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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의 첫발을 내딛다
장수연 ㅣ 기사 승인 2024-04-29 15  |  688호 ㅣ 조회수 : 75

 생활계 폐기물의 재활용률이 60%가 채 되지 않는 현실, 제로 웨이스트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제로 웨이스트(zero-waste)란 모든 제품이 재사용되는 것을 장려하며 폐기물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원칙이다. 쉽게 말하면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해, 일상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기자는 약 4년간의 자취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배달과 포장 음식을 애용해 왔다. 매 식사마다 나가서 장을 보고, 뒤처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과정이 귀찮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일회용 수저 사용도 아끼지 않았다. 하루에 한 번 커피 포장도 필수였다.



 덕분에 시간은 아낄 수 있었지만, 그에 대한 대가로 많은 양의 일회용품 쓰레기들이 버려졌다. 그 대가는 오로지 지구가 감당할 몫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기후 비상을 외치는 최근, 그 쓰레기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회의 변화를 기대하기 전에 일단 나부터 변화가 필요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목표치는 일주일간 배출되는 일회용 쓰레기의 배출량이 종량제 10L 분량의 봉투 하나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변화를 시도했는데, 첫 번째는 배달과 포장 서비스 이용은 최대한 줄이고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회용품 배출량이 평소보다 절반가량 줄긴 했지만, 곧바로 ‘쓰레기 없이 장보기’라는 커다란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집 앞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거의 모든 식자재가 플라스틱과 비닐로 포장돼 있었다. 호기롭게 들고 갔던 에코백이 초라해지는 순간이었다. 포장 시스템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쓰레기 없는 장보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걸까?



 그래도 일부 채소들은 포장되지 않은 채로 진열돼 있었는데, 이조차도 비닐 없이 담는 것에 실패했다. 포장되지 않은 채소들은 계산대에서 무게를 재서 가격을 책정하는데, 바쁜 직원분들에게 흙먼지가 떨어지는 채소들을 하나씩 저울에 올리도록 할 염치는 없었다.



 찾아보니 ‘프로듀스 백’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는 농작물을 의미하는 ‘produce’와 ‘bag’이 합쳐진 단어로 채소, 과일 등을 담을 수 있는 다회용 가방이다. 쓰레기 없는 장보기를 위해서 프로듀스 백은 장보기 필수템이었다. 현재는 인터넷 제로 웨이스트 샵에서 구매한 프로듀스 백이 도착하길 기다리는 중이다. 다음부터는 비닐 대신 프로듀스 백을 적극 이용하고자 한다.



 또 다른 변화는 다회용 제품 사용이다. 물티슈 대신 행주를, 플라스틱 빨대 대신 스테인리스 빨대를, 일회용 화장 솜 대신 순면 화장 솜을 구매해 이용하기 시작했고, 텀블러 사용을 일상화했다. 제로 웨이스트를 결심하고 나니 늘 쓰던 것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고, 일상의 많은 부분들이 일회성 소모품에 지배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결과적으로 목표했던 쓰레기 방출량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했다. 우리가 사용하고 구매하는 것들 대부분이 플라스틱이나 비닐로 포장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둘씩 친환경 제품으로 대체될 필요가 있다. 기업들 역시 친환경 포장 등의 변혁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만약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해 보고자 한다면, 처음부터 목표를 높게 잡기보다는 차근차근 시도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주 간의 제로 웨이스트 경험은 주변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배달 및 포장 이용 줄이기, 다회용 제품 사용 등의 간단한 실천들을 시작으로 주변의 낭비와 비환경적인 행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더 큰 변화를 원했다.



 짧디짧은 제로 웨이스트를 경험하며 남기는 한 줄 후기는 ‘일단 시작하라’이다. 우리의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지구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장수연 기자 jso878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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