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2 무역전쟁 2막, 왜 면화인가?
202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재임 기간 내내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에 몰두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하자 미국의 대중 전략에 변화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3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시작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은 아직도 현재형이다.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새로운 미국 정부는 중국의 상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기보다는 중국의 인권문제를 들고 나왔다. 중국의 서북,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신장위구르족자치구(新疆維吾爾族自治區)가 그 중심에 있다.
‘새로운 영토’라는 의미의 신장은 중국 최후의 왕조 청조(1636~1912)가 마지막으로 확보한 새로운 영토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크게는 북쪽 준가르 초원과 남쪽 타림 분지로 구성되며 그 사이를 파미르 고원에서 뻗어나온 티엔샨(天山) 산맥이 가로지른다. 18세기 중반까지 청조에 대항했던 준가르의 맹주 몽골은 결국 청조에 패배하여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오늘날 신장을 대표하는 위구르 민족은 사실 남쪽 타림 분지 오아시스에서 농사를 짓고 실크로드를 따라 무역을 하던 이슬람교도의 후예다. 청조 붕괴 이후 위구르 중심의 이슬람공화국 건설을 도모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1955년 중국공산당에 의해 자치구로 편입되었다. 위구르 외에 몽골, 티베트 등도 유사한 과정을 거쳐 자치구가 되었고 한때 분리독립을 열망했지만 현재까지도 중국 정부를 가장 불편하게 하는 이들은 신장의 위구르다.
중국 정부는 신장 곳곳에 CCTV를 설치하여 통행하는 위구르인의 신분을 확인하고 있다.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이유이다. 그간 학교에서 행해지던 위구르 민족 교육을 축소하고 중국어 교육을 강화하였으며 중국어 수업이 불가능한 위구르인 교사는 일터를 떠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구르에 대한 강제노역, 수용소의 존재가 BBC 등 서방 언론에 의해 알려지면서 ‘내정간섭이냐 인권문제냐’를 두고 중국과 서방 진영 간 설전이 뜨겁다. 신장에서 생산되어 세계로 수출되는 중국 면화도 이 설전의 틈바구니에서 위구르 인권탄압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사건의 발단은 작년 10월 BCI(Better Cotton Initiative)가 발표한 신장에서의 인권탄압과 강제노역에 의한 면화 생산을 반대한다는 성명에서 시작되었다. 중국에서 광고판을 철거당한 H&M, 신발이 불태워진 NIKE 등 불매운동의 대상이 된 기업은 모두 이 기구의 회원사이다. BCI의 주장은 회원사에서 사용하는 중국 면화의 수량은 분명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국 면화의 85%는 신장에서 생산되며 세계 면화 유통량의 20%가 중국산이니 우리가 즐겨 입는 청바지에 중국산 면화가 포함되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BCI의 주장은 가능성이 큰 추정일 뿐이고 강제노역에 의한 면화 생산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반면 분리독립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신장 위구르 인권탄압은 명백하다.
나는 부지불식간에 인권탄압을 방조한 것은 아닐까? 청바지를 만지작거린다. 아메리카로 끌려간 흑인 노예는 목화밭에서 일했다. 중앙아시아의 강과 호수를 마르게 한 주범은 목화밭이었다. 값싼 노동력에 기대 성장해 온 목면 산업은 그 자체가 부도덕의 온상이었다. BCI는 이런 목면 산업의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농민에 대한 교육, 합리적인 목면 유통을 위해 애쓴다고 한다. 반정부 활동에 가담한 위구르 민족주의자를 감금하고 강제노역에 동원하여 면화를 생산했다는 추정만으로도 BCI는 침묵할 수 없다 한다. 목면 산업과 연관된 정의의 실현은 BCI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립을 향한 한 민족의 지난한 투쟁은 온데간데 없으니 청바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사치스럽다. 더욱이 다른 나라의 인권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이용해왔던 서구의 전략은 씁쓸하기만 하다. 무역전쟁의 2막, 중국을 공격하기 위해 인권문제를 들고나온 미국, 과연 위구르의 미래와 어디까지 동행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