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있는 음식을 통해 경제를 배우다
기존 경제학 용어는 이해하기도 쉽지 않고, 외우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경제학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통해 경제 현상을 쉽게 설명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빅맥 지수’가 있다. 빅맥 지수는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인 빅맥의 가격을 통해 국가별로 경제 상황을 비교하는 지표인데,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986년 고안했다. 빅맥 지수는 ‘동일한 물건은 어디서나 가격이 동일해야 한다’라는 원칙에 기초해 각국 통화가치가 적중 수준인지 살펴보는데 사용된다.
빅맥 지수는 햄버거의 ‘버거(Burger)’와 이코노믹의 ‘노믹(nomic)’을 따서 ‘버거노믹(Burgernomic)’이라고도 부른다. 맥도날드가 전세계에 널리 진출한 만큼 햄버거의 가격이 각국의 경제 상황을 진단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셈이다. 맥도날드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세계 119개국 약 3만 4천 개의 매장에서 약 170만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매일 약 6,900만 명이 맥도날드에서 소비를 함으로 경제 지표로 부족함이 없다.
올해 상반기 이코노미스트의 발표에 따르면 빅맥 지수는 스위스가 7.29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미국(5.66달러) ▲호주(4.98달러) ▲영국(4.44달러) ▲태국(4.25달러) ▲한국(4.10달러) ▲일본(3.74달러) 등으로 뒤를 이었다. 스위스가 1위를 차지한 이유는 재료비 이외에 인건비나 임대료 등이 비싸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빅맥 가격은 재료비뿐만 아니라 여러 비용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경제 지표로 적당하다.
빅맥 지수는 최저임금과 관련이 깊다. 최저임금을 빅맥 지수로 나누면 1시간 동안 일해서 구매할 수 있는 빅맥의 개수가 된다. 한마디로 한국에서 1시간 일해서 빅맥을 몇 개 사 먹을 수 있는지, 미국에서는 몇 개를 사 먹을 수 있는지 등을 따질 수 있는 셈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가별 1시간 일해서 구매할 수 있는 빅맥 개수는 ▲호주(3.11개) ▲영국(2.79개) ▲일본(2.21개) ▲캐나다(1.99개) ▲한국(1.88개) ▲미국(1.28개) 순으로 나타났다. 많이 살 수 있다는 것은 구매력이 높다는 것을 뜻하고 많이 사지 못한다는 것은 구매력이 낮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수치만 놓고 봤을 때는 구매력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
최근 빅맥 지수는 햄버거 판매가 위축되고 국가별로 가격 할인 상품이 무더기로 등장하면서 더는 경제 지표로 적당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빅맥 지수 이후로는 카페라떼의 가격을 통해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스타벅스 지수’가 등장했다. 스타벅스 지수는 스타벅스의 주요 메뉴인 카페라떼의 가격을 이용해 실제 환율과 적정 환율과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고안해낸 구매력 평가환율 지수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각국 물가 추이와 소비자 구매력을 반영해 2~3년에 한 번씩 커피 제품의 가격을 조정하기도 한다. 스타벅스 지수는 기존 빅맥 지수를 모방해 등장한 것인데, 빅맥 지수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볼 수 있다.
수치화 위주인 빅맥 지수와 스타벅스 지수에 이어 개별 주체의 행동을 설명하는 ‘치킨게임’이 있다. 치킨게임 역시 경제학을 배우면서 많이 들어볼 수 있는 단어인데, 게임 이론 중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차를 몰며 돌진하는 게임에서 비롯됐다. 여기서 포기하는 사람은 치킨이 되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승자가 이득을 보는 구조이다. 만일 양쪽이 계속 달린다면 양쪽 모두 죽게 되므로 최악의 결과다. 2008년에는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제품 양산 경쟁을 벌이는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살아남기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경쟁사였던 하이닉스는 2007년 4분기 매출 1조 8,500억원에 영업적자 3,180억원, 순손실 4,65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같은 시기에 매출 4조 9,100억원에 영업이익 4,300억원의 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오로지 경쟁사를 이기기 위한 출혈경쟁 속에서 굴지의 대기업이었던 하이닉스가 치킨게임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채권 역시 음식을 통해 설명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에 ‘김치본드’라는 용어가 있다. 김치본드는 한국의 음식 아이콘인 ‘김치’와 채권의 영어 표현인 ‘본드(Bond)’를 조합한 것으로, 외국인이나 국내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달러화 등 외화표시로 발행하는 채권을 뜻한다. 김치본드는 주로 외국 기업들이 국내의 외화를 빌려 쓰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한다.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이 외화를 조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국내에서 김치본드를 발행해 외화를 조달하는 수단으로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