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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미워도 다시 한번
최종호 ㅣ 기사 승인 2023-11-20 16  |  682호 ㅣ 조회수 : 243

최종호(전정·19)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라는 커다란 기치 아래 탄생했다. 그렇기에 현 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적 지향점은 지난 정부의 오류를 찾아내는 것에 있다. 더 나아가 오류를 고치고 정상으로 회귀를 말한다. 에너지 정책이 대표적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표현하는 키워드 두 가지는 탈원전과 태양광 확대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원전 확대와 태양광 청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정 건전성을 언급하며, 재생에너지 분야 예산을 축소했다. 또 문재인 정부 당시 태양광 산업 등에 투입된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부당하게 지출된 보조금을 적발해 308억 6,000만원을 환수했다. 세금계산서를 뻥튀기해 대출을 받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자 375명을 검찰에 추가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여당 의원들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무리한 탈원전으로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한다. 관련 기사와 논평도 쏟아졌다. 재생에너지 산업에 문제가 많아 보인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사업을 단지 문재인 정부의 유산으로 취급해선 안된다. 정권 교체와 함께 이뤄지는 청산작업에 태양광 사업이 완전히 잠식돼선 안된다. 현재 글로벌 기업이 소비하는 전력 생산 방법에 대한 기준은 점점 오르고 있다. 한 예로 BMW가 자사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 이온 전지를 공급하는 삼성SDI에게 RE100 참여요구를 했다. 이처럼 세계 무역 환경에서 RE100 참여는 기업의 경쟁력과 관계된다. 실제 우리나라 기업 중 삼성전자, SK그룹 8개사, LG이노텍 등 다국적 대기업들은 이미 RE100에 가입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



 이렇듯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RE100에 동참하는 기업들은 많아지는데, 국내 현황은 이를 전혀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실제 SK하이닉스의 경우엔 해외사업장에선 이미 RE100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사업장에선 작년 기준 29.6%에 그친다. 해외사업장에선 100%인 재생에너지 비율이 국내 사업장에선 30%도 안 되는 꼴인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좁은 지형과 높은 재생에너지 가격으로 RE100에 불리한 여건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만 3096GWh인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산업용 전력 사용 상위 10개 기업의 전력 사용량(6만 5351GWh)만 따져도 이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기존 30.2%에서 21.6%로 낮춘 것이 기업들에는 혼선이다.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과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당혹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에, 기업들이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구매하고 싶어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HD현대의 최근 RE100 선언으로 재생에너지 수요 폭등이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방향은 정반대를 바라보고 있으니 국내 사업장의 RE100은 요원하게 느껴질 뿐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이 상황을 개선하려면 재생에너지 가격을 낮추면 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재생에너지가 정말 밉겠지만, 미워도 다시 한번 예산을 늘려 투자를 하고, 또 투자를 통해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확충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에 농작물 재배와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함께하는 영농형 태양광의 실증연구가 이어진다고 한다. 법제화 추진에 탄력도 받고 있다. 완도군 등의 지자체에선 허가기준 완화를 말한다. 이렇듯 여러 자구책을 마련하고 법제화해 예산을 편성해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이끌어 내야한다. 그렇기에 윤석열 대통령은 태양광 카르텔도 밉고, 탈원전만 외쳐대는 환경단체들도 정말 밉겠지만 다시 한번 재생에너지 사업에 따뜻한 눈길을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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