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걷는 공무원 인기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 채용 시험’에는 10만 3,597명이 지원했고 4,749명이 합격해 21.8대 1의 경쟁률을 올렸다. 이는 1992년 이후 32년 만의 최저치로, 연속 8년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공무원에 대한 인기 감소는 공무원의 면직 비율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에는 전국 공무원 일반 퇴직자 2만 825명 중 65.2%에 해당하는 인원의 재직 기간이 5년 미만이었다.
2010년대 초 공무원의 인기가 급상승한 모습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공무원의 빠른 퇴사의 원인으로 낮은 임금과 악성 민원, 그리고 'MZ세대'의 이전 세대와는 다른 가치관 등이 지목되고 있다.
MZ세대와 공무원 사회
'MZ세대'는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를 통틀어 이르는 단어로, 사전적으로 1980년대 초부터 201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집단, 즉 사회에서 비교적 젊은 세대를 의미한다. 최근 MZ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세대와는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공무원 사회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체계가 굳어진 공직 사회와는 달리 MZ세대는 일반적으로 자유분방하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추구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각 특징의 극명한 차이로 인해 일각에선 MZ세대가 주를 이루는 초임 공무원이 공무원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워 빠른 퇴사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지난 2023년, 인사혁신처는 현직 공무원 95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2023년 공무원 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사혁신처는 조사 결과 보고에서 설문 응답자의 약 34%가 이직을 고민하고 있으며, 이 중 51.4%가 ‘낮은 임금’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악성 민원, 잦은 비상근무 등의 고된 업무의 보상으로 비교적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MZ 공무원에게는 설득력이 있지 않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9급 1호봉 공무원의 한 달 봉급은 187만 7천원이다. 이는 다른 사기업 및 공기업에 취업한 사회초년생의 봉급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임금일뿐더러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임금 삭감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까지 한다.
복지로 달랜다곤 하지만…
이러한 MZ 공무원의 퇴사로 인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타 국가의 정부에 비해 다양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 정부의 특성상, 젊은 공무원의 줄퇴사 기조가 이어진다면 정부의 원활한 행정 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는 MZ 공무원의 의원면직을 막기 위해 초임 공무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복지 정책을 속속히 발표하고 있다.
지난 6월 인천시의회는 젊은 공무원의 면직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직 기간 1년 이상 5년 미만 공무원에게 3일의 휴가를 추가로 부여할 수 있게 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2023년 5월, 5년 차 이상 10년 차 미만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5일간의 특별 휴가를 부여하고 공직 적응과 직무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아카데미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마포구는 동호회 활동과 취미생활을 배울 수 있도록 강습료를 지원하며, 서울 근교에 휴양소를 운영해 직원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구로구는 신입 공무원이 6개월간의 시보 기간을 끝내면 5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지급한다.
지자체가 발표한 복지 제도는 대부분 휴가일 확대에 그쳤다. 하지만 일각에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낮은 임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젊은 공무원들은 복지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서 실제로 느끼고 체감하는 바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재 서울 강서구에서 교육 행정직에 종사하고 있는 MZ세대 신입 공무원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공무원을 하게 된 계기와 준비 과정은?
A. 저는 공무원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4년제 어문학과가 전공이었어요. 대외활동이나 인턴 같은 스펙을 쌓은 경험이 없어서 사기업 취업에 뛰어들기 무섭다는 공포감이 있었고요. 근데 제가 평소에 공부하는 걸 좋아했어요. 학력이나 경력을 보지 않고 시험 성적만 좋으면 붙을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 한번 시도해볼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Q. 현재 맡은 업무는?
A. 일반적으로 공무원 하면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일한다고 생각하시는데, 그분들은 일반 행정직 공무원이시고, 저는 교육 행정직에 종사하는 공무원이에요. 그래서 현재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하는 일은 정말 다양한데 잡다한 행정 업무부터 시작해서 학교 예산 편성하고, 집행하고, 또 시설 관리도 하고 있고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접적인 교육 활동을 제외한 대부분 업무를 행정실에서 분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Q. MZ세대로서 공무원이란 직업의 장점은?
A. MZ도 MZ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가치관도 성격도 다양하니까요. 또 직렬마다 분위기가 달라서 각자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교육 행정직 입장에서 말씀드려보자면, 첫 번째로는 웬만하면 잘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버티기만 하면 되는 직업인 것 같아요. 특히나 안정성을 중시하는 분들한테는 큰 장점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사기업은 아무래도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보니까 경쟁과 승진, 실적에 대한 압박이 존재하잖아요. 공무원은 그런 압박과는 무관한 직업인 것 같아요. 애초에 돈을 많이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익 실현을 목적으로 둔 봉사적인 집단이니까요. 실제로 이런 부분이 저는 큰 장점으로 다가왔어요.
