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누구나 잘못을 하고 살아간다. 오해하고, 실수하고, 잘못하고, 남의 탓으로 돌리고, 반성하고, 또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사람은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을 두려워하고, 과거와 같은 안정된 상태에 조용히 있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비난받는 것이 두렵고, 실패했다는 사실이 두렵다. 하지만,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기대와 신뢰가 무너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해야 한다. 잘못을 덮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사죄하고, 앞으로 나아지겠다는 약속과 실천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난 몇 달간 이미 그런 일을 봐왔다. 잘못을 숨기려고 하다가 모두의 신뢰를 잃어버린 일을 알고 있다.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쓰고 버티는 것도 알고 있다. 어째서 같은 일이 발생하는 걸까? 마치 보고 배운 것처럼, 오래된 생각과 낡은 관습은 변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옷에 묻으면 슬쩍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옷을 세탁해야 한다. 시험을 보고 채점을 해서 틀린 문제가 있다면 왜 틀렸는지 다시 풀어봐야 한다. 어린 동생이 밖에 나가 집안 흉을 본다면 동생 입을 단속할 게 아니라 집안을 정돈해야 한다. 그럼 자연히 동생은 집안 자랑을 할 것이다.
기자가 오래전 친척들과 첫 성묘를 갔을 때, 도로를 잘못 골라 길이 굉장히 막힌 일이 있었다. 그때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잘못된 길을 골랐다며 원인을 세세하게 분석하셨다. 그때는 그 모습을 보며 왜 저렇게까지 분석하는지 몰랐다. 그냥 다음에 안 그러면 되는 거 아닐까, 이미 지난 일 아닌가. 지금은 알 것 같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니까, 실수는 한 번이면 되니까, 미래는 현재보다 나아져야 하니까.
기자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글을 썼지만, 홍보 전단지가 아니라 신문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써왔다. 전문 언론인도 아니지만 기자증을 보고 있으면 뿌듯했다. 무엇보다도 학교에 소속된 일원으로서 학교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정말 학교를 자랑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 학교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건 아닌지.
스스로 물어보고 스스로 대답했다. 기자는 신문을 만들고 있는 것이지,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이미지는 홍보실에서 만들고, 기자는 신문을 만든다. 부끄러워야 할 일은 있지만 그걸 숨기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 취재를 하려고 전화를 하면 경계하는 기색이 느껴진다. ‘좋은’ 기사인지 ‘나쁜’ 기사인지 물어본다. 기자도 학생이고 학교의 일원이다. ‘좋은’ 기사를 쓰고 싶다.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안타깝게도 ‘나쁜’ 기사를 쓰는 것도 기자의 일이다. ‘나쁜’ 기사를 그대로 인정하고 발전한다면 ‘좋은’ 기사도 많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