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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혼자 사는 사람들의 시대,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
김서진 ㅣ 기사 승인 2024-04-29 14  |  688호 ㅣ 조회수 : 113

1인 가구 천만 시대



 올해 3월, 우리나라 1인 세대가 천만을 넘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1인 세대는 1,002만 1,413세대로 전체 세대의 41.1%를 차지했다. 1인 가구도 전년보다 4.7% 증가하며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80년대와 90년대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하던 1인 가구는 어느덧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가구 형태로 자리 잡게 됐다.



 행정안전부에서 집계된 세대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구는 다르게 집계된다. 주민등록상 세대는 혈연, 혼인 등을 통해 주민등록상에 등록된 구성원들을 포함하는 반면 가구는 생계를 같이 하는 단위이다. 실제로 따로 살고 있더라도 따로 세대를 분리하지 않으면 한 세대로 보고, 같이 살더라도 청약 등을 목적으로 세대 분리를 한 경우 2세대로 집계한다. 실제로는 주민등록 인구 통계상 1인 세대는 통계청에서 집계한 1인 가구보다 많이 집계된다. 하지만 가구와 세대의 집계 방식이 다름에도 ‘혼자 사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 가파르게 증가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혼자 살아가는 이유



 그렇다면 왜 혼자 사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고 있을까. 사진 속 통계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1인 가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려준다. 청년 시기이든 고령 시기이든 1인 가구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우리 한국 사회라는 것이다. 대가족 중심의 가족문화가 변하고 직장과 취업 등으로 인해 혼자 사는 청년들이 늘어나며 80년대까지만 해도 제일 적은 가구 형태였던 1인 가구는 현재 가장 많은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통계청에 의하면 혼자 사는 것은 청년뿐만이 아니었다. 중장년층에서도 1인 가구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23년도 혼인 건수는 19만 건이지만 이혼 건수는 9만 건을 기록하며 이혼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한 애초에 결혼하지 않은 사람도 많다.



 고령화 속도도 빨라지며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연령대별 1인 가구 비중을 살펴보면 29세 이하가 19.2%로 가장 높지만 70세 이상이 18.6%로 바로 그 뒤를 이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3년 가족 실태조사’에 의하면 고령층으로 갈수록 1인 가구의 어려움으로 ‘외로움’을 응답한 비율이 60대는 30.2%, 70대는 32.7%로 높아졌다. 또한 노년층과 중장년층 1인 가구의 고독사가 꾸준히 증가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산업 변화



 1인 가구 비중의 가파른 증가는 주택, 식품, 가전 시장 등 각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소형 아파트와 같이 소형 거주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인프라를 누리면서 가격 부담은 덜 수 있는 소형 거주 공간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이다.



 이런 변화에 맞춰 소형 가전제품 출시도 늘어나고 있다. 쿠쿠전자는 3인용 이하 밥솥들을 출시해 초소형 밥솥이라는 새로운 제품 라인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미니 건조기, 소형 음식물 처리기, 미니 정수기 등 가전 산업도 소비자의 수요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소형 가전제품은 좁은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디자인이 단순해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다. 가전 소비 역시 개인의 생활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다.



혼자, 또 함께하는 삶



 하지만 1인 가구로 살다 보면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갖추기는 힘들다. 고물가와 작은 생활 공간이 바로 그 이유다. 이렇게 혼자 사는 주민들의 생활 속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는 생활 물품을 빌려주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광진구 1인 가구 지원센터에서는 생활용품은 물론이고 캠핑용품, 공구 등 자주 사용하지 않아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물품들을 쉽게 빌릴 수 있다. 서울 성북구에서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노트북과 스피커, 빔프로젝터, 침구 살균 청소기까지도 대여해주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일주일 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구매하기는 부담스러운 물품들을 빌릴 수 있어 이용하는 주민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각 지역에서도 변화에 맞춰 제도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공유 주거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공유 주거 상품인 ‘코리빙 하우스’는 침실과 화장실 등의 개인 공간을 보장받으며 거실, 주방, 운동시설을 공유하는 임대 주택이다. 쾌적한 공유 시설과 최근 전세 사기로 인한 불안 때문에 월 단위로 거주할 수 있는 단기 형식을 가진 코리빙 하우스의 수요는 대기가 필요할 만큼 빠르게 늘고 있다. 또한 독립적인 생활을 보장받으며 함께 사는 사람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고 코리빙 하우스만의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1인 가구 맞춤 소비, 편의점의 가파른 성장세



