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호한도, 예금자들의 안전장치
▲11/15(화) 기준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의 적금상품
최근 우리나라에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주식보다는 예금, 적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금과 재테크를 합친 ‘예테크’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고금리 상품을 찾아다닌다는 뜻의 ‘금리쇼핑’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예금은 주식이나 가상화폐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예금은 은행이 하루아침에 망해서 없어지지 않는 이상 위험할 일이 없다. 그렇다면 예금은 정말 얼마를 넣든 안전할까?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우선, 예금보호한도를 알아야 한다. 예금보호한도는 금융사가 영업 정지나 파산 등의 이유로 예금자에게 예금을 돌려줄 수 없을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 대신 예금을 돌려주는 최대 한도다.
현재 우리나라의 예금보호한도는 5,000만원이다. 이는 한 예금 상품에 예금했을 때 최대 5,000만원까지만 보호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에 어떤 예금 상품에 8,000만원을 예금했는데, 해당 금융사가 파산해버렸다면 5,000만원만 돌려받고 3,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대규모의 돈을 예금하는 사람들은 한 상품에 몰아서 예금하지 않고 여러 상품에 각각 5,000만원 밑으로 예금하는 경우도 많다.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의 위험자산에 많이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예금과 적금 등의 안전자산으로 몰릴 정도로 금리 인상의 영향이 굉장히 크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3.00%로, 10월 12일(수) 기준 2.50%에서 인상된 수치다. 이에 영향을 받아 제1금융권의 예금 금리는 연 4~5%대로 치솟았고, 제2금융권에서는 연 6%대의 금리를 자랑하는 예금 상품도 등장했다. 10월 기준으로 제1금융권 정기예금 규모가 약 56조 2,000억원 정도 급증했다. 기자 역시도 각종 은행 어플에 접속하면 고금리 예금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예금 전성시대라고 불릴 만큼 예금 열풍이 엄청난 지금, 예금보호한도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5,000만원에서 멈춰있다. 우리나라 금융 시장의 규모가 꾸준히 증가해온만큼 예금보호한도도 현실에 맞게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보호받고 있는 예금 규모인 부보예금은 2001년 550조원에서 2020년 2,534조원으로 약 5배 가까이 늘어났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2001년에는 약 1,490만원이었다가 2021년에는 약 3,99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따라서 1인당 GDP 대비 예금보호한도 비율은 2001년 3.4배에서 2021년 1.3배까지 떨어진 것이다.
해외 주요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예금보호한도를 현실에 맞게 인상했다. 현재 미국의 예금보호한도는 25만 달러로, 원화로 약 3억 3,000만원에 이르는 액수다. 일본의 예금보호한도는 1,000만엔으로, 원화로 약 9,500만원에 이른다. 영국은 85,000파운드로, 원화로 약 1억 3,200만원 정도다. 우리나라가 예금보호한도가 적은 편임을 알 수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에서는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과 일부 예금에 별도 한도를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예금보호한도를 인상하는 것이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금보호한도가 늘어나면 그만큼 금융기관이 부담하는 예금보험료가 인상된다. 이에 금융기관이 예금보험료 부담을 대출 이자 인상을 통해 해소하려 들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은행연합회의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으로 은행들이 대출금리에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을 반영할 수 없게 됐다.
예금보호한도 인상 문제는 2022 국정감사에서도 큰 이슈가 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위와 같이 해외 사례와 국내 1인당 GDP 상승 추세를 토대로 예금보호한도 인상을 주장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2021년 말 기준 5,000만원 보호한도 내 예금자 비중이 대부분의 상품에서 최소 95% 이상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며, 예금보호한도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한 예금 상품에 5,000만원 이상 예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금보험료가 인상되면 금융기관이 어떤식으로든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2023년 8월까지 예금보호한도 상향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