이다. 이에 대응해 배민커넥터 운영 측은 복잡한 가입과정 중 하나였던 오프라인 안전교육과 기존의 오프라인 장비 대여 등을 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코로나-19 유행으로 외출 심리 저하, 영업 제한 등의 조치로 인해 배달 수요가 폭증하면서 더 많은 배달원을 확보해야만 했다.
이에 따라 배민커넥트는 가입부터 교육까지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던 절차를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보증금 지불 후 대여할 수 있었던 키트(헬멧, 가방, 우비)는 개인 소품으로 대체하거나, 배민커넥트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변경했다. 아울러 기존 1시간의 안전교육을 30분으로 줄이는 등 접근성을 높이는 데 노력했다. 또한, 프로모션 진행과 공격적인 홍보로 대중들에게 다가갔다. 폭발한 배달 수요를 배민커넥트를 통한 배달원 통해 안정적으로 대처하면서 2019년 약 8.8조원에 머물렀던 연간 거래액이 2020년 약 15.7조로 전년 대비 78.4% 증가했다.
기자의 배달 체험기
기자는 무더위 속 배달원이 겪는 고충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배민커넥터가 돼봤다. 배민커넥터가 되기 위해 우선 배민커넥트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 회원가입 후, 일련의 과정을 거친 뒤 온라인 안전교육과 시험까지 이수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심사를 기다리며 평소 관심 있었던 자전거로 해보기로 마음먹었고, 중고 장터에서 자전거도 구매했다. 헬멧과 배달 가방 또한 중고 장터에서 마련했다.
말복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더웠던 8월 말, 심사가 통과됐고 정식으로 배민커넥터가 됐다. 그날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2시 30분 기자는 첫 배달에 나섰다. 집 주변 카페에서 매우 가까운 곳으로의 배달 요청이었는데 요청을 수락한 직후 기자는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첫째로 카페의 모든 메뉴가 배달 가능하다는 것, 둘째로 사람들이 비싼 배달 수수료를 감안하면서까지 엎어지면 코 닿을 가까운 거리의 음식을 배달시킨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자는 배달음식을 선호하지 않고 배달시키더라도 항상 먹던 것을 시켜 애초에 카페의 메뉴가 배달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또한 배달 픽업지부터 전달지까지 거리가 200m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는 느린 도보로도 왕복 5분의 거리다. 다소 의아했으나 의문을 가지며 픽업지를 향해 빠르게 페달을 밟았고, 뙤약볕 아래 언덕을 오르며 마스크 안은 습기로 가득 찼으며 등과 이마에선 땀이 쏟아지고 있었다. 고객이 시킨 음식을 픽업하고 가면서 가까운 거리라도 배달을 시킨 고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생각한 것보다 쉽게 첫 배달을 마치고 3,500원의 수익을 거뒀다. 그 이후 여느 커넥터들처럼 가리지 않고 배달을 하다 보니 공릉역에서 어느새 화랑대역 주변까지 갔다. 기자는 이날 10건의 배달을 완료해 4만 원의 수익을 3시간 반 동안 얻었다.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학교 근처 동네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고 운동 효과도 있었다. 서울 시내는 자전거도로가 잘 돼 있고 특히 공릉동 일대에는 철길 등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시설이 잘 구비돼있어 기자가 체험하면서 힘든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 다만 골목길에서 서행해 보행자와 사고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기자가 직접 배민커넥트를 체험해봤다.
우리의 삶을
연결해주는 배달
코로나-19로 일상화된 언택트, 비대면 시대는 인간에게 많은 변화를 안겨주고 있다. 특히나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느낄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배달 문화가 아닐까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배달은 흔한 것이 됐으며, 배달원은 많아졌다. 길가에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사람을 보는 것이 일상이 된 세상이다. 지난 9월 1일(수) 양경숙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배달원 취업자 수는 39만명으로 전년 동기(34만9000명) 대비 11.8% 증가했다. 이는 2013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다 기록이며, 배달원 40만명 시대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른 ‘집콕’과 함께 증가한 배달 수요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시대가 바뀌며 배달원이 많아지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편리하고 쉽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가 됐다. 이런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덥고 비오는 날씨에도 아침부터 새벽까지 배달하는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력이 있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배달원들에게는 어떠한 사회로 변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선릉역 배달 오토바이 사고, 그리고 최근 또 일어난 금천구 독산동에서 발생한 오토바이 사고가 남긴 것들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연달아 발생한 배달 오토바이 사고와 사람이 사망한 상황에서 고인의 추모가 먼저인 사회가 아니라, 날선 목소리로 배달원들의 위험한 운전 습관에 대한 혐오가 먼저인 사회가 됐다는 것이다. 앞의 두 사건 모두 배달원들이 교통법규를 위반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많은 배달원들이 교통 법규를 어기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게 잘못된 부분이고 고쳐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회 구성원이고, 같은 사람이며, 누군가의 사랑하는 가족일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적어도 고인의 죽음 앞에 선을 넘는 비난과 욕을 먼저 하기 전에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운행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구조, 배달원 수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산업재해 위험과 과로 같은 열악한 배달 노동 환경은 개선되지 않는 이 사회를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배달원들의 운전 행태에 대한 비판은 그 이후에 이뤄져도 충분하다. 배달원들의 이번 선릉역 배달원 사고가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됐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위험한 주행과 배달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 선릉역 배달사고를 계기로 배달원들의 교통안전의식과 그들의 노동구조가 모두 개선되고, 배달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 군중(crowd)과 위탁(outsourcing)의 신조 합성어로, 기업 외부의 인력을 수익 활동에 끌어들여 이익을 낸 후 그 일부를 참여자에게 돌려준다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