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인기, 그 비결을 파헤쳐보자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란 출연자들이 경쟁하며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처음 시작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일반 프로그램과의 경계가 모호해서 시초를 따지긴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우리나라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시초는 <슈퍼스타 K> 시리즈다. 당시 <슈퍼스타 K>를 통해 많은 일반인 참가자들이 실력을 인정받아 스타로 거듭났으며, 대중들은 본인이 응원하는 참가자들의 우승을 위해서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렇다면 과거의 <슈퍼스타 K>처럼 현재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무엇이 있으며, 어떻게 해서 대중들의 호응을 얻어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자.
▲ <스트릿 우먼 파이터> 출연진 홀리뱅의 파이널 무대 출처:Mnet
스트릿 댄스,
마이너한 장르에서
대중적인 장르로
현시점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다. 비록 지금은 방송이 종료됐지만, 파급력은 여전히 어마어마하다. <스우파>는 방송명 그대로, 여성 댄스 크루들이 우승이라는 최종 목표를 두고 경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총 8개의 크루가 참여했으며, 크루원 중에서 특히 리더 계급은 상당한 경력을 자랑하는 유명한 댄서들이다. 방영 전까지는 유명한 댄서들이더라도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는 스트릿 댄스라는 장르가 일반 대중들에게는 마이너한 이미지를 풍기는 장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이 ▲걸스힙합 ▲크럼프 ▲왁킹 등의 장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선보이면서 대중들의 호응을 샀고 나아가 이에 영감을 받은 대중들이 직접 스트릿 댄스에 도전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스우파>는 기존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다르게 단순히 경쟁 구도만이 아닌 서사로 진정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차별화돼 있다. 참가자 허니제이와 리헤이는 과거 7년간 같은 크루에서 활동하며 동고동락한 사이였지만 서로 오해가 쌓여 현재는 서로 다른 크루에 속해있다. 그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5년 만에 재회했으며, 프리스타일 댄스 배틀을 하는 도중 같은 타이밍에 유사한 동작을 하는 모습을 보여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스우파>에 참가함으로써 허니제이와 리헤이는 오해를 풀 수 있었고, 이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단순히 댄스로 배틀을 해 우승자를 가린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진부할 수 있다. 하지만 <스우파>와 같이 댄스가 사람들 사이에 갈등을 풀어주고, 마음을 전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경연 프로그램의 경쟁적인 모습 뒤에 감춰진 감동적인 사연에 대해 알게 되면서 참가자들의 입장에 더욱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다양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발전
<스우파> 외에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며 다양한 시리즈로 편성돼 왔다. Mnet은 지난 2016년 1월 <프로듀스 101>을 제작했다. <프로듀스 101>에서는 걸그룹으로 데뷔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다수 출연했으며, 춤이나 노래 등을 실제 음악계 프로듀서들 앞에서 보여줌으로써 최종 라운드까지 탈락하지 않고 올라간 사람에게 데뷔의 기회를 줬다. 실제로 <프로듀스 101>이 방영된 후 최종화까지 탈락하지 않고 미션을 수행해내며 춤과 노래 실력이 인정된 연습생들은 ‘아이오아이(IOI)’라는 그룹으로 데뷔에 성공했다. Mnet은 이어 <프로듀스 101 시즌2>까지 제작했다. 시즌2에서는 남자 아이돌그룹으로 데뷔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출연했으며, 미션을 수행하고 팀을 이뤄 합을 맞추는 등의 임무를 수행해 최종화까지 탈락하지 않은 연습생들이 ‘워너원(Wanna One)’이라는 그룹으로 데뷔했다. 프로듀스 101 시즌1과 2가 방영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았으며, 유명한 SNS 스타 또는 유튜브 컨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춤이나 노래를 커버해 영상을 업로드하는 등 한때 ‘프로듀스 101 열풍’이 불었다.
