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소개 l 공지사항 l PDF서비스 l 호별기사 l 로그인
기획
수도권으로 몰리는 일자리, 선택지를 잃은 청년들
황아영 ㅣ 기사 승인 2025-12-04 16  |  709호 ㅣ 조회수 : 4

 졸업 후 부산으로 돌아가 일하고 싶었던 노서현 씨는 구직 사이트를 확인하는 순간 계획이 흔들렸다. 미디어 업계 채용 공고는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었고, 처우 격차도 뚜렷했다. 괜찮은 기업만 추려보니 선택지는 거의 없었다. 결국 그는 지난해 서울 강남권의 한 회사에 취업했다. 비슷한 선택을 반복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청년 노동시장은 사실상 수도권 편중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대비 2024년에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층은 약 50% 증가했다.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전체인구중 78%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비수도권 청년의 43%도 수도권으로 이주 의향을 밝혔다. 가장 큰 이동 사유는 ‘일자리(75%)’였다. 단순한 선호가 아니라 생계를 좌우하는 구조가 청년을 수도권으로 향하게 하고 있는 셈이다.



 



일자리 격차, 기회의 격차



 지역 노동시장의 격차는 채용 절대량부터 드러난다. 국가균형발전지원센터에 따르면 2022년 청년 인구 1만 명당 채용공고 수는 수도권 평균 282건, 비수도권 평균 114건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서울(412건) ▲인천(222건) ▲경기(214건)가 상위권을 차지한 반면 ▲전남(69건) ▲경남(72건) ▲울산·경북(76건)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같은 시기에 취업을 준비하더라도 출발선부터 지원 가능한 일자리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셈이다.



 질적 격차도 이어진다. 상위 100대 기업의 80% 1,000대 기업의 75%가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고임금 상위 20%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도 역시 2013년 21.3%에서 2023년 27.1%로 상승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직장인의 월평균 임금은 421만 원이며, 서울은 이보다 약 55만원 높았다.





 



산업 생태계의 단층화가 만든 구조



 한국은행의 『지역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는 이러한 격차의 근본 원인을 ‘산업 생태계의 단층화’로 설명한다. 수도권은 ▲기업 본사 ▲벤처캐피털 ▲연구개발 인프라 ▲브랜딩 ▲네트워크가 밀집해 일자리-경력-기회가 연쇄적으로 연결된다. 반면 비수도권은 산업단지를 조성해도 자본 및 기술, 네트워크의 연결이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저임금과 저숙련 일자리가 고착되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지적된다.



 집중 현상은 특정 업종에서 더욱 뚜렷하다. 경남대 장민지 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미디어나 디자인, IT 업종의 취업 자리는 서울 말고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관련 청년 인재가 지방에도 있지만 산업과 네트워크가 서울에만 형성돼 있어 수도권 이동이 사실상 필수에 가깝다”고 말했다.



 기회의 불균형은 취업 이전 단계에서도 나타난다.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남부대학교 재학생 A씨는 “오프라인 대외활동·공모전 대부분이 서울에서 열린다”며 “면접이나 발대식이 평일에 진행돼 지방 학생은 학기 중 참여가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11월 28일(금) 기준 대외활동 플랫폼 링커리어의 대외 활동 모임 지역은 서울이 258건, 광주는 8건이다.



 



떠난 청년도, 남은 지역도 버거운 구조



 수도권 집중은 청년에게도, 지역에도 부담을 남긴다. 한국은행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 정민수 차장은 “현재의 체제는 청년들이 무한 경쟁을 감수하고 수도권으로 이동하도록 하고 있다”며 “과도한 인구 밀도는 한정된 자원 경쟁을 격화시켜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말했다.



 동남지방통계청의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과 남은 청년의 삶의 질 비교』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번아웃을 경험한 비율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이 42.0%,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이 29.7%로 12.3%p 차이가 났다. 삶의 행복감 역시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이 더 낮았다.



 지역에도 충격이 이어진다. 한국은행은 “청년층 순유출 지역은 노동공급 감소로 실업률 상승·고용률 하락을 겪으며, 대졸 인재 유출은 중장기적으로 지역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킨다”고 분석했다.



 중앙정부는 국가 인재 채용시험에 지역할당제를 도입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수도권 기업과 지역 인재를 원격근무로 연결하거나 지역 특화 산업을 육성해 청년 정착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시범 단계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이 어느 지역에서 살든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수도권 과밀과 지역 소멸 문제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청년 이동을 줄이는 핵심은 산업 기반의 이전 자체가 아니라 지역 안에서 커리어 경로가 작동할 수 있도록 조건을 설계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황아영 기자

ayoung6120@seoultech.ac.kr


기사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쓰기 I 통합정보시스템,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하여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확인
욕설,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709호 곽곽네컷 - 올 한해 수고하셨습니다~!
기자의 한마디_시험기간... 나만의 카페는?
709호 이달의 한컷 - 산업디자인전공 제43회 졸업전시
한국식 코미디로 다시 재해석된 고전 연극, <스카팽>
불꽃축제, 그 뒤편의 안전팀의 이야기
“트랄라레오 트랄랄라, 퉁퉁퉁 사후르”… 이탈리안 브레인 롯, 작별 고해
[01811] 서울시 노원구 공릉로 23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 최초발행일 1963.11.25 I 발행인: 김동환 I 편집장: 김민수
Copyright (c) 2016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