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처럼 벽과 천장을
마음대로 등반할 수 있을까요?
정광필 교수 (기계·자동차공학과 (로보틱스 전공))
Q. 최근 영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이 개봉해 최고 흥행작에 올랐습니다. 우리도 스파이더맨처럼 벽과 천장을 마음대로 등반할 수 있을까요? 수직 등반이 가능한 ‘게코 도마뱀’의 특징을 활용하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처럼 게코 도마뱀과 같은 생물체의 특성에서 공학적 해결책의 영감을 얻는 분야를 ‘생체모사’ 분야라고 하는데, 이에 관해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A. 게코 도마뱀은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어도 떨어지지 않고 잘 붙어있습니다. 이러한 접착 능력의 비밀은 발바닥에 있는데, 어떠한 점액이 분비되는 것 대신 작고 촘촘한 나노의 털이 수십억 개로 덮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 털들과 물체 표면 사이에서 ‘반데르발스 힘’이라는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합니다. 반데르발스 힘이란 극성을 띄지 않는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 또는 분자의 전하 분포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 순간적으로 달라지면서 생기는 인력을 뜻합니다.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의 털 하나하나의 반데르발스 힘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다 합쳐지면 게코 도마뱀 무게의 수십 배까지도 벽면에 붙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이 덕분에 게코 도마뱀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중력 반대 방향으로 잘 붙어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에서 접착판의 면적이 늘어나면 접착력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이론상으로는 40kg 이상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지만 실제 다리로는 불과 2kg 정도 지탱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무게가 한쪽에 쏠리기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고자 실제 연구에서는 접착판을 여러 개로 나눠 힘을 분산시켰습니다.
이처럼 한계를 보완해 영화 스파이더맨처럼 사람 정도의 무게를 견디면서 수직면을 오르내릴 수 있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 사례가 있습니다. 스탠퍼드대 마크 커트코스키 교수 연구진은 고분자 물질을 활용해 나노 털 구조의 합성 접착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이 역시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을 모방한 것입니다. 그리고 키 185cm, 몸무게 70kg의 연구진이 140㎠ 면적의 게코 도마뱀 패드로 벽 3.6m를 기어오르는 데 성공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게코 도마뱀 장갑’처럼 자연 속 생물들의 장점을 관찰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생체모사’ 분야라고 일컫습니다. 생체모사는 밀리 스케일에서의 익스트림 모션을 구현하는 데에 관심이 있습니다. 먼저 곤충, 파충류, 소형의 동물 등 자연에 존재하는 작은 생명체들을 유심히 관찰한합니다. 그리고 후에 이렇게 얻은 힌트를 공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해 새로운 기계 시스템을 설계에 적용하고자 합니다.
실제로 게코 도마뱀 발바닥의 접착 원리와 같은 생체모사를 이용한 기술이 실생활에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약물 전달체 ▲의료용 접착제 ▲수영복과 같은 스포츠 분야 ▲에어컨 실외기 등의 가전제품 등이 있습니다. 또한 로봇 분야에서도 의복형 로봇과 같이 기존 로봇이 해결하기 애매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스파이더맨의 기술, 생체모사 기술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