▲<쇼미더머니10>세미 파이널 무대 출처:Mnet
<쇼미더머니>도 힙합 프로그램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쇼미더머니>는 시즌1부터 시작해 현재 시즌10이 끝난 상태다. <쇼미더머니>는 대한민국 힙합씬을 대표하는 프로듀서들과 최강의 래퍼들이 최후의 1인을 선정하기 위한 총력전을 벌이는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쇼미더머니>는 방송 후 우승자에게도 시선이 주목됐지만, 그 외에 타 출연자들도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이는 우승자뿐 아니라 방송에 출연했던 다른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의 진행 과정, 특히 관객 투표를 통해 우승자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타 출연진 또한 사람들에게 얼굴을 널리 알렸다는 것을 이유로 볼 수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성행 요인
<프로듀스 101>과 <쇼미더머니>의 영향력을 보며 체감한 것처럼,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사람들에게 각광받고 있으며,이런 프로그램의 형식이 사랑을 받는 요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해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는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이 프로그램에 집중하게 만든다. 즉, 프로그램 내 조성된 긴장감 있는 분위기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되는 심리적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어 두 번째로 배틀식 프로그램에서는 직접적인 관객의 참여를 통해 흥미를 극대화한다. 이는 관객들이 프로그램 참가자에게 직접 투표함으로써 자신 또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덧붙여 관객들의 투표 참여도는 프로그램의 관심도와 같다고 볼 수 있으므로 관객들의 투표에 따라 프로그램의 지지도를 도출해낼 수 있으며, 다음 시즌 제작 시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다음 세 번째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에게도 ‘경쟁 욕구’를 자극해 긍정적 효과를 강화한다. 출연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경쟁’이라는 프로그램 틀 안에서 실력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참여 시 자신의 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방식은 프로그램 진행 시 최고의 결과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고 프로그램 자체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도 있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타 프로그램에 비해 합리적인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출연진들끼리 심사하거나 혹은 외부 관계자를 섭외해 심사하는 경우, 관객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관객 참여와 외부 관계자의 채점 등 모두가 종합돼 결과가 도출된다. 이러한 점에서 납득 가능한 승부라는 점이 장점으로 나타난다.
결국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의 심리적 욕구를 자극하며 매니아층을 형성함과 동시에 긴장감을 통해 시청률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서바이벌’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과도한 경쟁 때문에 출연진 간 갈등을 빚거나, 오히려 지나친 경쟁 욕심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해치기도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장기 흥행을 위해
넘어야 할 산
앞서 언급한 다양한 시리즈가 화제성과 시청률 측면에서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검증된 포맷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흥행 요소 이면에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대다수 프로그램이 대중의 참여도와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관객 투표로 승패를 좌우하는데, 이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그 우려이다.
우선 관객 투표 결과가 경연 무대의 완성도가 아닌 특정 멤버의 인기로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인해 팬덤이 형성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곧 형성된 팬덤 화력이 우승자를 가리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면 불공정한 결과가 우려될 수 있다.
투표 결과의 불공정성에 대해서는 투표 조작 또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투표 조작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흥행 초창기부터 지속적인 의혹 제기가 있었는데 <프로듀스 101 시즌1> 파이널 생방송에서의 우연으로 보기 힘든 득표수 결과로 조작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투표 결과가 조작된 것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프로듀스 101> 타 시즌 및 타 프로그램 <아이돌학교>에 관해서도 조사가 확대됐고 조작 사실이 밝혀졌다.
이외에도 Mnet의 악명 높은 ‘악마의 편집’은 대중들에게 피로감을 준다. 연출 짜깁기, 억지 설정 등으로 없던 갈등까지 창조하는 편집은 당시의 화제성을 끌어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장기 흥행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상업주의로 인해 음악을 수단화시키는 것을 경계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모습을 시청자에게 보여줘 진정성을 얻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바이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경쟁 구도는 자극적이라는 비판이 항상 따라다니지만, 이는 곧 시청자들 스스로가 서바이벌을 찾게 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매 순간 경쟁 속에서 벼랑 끝으로 몰리는 참가자들을 보며 시청자들은 답답함을 느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자신들의 기량을 뽐내는 모습을 통해 역설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생산적 기능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신인에게 새로운 등용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국내 대학가요제들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왔으나, 지금은 기능을 상실하고 유명무실의 행사성 방송으로 전락했다. 이에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기존 아이돌 중심의 기획사 오디션에서 전 국민 오디션으로 참가대상을 확장시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의 영역을 제공했다.
▲K-POP ▲발라드 ▲트로트 ▲국악 ▲스트릿 댄스까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장르가 점차 넓어짐에 따라 그 기회의 영역 또한 같이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성을 인정받는 것은 장르뿐만이 아니다. <스우파>의 남성 댄서를 초청해 무대를 꾸며야 하는 ‘맨 오브 우먼’ 미션에서 팀 ‘프라우드먼’과 ‘라치카’는 사회에 주어진 성별의 정의에서 벗어나는 겉모습으로 꾸미는 ‘드랙 아티스트’를 등장시킨다.
실제 미국의 <월드 오브 댄스(World of Dance)>에서는 이미 전부터 인종과 성별을 불문한 다양한 춤 장르를 보여줬으며, <스우파>의 아이키가 팀 ‘올레디’로 4위를 수상한 바 있다. 이는 문화가 지닌 고유한 가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데 있어 개방적이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이젠 한국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도 그 바람이 불고 있다. 다양한 문화들이 지금도 존재하지만, 그 존재감을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장르를 넘은 인종, 성별, 성 지향성 등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새로운 문화가 존재감을 내비칠 기회가 많이 생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