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우리 사회는 ‘학교폭력’이라는 사안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단순히 10대들의 일탈로 여겨지며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던 학교폭력이 근래에는 일종의 범죄로 인식되며 부정적으로 다뤄진다. 이는 최근 학교폭력과 관련한 각종 기사, 뉴스들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심지어 학교폭력을 다룬 드라마가 국민적 관심을 얻으며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학교폭력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엄벌을 촉구하는 의견들이 팽배해졌고, 우리 정부 또한 ‘학교폭력’이라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대입의 걸림돌 되는 학교폭력
지난해 8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학교폭력 해결 대책으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담긴 ‘2026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기본사항’을 확정해 배포했다. 그 속에는 2026학년도부터 모든 대학이 학생부 교과, 수능, 논술, 실기, 실적 전형을 포함한 모든 대입 전형에서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필수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지난해 4월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이하 정 후보자)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한 대처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고교 재학 시절 학교폭력 징계 조치 중 8호(강제 전학) 처분을 받았지만, 학교폭력 조치 사항에 대한 감점이 적은 정시 전형을 통해 서울대에 합격해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아지자, 그 해결책으로 ‘2026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기본사항’이 발표된 것이다. 이후 대교협은 지난 4월, 작년에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른 전국 195개 4년제 대학이 제출한 『2026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취합해 공표했다. 이는 각 대학이 학교폭력 조치사항에 불이익을 주는 평가 방식을 종합한 것으로 각 대학의 자세한 감점 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폭력 조치 사항에 따른 감점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정 후보자의 아들이 입학해 논란을 빚었던 서울대는 2026학년도의 전 모집 단위에서 학교폭력 사실이 있을 경우 최대 5점 감점을 부여함으로써 1, 2점 차이로 당락이 바뀌는 상황에 사실상 학교폭력 가해자의 합격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가장 강력한 대응을 밝힌 대학은 서강대, 성균관대로 학폭 2호(접촉·협박·보복 금지) 조치부터 총점을 0점 처리한다. 또한 학폭 1호 조치에 대해서도 성균관대는 모든 전형에서 총점의 10%를 감점, 서강대는 만점 1,000점 기준 총점에서 100점을 감점시킨다. 사실상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입학 불허’ 조처를 내린 것과 다름없다.
교육대학(이하 교대)은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인만큼 일반대학에 비해 엄격한 제재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전국 10대 교대는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이력이 있을 경우 입시에서 불이익을 줄 방침을 발표했으며 그 중 서울교대, 부산교대, 경인교대, 진주교대는 경중에 상관없이 학교폭력 이력이 있는 경우 모든 전형에서 지원 자격 제한이 혹은 부적격 처리를 예고 했다. 더 이상 학교폭력 이력이 있는 학생은 초등교사가 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대학생의 반응
이에 본지는 수험생의 입장을 겪은 학생이자 대학 생활을 같이하게 될 학생들의 의견을 알아보고자 전국 소재 대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학교폭력 조치 사항이 대입에 필수 반영되는 것에 동의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학생 18명(90%), “아니오”라고 답한 학생 2명(10%)으로 학생 대부분이 학교폭력 조치 사항이 대입에 반영되는 것에 동의했다. 학생들은 그 이유로 ‘학교폭력 가해자와 학교생활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 ‘피해자의 삶을 망가뜨린 가해자가 성적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대학에 가 좋은 미래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등의 의견을 표했다.
엄벌주의 방침으로 인한 낙인찍기?
하지만 엄벌 위주의 대책은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반대의견 또한 적지 않다. 피해 학생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가해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에 초점을 둔 정책은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현행 소년법에서는 소년범에 대한 보호 처분이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학생이 형사 범죄를 저질러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데, 학교폭력 가해 학생만 불이익을 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진심으로 반성과 사과를 한 학생에게 끝까지 불이익을 주는 게 진정한 교육의 역할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학교폭력의 또 다른 해결책들
작년 4월 교육부와 대교협이 발표했던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는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대입에 적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 연장 ▲심의삭제 요건 강화 ▲피해 학생 전담지원관 ▲학교폭력 예방 지원 센터 등의 다양한 대책들이 포함됐다. 이러한 해결책들의 실질적인 효과는 어땠을까.
지난 5월 12일(일),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 내 고등학교(320개) 학폭 심의 건수는 총 693건으로 최근 4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학폭 이력을 비공개한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분석한 결과로 2020년-412건(302개교 기준), 2021년-622건(320개교), 2022년-671건(305개교)을 기록하며 해마다 학교폭력이 증가하는 추세였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이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정책들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조차 낮다는 사실을 본지의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제도 혹은 정책들이 현재 잘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학생 18명(90%)“아니오”라고 답했으며, 학생 2명(10%)이 “예”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아니오”라고 답한 이유에 대해 ‘잘 시행되고 있는지 못 느끼겠다’, ‘저런 제도, 정책이 있었는지도 몰랐고 별로 와닿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 사례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고 답했다.
선제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때
중요 사회화 시기인 10대에 일어나는 학교폭력은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부가 내놓은 학교폭력에 대한 대부분의 해결책은 모순되게도 누군가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후 나오는 사후적인 대처들에 가까웠다. 우리나라에 첫 학교폭력 종합대책이 생긴 이후 1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이제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처로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때가 아닐까?
윤지선 수습기자
yjs1320@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