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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이 가져다주는 든든함
이준석 ㅣ 기사 승인 2024-05-13 13  |  689호 ㅣ 조회수 : 57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자연스럽게 카페에 가서 후식과 음료를 먹는다. 그리고 중간중간 입이 심심해 간식을 집어 먹는다. 저녁 약속이 없는 날 이른 저녁을 먹은 후 밤 11시 정도가 되면 허기짐을 이기지 못하고 컵라면을 끓여 먹는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배고픔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



 공복은 우리에게 많은 이점을 가져다준다. 에너지원으로 체지방을 사용해 체중을 감소시켜 주고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켜 심장질환의 예방에 도움을 주기도 하며 몸의 소화기관에 휴식을 줘 몸이 회복할 시간을 벌어준다. 매일 같이 야식을 먹고 왠지 모를 무거운 몸으로 아침을 힘들게 보냈던 모습을 생각해 보니 공복은 꽤 좋은 해결책이라고 느껴졌다.



 공복을 경험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1주일에 하루를 잡아 아예 굶는 방식, 하루에 한 끼만 섭취하는 방식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다이어트가 주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16시간 정도 공복을 유지하는 16:8 방식을 경험해 보기로 했다.



 첫날, 공복의 효과를 크게 체험하기 위해 저녁을 빨리 먹기로 했다. 늦은 밤에도 허기짐을 크게 느끼지 않기 위해 든든하게 밥을 먹고 후식으로 빵까지 먹으며 단단히 준비했다. 저녁에 많이 먹은 탓인지 다행히 늦은 밤까지 배고픔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고 잠까지 편하게 들며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저녁과 후식까지 과하게 먹어서인지 더부룩함이 아침에도 사라지지 않았고 다음 날에는 저녁 식사의 양을 줄이고 후식도 먹지 않은 채 진행해 보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전날과는 다른 제대로 된 공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배가 비어있는 탓에 기운이 살짝 없긴 했으나 오히려 찝찝한 느낌 없이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가 비어있는 느낌이 계속돼 뭔가 모를 무력함이 하루 종일 따라다녔고 다음 날부터는 운동을 해서 무력함을 없애고자 했다. 아침에 꿀 한 스푼과 물 한 컵을 마시고 가벼운 조깅부터 시작했다. 가벼운 조깅으로 주변 동네를 20분 정도 돌아다닌 후, 운동기구에서 마라톤 러닝, 로프 당기기,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까지 하고 마무리했다.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운동을 하니 하루가 굉장히 길게 느껴졌고 항상 밀려오는 잠을 깨느라 집중하지 못했던 오전 수업도 끝까지 집중해 수업 내용을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5일 동안의 가벼운 단식이었지만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단지 저녁 식사 후 음식을 먹지 않았을 뿐인데도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이 바뀌고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도 들었다.



 우리는 현재 음식 걱정 없는 풍족한 사회에 살고 있다. 주변을 둘러봐도 식당과 카페가 수없이 많고 배달앱의 발달로 먹고 싶은 음식을 시간에 크게 제약받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이에 우리는 조금만 배고파도 음식을 먹으며 정신적인 만족감을 채우고 있고 이것이 ‘음식 중독’이라는 용어가 생긴 이유이다. 이 세상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 모두 휴식 없이 계속해서 작동하다 보면 고장 나고 삐걱대기 마련이다. 지속적인 음식 섭취로 지친 우리 몸에 공복이라는 휴식을 준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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