Q. 그렇다면 반대로 단점은?
A. 제가 이제 5개월 차 교육 행정직 공무원이다 보니 공무원의 단점을 일반화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일단 안 잘리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근데 연차가 쌓일수록 대부분의 업무 비중은 신입이 도맡게 되는, 직급에 따른 업무 부담이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은 느낌이라 초반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이 부분은 다른 분들도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그렇게 맡은 업무가 다양하고, 전문성을 요하는 일들인데 인수인계는 첫날 한두 시간 이뤄진 게 전부여서 스스로 갖가지 수단을 써서 깨우치는 느낌으로 일을 했어요. 또 인사 시스템도 잘 잡혀 있지 않아요. 교육청에서 인력 배치를 하는데, 인력이 적다 보니까 자리가 비면 그 자리의 전문성이나 일의 강도 등 중요한 문제들은 차치하고 사람을 배치해서 빈자리를 채워 넣거든요. 겉보기에는 문제없어 보이지만 사실 해당 직무에 배정받은 신입은 그날그날 전임자가 했던 업무를 매뉴얼 삼아서 스스로 적응해 나가야 하는 거죠.
Q. 최근 MZ세대 공무원들의 이탈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체감하고 있는 바가 있는지?
A. 제가 아는 공무원분들 중에서도 제가 앞서 말한 단점 때문에 이탈하는 사람들이 좀 많더라고요. 업무 강도 대비 인수인계는 부실하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도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버텨 왔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이야기만 돌아오니까요.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는데, 봉급이 높은 것도 아니니 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Q. 올해 들어 신입 공무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빈번히 공론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일반 행정직이나 교육 행정직 모두 악성 민원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최근 학부모 민원 때문에 순직하는 교사 사례도 있었으니, 둘 다 민원으로 인한 정신적인 압박과 고통이 컸을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 그 공무원을 보호할 만한 제도나 수단은 모호하니까 결국에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이어진 게 아닐까요. 또 한편으로 그런 안타까운 사고를 막을 만한 마땅한 대안이 있을지... 막막하네요.
Q. 정부, 지자체에서 MZ 공무원의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마련한 다양한 복지 제도와 관련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A. 형식적인 것 같아요. 제가 아직 이러한 복지 제도를 직접 경험하지 않아서 섣불리 말하긴 어렵겠지만, 제 경험상 사람들이 많이 이탈하는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업무 강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인수인계와 낮은 봉급 이러한 단점들이 종합적으로 나타나니까 생기는 일 같거든요. 결국에는 본질적인 문제점을 완화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랑은 동떨어진 대책이지 않나 생각해요.
Q. 그렇다면 공직 문화를 비롯해 보수나 환경 등 변화가 시급한 부분은?
A. 해결 방안은 앞서 언급했던 문제점들을 해결하거나 개선해 나가는 게 시급한 것 같아요. 강도가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대신 더 높은 봉급을 지급하거나, 혹은 결론적으로는 공무원 인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니 인력을 더 많이 배치하거나 하는 등의 개선이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업무 부담을 어떻게 하면 분담해서 줄일 수 있을지 생각하는 방향이 앞서 제시된 복지 제도보다 더 효과적으로 이탈을 막을 수 있을 거예요. 무엇보다도 신규 공무원에 대한 사전 교육도 철저하게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또 공무원 시험 과목과 실제 일을 하게 됐을 때 필요한 지식 간의 괴리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제로 신입 공무원들이 일을 하게 됐을 때, 공부했던 것과 실전이 달라서 더 당황하게 되는 것 같거든요. 이 부분도 본질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 같네요.
단편적인 개선,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야
MZ세대 신입 공무원의 잦은 이탈의 원인은 현직 공무원과 MZ 공무원 모두 공통적으로 ‘미흡한 인수인계’와 ‘강도 높은 업무’ 그리고 ‘낮은 임금’이 제기됐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오랜 과거부터 되풀이된 문제로 주기적으로 논의돼왔으나 별다른 변화 없이 묵인됐다. 새로운 복지 정책을 도입하기보단 기존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경직된 구조를 탈피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현 사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유정 수습기자
suj7260@seoultech.ac.kr
김종현 수습기자
24100076@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