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건강에 대해 묻다
고재옥 스포츠과학과 교수
Q. 2015년 미국축구협회는 10세 이하 선수의 헤딩을 금지했습니다. 2020년 영국축구협회는 11세 이하 선수들은 훈련 중 헤딩 연습을 금지했고, 18세까지 연습 중 헤딩 단계를 조금씩 높이라고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유소년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이 지침을 우리나라에서도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축구에서 헤딩은 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합니다.
A . 우선, 머리 및 뇌와 관련한 손상으로 대표적으로 뇌진탕이 있습니다. 우리의 머리는 가장 바깥에 두개골이 있고, 두개골 안에 뇌와 뇌를 둘러싼 뇌척수액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머리에 큰 충격을 받으면 머리는 고정돼 있지만, 뇌는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뇌는 보호받지 못합니다. 이렇게 뇌가 움직여 충돌하는 것이 뇌진탕입니다.
뇌진탕을 단순 기절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기절과는 조금 다릅니다. 뇌진탕을 입은 직후에는 속이 메스껍거나 구토합니다. 심한 경우 환청이 들리거나 시력에 이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장기적인 영향으로 기억력 및 집중력 약화, 정서적인 변화가 생기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 뇌가 급속도로 부어 호흡곤란을 일으켜 목숨을 빼앗기도 합니다.
뇌진탕이 위험한 것은 뇌진탕을 당해도 사람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뇌진탕은 ▲X-ray ▲MRI ▲CT 등 촬영해도 사진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다른 부상과 다르게 아프다는 걸 인지하지 못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계속 활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소년은 성장기이기 때문에 뇌가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유소년이 헤딩했을 때 성인보다 뇌진탕 입을 확률이 높습니다. 유소년은 뇌진탕이 재발할 확률도 높고, 회복 속도는 점점 늦어져 더욱더 치명적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유소년 선수에게 헤딩 금지 지침이 없어 아쉽습니다. 협회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경기력보다 선수의 안전을 고려하는 우리나라의 스포츠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Q. 그렇다면 성인이 된 후에는 헤딩해도 괜찮은지 궁금합니다.
A . 헤딩이 위험하긴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이므로 선수들에게 금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헤딩을 정확한 방법으로 하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머리를 틀어 공의 방향을 바꾸는 헤딩은 뇌진탕의 위험이 있지만, 머리를 틀지 않고 직선으로 하는 헤딩은 덜 위험합니다. 눈썹과 이마 사이에 정확하게 공을 맞혀 머리를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직선 헤딩을 구사하는 것이 뇌 건강에 관해서는 바람직합니다.
안전한 헤딩을 하기 위해서 목 근육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목 근육이 발달해 목이 굵어지면 충격 분산에 용이합니다. 자연스럽게 뇌에 가해지는 충격이 줄어 뇌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식축구선수들은 목 근육 강화 운동하고, 실제로 미식축구선수의 목은 굉장히 굵습니다.
Q.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학우들에게 뇌 건강 관련해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 최근에 우리대학 학우들 외에도 전국적으로 전동 킥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헬멧을 제대로 쓰고 킥보드를 타는 사람들은 잘 못 봤습니다. 심지어 한 킥보드에 두 명이 타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이런 행위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헬멧을 쓴다고 해도 사고로부터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두개골 골절과 같은 큰 사고는 피할 수 있습니다. 킥보드 탑승 시 헬멧 착용이 법으로 돼 있지만, 여전히 안 지켜져 안타깝습니다. 우리대학 자체 규칙을 만들어서라도 우리 학생들의 헬멧 착용이 생활화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