 1인 가구 증가로 가장 매출이 증가한 유통업체는 편의점이다. ‘근거리 식품점’으로 급성장한 편의점은 어느덧 백화점과의 매출 격차를 1% 이내로 좁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주요 유통업체 통계에 의하면 편의점의 성장세는 독보적이다. 편의점은 지난해 고물가·고금리와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매출이 8.1% 늘어 준대규모점포(3.7%), 백화점(2.2%), 대형마트(0.5%)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고물가 상황에서 간편식 수요가 늘어나고 가까운 거리에서 필요한 상품을 소량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편의점 업계가 성장한 이유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차별화된 상품을 꾸준히 선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GS25가 1인 피자 브랜드인 고피자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편의점에서 피자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고객은 24시간 언제든지 혼자서도 피자를 즐길 수 있다. GS25와 함께 국내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는 CU도 1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을 계속해서 출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농심과 간편식 제휴를 맺고 짜파게티 간편식 시리즈를 출시했다. 짜파게티 간편식 시리즈는 농심의 짜파게티 만능 소스를 넣어 만든 도시락, 김밥, 햄버거 등 6종으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편의점은 국내 제조 업체와 협업해 전문점 못지않은 높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간편식을 선보여 1인 가구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1인 가구의 명암



 이처럼 기존에 1인 가구가 영위하기 위해서는 귀찮고 힘들었던 부분들이 산업 부분에서 공급돼 이제 1인 가구로 사는 것은 예전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1인 가구 맞춤으로 산업이 변화하며 혼자 살아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사회가 되고 있다. 우리대학 재학생 A씨는 “혼자 사는 게 편하다. 수면 패턴 맞출 필요도 없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된다”며 혼자 사는 삶이 편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1인 가구의 장점이다.



 하지만 어려운 점도 있다. 재학생 B씨는 “식비가 많이 나간다. 혼자 해 먹기도 힘들고 귀찮은데 밖에서 사서 먹기에는 식비가 너무 많이 나간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에선 ‘식비’ 비중이 가장 높았다. 1인 가구 증가세에 비해 경제 수준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이다. 특히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는 1인 가구는 전체 수급자의 70%를 넘었다.



‘고립과 빈곤’



 1인 가구의 가장 큰 어려움은 고립과 빈곤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 살다 보니 아프거나 위급할 때 대처하기 어렵고 고령층이 될수록 주변에 대화할 사람이 없어진다. 1인 가구의 고립은 고독사, 돌봄 부재, 관계 단절 등 여러 위험 요소로 나타난다.



 또한 경제 수준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태이다. 우리나라 1인 가구의 연간 소득은 평균 3,010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인 가구의 61.3%는 한 해 3천만원 미만으로 벌고 있고 현재 1인 가구의 47.8%, 약 절반 가까이가 빈곤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문제들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고립돼 나타나는 여러 삶의 문제들과 경제적인 빈곤의 문제가 결합하면 삶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급증하는 1인 가구에 지원 나서는 지자체들



 지자체별로 다양한 사업을 통해 1인 가구 지원에 나서고 있다. 서울 송파구는 올해 3월부터 연말까지 한국야쿠르트(HY)와 함께 ‘중장년 1인 가구 건강음료 안부 확인사업’을 시범 추진하고 있다. 송파구가 이번 사업을 추진한 이유는 중장년층 1인 가구의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홀로 사는 중장년 가구에 건강음료를 전달해 위기 징후를 감지하고 고독사 예방을 위해 추진됐다.



 안부 확인에는 총 196명의 HY매니저가 투입된다. 이들은 주 3회 발효유와 함께 월 1회 HY가 후원하는 밀키트, 복지안내문 등을 전달하며 지원 대상자의 안전과 건강을 확인한다. 또한 음료를 오랫동안 수거하지 않거나 대상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 등의 위기 징후가 발생하면 HY매니저가 동주민센터로 즉각 신고하게 된다. 음료 배달 사업은 서울뿐만 아니라 충주시, 인천시, 제주시 등 전국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원 대상자들의 안전과 건강 확인은 물론 외로움 해소에도 도움이 돼 만족도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1인 가구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지원 사업에는 노원구가족센터에서 진행하는 1인 가구 지원 사업 ‘나의 빛나는 솔로생활’이 있다. ‘나의 빛나는 솔로생활’은 교육, 여가, 상담, 캠페인 등 1인 가구의 다양한 필요와 욕구를 반영한 지원 사업이다. 이 사업은 서울시에 거주하거나 학교 또는 직장이 서울인 1인 가구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노원구 가족센터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후 신청할 수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며 1인 가구가 우리 사회의 표준 가구가 된 만큼 고립과 빈곤의 문제를 줄일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혼자, 또 같이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김서진 기자

tjwlsp@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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