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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한민국, 이젠 나홀로
임재민 ㅣ 기사 승인 2024-04-01 17  |  687호 ㅣ 조회수 : 66

 2023년 대한민국은 출산율의 새 역사를 썼다. 4분기에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인 0.65명으로 급감해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1.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유일한 국가로, 세계적으로도 극단적으로 낮은 출산율을 보인 나라는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한국뿐이다. 이 같은 현상은 3분기까지만 해도 0.71%를 유지하던 출산율이 4분기에 급락하며 더욱 두드러졌고, 대한민국의 이러한 현상은 국가의 미래 인구 구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OECD 출산율 1위 이스라엘, 비결은?



 이스라엘은 세계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자랑하는 국가 중 하나로, 한 가정당 평균 3명의 자녀를 가진다. 이는 OECD 평균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스라엘의 높은 출산율은 가족을 중시하는 유대인의 문화와 종교적 가치에 기인해, 국가 차원에서 실행되는 다양한 출산장려책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생식보조 의료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1995년부터 국민의료보험법을 통해 체외수정 비용을 여성이 45세가 될 때까지, 그리고 현재의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자녀 2명을 낳을 때까지 전액 지원한다. 이는 이스라엘에서 연간 4만 건 이상의 체외수정이 이뤄지는 결과를 낳았으며, 이를 통한 출생은 연간 출생아 수의 약 5%를 차지한다. 여성에게는 15주간의 유급 출산휴가와 불임 치료 중인 여성에게도 연간 최대 80일의 유급 휴가를 제공한다. 또한,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대리 출산도 합법화돼 있으며, 최근에는 동성 커플이나 비혼 남성도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갖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스라엘에서는 가족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며, 이는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된다. 이러한 배경하에 이스라엘은 자녀를 많이 낳는 문화를 장려하고, 국가 차원에서 출산과 관련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인구를 유지하고 증가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장려정책은?



 2024년, 우리나라는 저출산 대응을 위해 다양한 출산장려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부모가 출산과 육아를 더욱 적극적으로 결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먼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확대돼 부모에게 더욱 유연한 일정 조정이 가능하게 됐다. 이전에는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에게 적용되던 정책이 이제는 만 12세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에게까지 확대됐다. 이를 통해 부모들은 자녀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보다 많이 할애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배우자 출산휴가제도도 개선돼 부모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분할 사용 횟수가 이전의 1회에서 3회로 확대돼 부모들은 더 유연하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급여 지원 기간도 5일에서 10일로 늘어나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도 임산부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휴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임신 후 12주 이내나 32주 이후에 있는 여성 근로자들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어 임신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난임치료 휴가기간도 확대돼 부부들이 난임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보다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연간 6일의 유급휴가와 함께 총 2일의 휴가가 지원돼 부모들은 난임치료에 집중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정책들은 우리 사회가 건강한 출산과 육아 환경을 조성하고,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 중 일부로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에게는 출산육아대책 전무



 한국의 경제에는 자영업자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기준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43만 6천명이며,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07만 9천명에 달하며, 무급 가족 종사자까지 합하면 약 628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을 대상으로 한 출산과 육아 정책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아동 수당, 부모급여 등의 재정 지원은 확대되고 있지만,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은 전무하다.



 지난 3월 24일(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저출생 대책 중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은 찾기 어렵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 위원회 관계자는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은 없다”며 “육아휴직 정책의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가 지원을 받기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의 육아정책이 고용보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보험 기금에서 지출되는 육아휴직급여와 출산전후휴가급여는 고용보험 가입자를 위한 혜택으로 제공된다.



 고용보험 미적용자를 위한 출산급여가 2019년에 도입됐지만, 이는 고용원을 두고 있는 자영업자나 실업자 등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최근에 시행된 정책들도 대부분이 주로 임금 근로자를 위한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올해 2024년부터 ‘3+3 부모육아휴직제’가 ‘6+6’으로 확대됐는데, 생후 18개월 내 자녀를 둔 부모가 동시에 또는 차례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첫 6개월에 대한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로 지원하는 제도다. 또한, 정부는 연초부터 경제정책 방향으로 직장어린이집 위탁보육료 지원금을 비과세로 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월에 발표했다. 또한,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 1억원’을 통해 기업이 근로자에게 출산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이를 전액 비과세화할 계획을 밝혔다. 공무원 대상으로는 육아휴직수당을 기본급 수준으로 대폭 인상하고, 복직 후에도 인사상 불이익을 없애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22년 8월에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취업자 1,6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용 형태에 따라 근로시간과 주말 근무 비율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주당 평균 41.5시간을 일하며, 정규직과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약 40시간 가량의 근로시간을 보였다.특히,정규직(92.0%)에서는 근로시간이 대체로 정해져 있었지만, 자영업자(56.4%)와 무급가족 종사자(32.4%)는 그 비율이 낮았다. 주말 근무도 차이가 났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주말 근무를 하지 않는 비중이 각각 69.7%, 62.5%로 다수였다. 반대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60.5%,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57.9%가 주말 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정책의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의 고용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정부 정책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시대가 변하고 있다면, 새로운 관점에서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녀는 돈이다?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를 다각도로 파악하기 위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제1차 국민인구행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작년 10월 23일(월)부터 11월 13일(월)까지 만 20~44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진행됐다. 이에 따르면, 무자녀를 희망하는 비율은 미혼 여성이 21.3%, 미혼 남성이 13.7%, 기혼 여성이 6.5%, 기혼 남성이 5.15%로 조사됐다. 특히, 2040 세대의 응답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이 자녀를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96%가 “자녀는 성장기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응답했다.



 2022년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을 사용한 부모는 35명에 그쳤다. 특히 출생아 100명당 남성 육아휴직자는 5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낮은 비율은 출산휴가급여를 수급한 사람이 7만 2,204명뿐이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022년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6.8%로 낮은 수준”이라며 “프리랜서와 자영업자 등이 고용보험과 연계된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소득대체율이 현재보다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충분한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육아휴직의 기본”이라며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휴직뿐 아니라 육아기 단축근무 등 유연근무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제도들의 소득대체율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2040의 가치관과 태도가 저출산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조사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들의 변화가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저출산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격... 결혼 인식 변화



 2023년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은 3.8건으로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더욱이 최근 조사에서는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10명 중 3명에 불과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3 청소년 가치관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7월 전국 초·중·고교생 7,71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2012년에는 해당 항목에 동의한 비율이 73.2%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청소년은 29.5%에 그쳤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결혼 필수’ 동의율은 19%로, 이는 남학생(40%)의 절반에 불과했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결혼이 필수라고 응답한 청소년들이 절반 넘게 줄어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응답자의 52%는 동성결혼에 대해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며, 81%는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결혼은 필수’라는 전통적 가족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경제적 요인이 자녀를 낳지 않고 결혼을 기피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지만, 가정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가정은 행복한 곳’이며 가정을 꾸리는 것이 나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가치관 형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청소년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는 82.0%가 ‘성격’을 꼽았으며, 이어서 ‘외모·매력’이 2순위를 차지했다. 경제는 3순위로 밀려났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통해 청소년들이 더 이상 전통적인 가치관을 유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한, 가족·출산 정책이 근본적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하며, 유럽과 같이 차별 없는 출산·양육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모든 가족에게 평등한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임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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