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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을 사랑하는 방법
기사 승인 2024-12-03 12  |  698호 ㅣ 조회수 : 23



변준혁

중대신문 제작총괄편집장



 “학보사도 뉴미디어 시대에 발맞추어 변화해야 합니다” 지난 1년 반 동안의 학보사 생활 동안 필자가 지겹도록 듣고, 또 지겹도록 토로했던 말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 말에 얼마나 많은 고뇌와 결심이 담겨있을까. 그러나 필자는 글을 시작하며 이 말을 기꺼이 번복하겠다. 학보사는 매체 변화의 흐름에 발맞추어 변화해야만 한다. 어려운 부분은 결국 어떻게 변화하냐는 것이다.



 ‘매체’라는 것은 어떤 작용 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 한다. 사전에 쓰인 의미에 이 말도 덧붙일 수 있다. “매체 자체가 메시지다” 같은 내용을 누가 말하느냐가 다르듯 어디에 적혀있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보사가 짊어질 책임은 크다. 대학에서 일어난 일을 얼마나 자세하게 보도하는가. 어떻게 보도하는가. 비판해야 한다면 무엇을, 왜 비판해야 하는가.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기 전부터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하다. 어설픈 논리로 기사가 작성된다면 돌이킬 수 없다. 지면에 새겨진 기사들은 학생 사회로 퍼져나가 수많은 주체를 대변하기에 기자들은 기사 작성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더욱이 대학 사회의 크기는 한정적이며 대게 학보사가 교내 유일한 언론기관이 되는 만큼 그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대학 내 학보사의 역할은 중대하지만, 여느 구세대 매체가 그렇듯 수요 감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신문을 읽는 대학생들이 줄어듦에 따라 학보사 기자의 수가 줄어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인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매주·격주로 지면을 발행하는 것은 기자들의 헌신이 있기에 가능하다. 신문 지면을 완성해 내는 것도 버거워진 와중에 시대의 흐름이 변화했다고 하여 지면의 비중을 줄이자는 논의는 더욱 마음이 아프다.



 활자 매체가 생명력을 잃어가는 것을 의식해 학보사들은 이미지·영상 위주의 뉴미디어 콘텐츠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시대에 적응해 나가려는 좋은 시도다. 필자가 속한 중대신문에서도 같은 시도가 이뤄졌다. 그러나 새 시도에 대한 포부는 곧 딜레마로 이어진다. “과연 우리가 잘하지 못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취재에 들일 시간도 부족한데 영상 콘텐츠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을까?” 지면 발행을 우선시하는 학보사에서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시간을 투자하기란 어렵다. 이미 지난 수십 년간 해 오던 역할을 다해오는 것만으로 벅차다. 어떻게든 흐름에 맞춰가기 위한 ‘흉내 내기’ 식의 방안으로는 학보사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지난 7일, 여러 학보사의 편집장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학보사의 위기에 대해 논의했다. 지면 수요의 감소와 인력난에 대해서 제각각 다른 해결책을 이야기했지만, 그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 학보사를, 신문을, 지면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내용을 취재하고, 더 완벽하게 기사를 쓰고자 불철주야 일하며 뼈와 살을 깎는 일. 신문을 만드는 일은 신문을 사랑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다. 학보사의 존속을 유지하기 위해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기존의 것을 먼저 지켜나가야 함을, 필자는 오랫동안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당면한 뉴미디어·인공지능 시대에서 구시대의 산물인 신문이 살아남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학보사를 사랑하기 때문에, 어떻게 독자들에게 지면을 더 읽힐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매력적으로 면을 구성하거나, 만들어진 지면을 재가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젠 뒤처진 매체인 신문이지만 신세대 독자들과 가장 가까운 학보사야말로 신문의 새로운 전환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모든 학보사 기자들의 숭고한 노력이 미래에도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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