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갑자 및 띠, 육십갑자
우리나라는 연도별로 갑자 및 띠를 따지는 문화에 따라 12년에 한 번씩 자신의 띠와 일치하는 해가 돌아온다. 2022년은 육십간지 중 39번째로 임(壬)이 흑색, 인(寅)은 호랑이를 의미하는 ‘검은 호랑이의 해’다. 2020년은 경자년 ‘하얀 쥐의 해’, 2021년은 신축년 ‘하얀 소의 해’였다. 그렇다면 연도별로 그 해를 무슨 해라고 부르는지 어떻게 정할까?
한 해의 이름은 천간(天干) 10개와 지지(地支) 12개를 순서대로 조합해 만든 60개의 간지에서 비롯되며 이를 ‘육십갑자(六十甲子)’라고 부른다. ‘육십간지(六十干支)’ 또는 ‘육갑’이라고도 불리며 갑자(甲子)부터 계해(癸亥)까지 총 60개가 있다. 이는 10간에 해당하는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와 우리가 흔히 아는 십이지신으로 동물들의 달리기 경주 순서라고 알고 있는 12지의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를 차례로 맞춰 쓴 것으로, 60년을 일주(一週)로 한 것을 말한다. 천간(天干)은 그대로 두고 지지(地支)가 다섯번 돌면 60갑자(六十甲子)가 완성되는 것이다. 천간의 처음 글자인 갑(甲)과 지지의 처음 글자인 자(子)를 시작으로 천간과 지지를 순서대로 배합해 60개가 조직되므로 갑자에서 시작해 갑자로 돌아오기까지 60개의 조합이 있어야 한다. 이때, 천간과 지지에서 짝수와 홀수를 조합하지 않으므로 120갑자가 아닌 60갑자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세는 나이로 61세가 되면 환갑(還甲) 혹은 회갑(回甲)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갑(甲)이 다시 돌아왔다는 의미의 환갑(還甲)이라는 자기가 태어난 해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육십갑자에 있어서 검은 호랑이, 하얀 소, 황금 돼지 등과 같이 동물의 색이 해마다 정해지게 되는데 이것은 10간이 가지고 있는 오방색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방색은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의 5가지 색깔로 중국의 음양오행설에서 순수하고 섞음이 없는 색을 말한다. 이에 따라 ▲갑·을은 청색 ▲병·정은 적색 ▲무·기는 황색 ▲경·신은 백색 ▲임·계는 흑색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10간과 12지, 육십갑자는 언제 어떻게 유래됐을까. 기록상 육십갑자가 언제부터 쓰였는지는 정확하게 알 길이 없지만 현재로서는 중국 한족(漢族)으로부터 12지가 발생했다는 게 정설이다. 12지가 10간과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약 3천년 전으로 추정된다. 10간은 점술이 발달했던 고대 중국 왕조에서 한달을 3으로 나눠 10일로 표현한 데서 나왔으며 당시 갑골문에는 12지와 10간 글자를 아래 위로 맞춰 사용한 흔적이 있다. 과거 중국 상나라때 갑골문에서 각 날을 간지를 사용해 표현했고, 왕의 이름에 10간의 글자가 많이 들어간 것으로 보아 쓰이기 시작한 것은 그 이전부터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 같은 10간과 12지를 배합해 육십갑자가 합성된 것은 그 후로도 상당한 연대가 지난 때였다. 기원전 105년의 중국 한대(漢代)에 이르러서야 병자년(丙子年)이라는 연대 표기가 처음 발견됐다. 이런 10간·12지와 육십갑자는 통일신라 시대 이후 한반도로 건너와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과 결합한 뒤 연대 표기에는 물론 만물의 길흉을 판단하는데 널리 쓰였다. 사람의 성질과 운세를 점치기도 하고, 나날의 길흉과 방위를 선택하는 주요 수단이 돼 왔다. 이로 인해 범띠인 사람은 성질이 거칠다거나 소띠는 느긋하다는 등의 속설을 낳았고, ‘병(丙)은 화(火)이고 오(午)도 화이므로 화에 화가 겹쳤다’는 오행설에 따라 ‘병오생(丙午生) 여성은 성격이 거칠고 남편을 짓밟는다’ 등의 미신을 낳기도 했다.
육십갑자는 매해 새해나 날짜, 역사적인 사건을 일컫는 데 흔히 사용하는 만큼 육십갑자를 알아두면 소소한 재미와 살아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