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선(기시디·24)
나는 학보사에 왜 들어왔을까. 오피니언 면을 쓰기 위해 다른 기자들의 기자수첩을 읽어보다 문득 든 생각이다. 우리대학뿐만 아니라 여러 학보사에서 기자들이 학보사 생활에 대한 글을 쓴다. 더 적극적으로 취재하지 못했던 자신을 반성하는 글부터 처음 학보사에 들어올 때의 마음가짐을 떠올리는 글까지. 각기 다른 시각으로 학보사 생활을 설명하고 있지만, 모든 글의 기저에는 학보사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
되돌아보면 나는 대단한 포부를 가진 채 신문사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글을 쓰며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에 홀린 듯 신문사 홈페이지에 접속한 것이 시작이었다. 홈페이지 속 여러 기사 중에서도 눈길을 끈 것은 오피니언 면이었다. 신문보다는 책을, 책 중에서도 에세이를 좋아하는 취향을 갖고 있는 나는 필자가 자신만의 목소리로 말을 건네 오는 글을 좋아했다. 그런 내게 사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오피니언 면은 신문의 재미를 알려줬다. 이후 다른 면의 기사들도 순식간에 읽으며 신문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결국 학보사에 지원하게 됐다. 하지만 호기롭게 시작했던 학보사 활동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달은 건 처음으로 참석한 조판회의부터였다. 처음 갔던 편집실은 조용했고, 모든 부원은 묵묵히 신문을 읽고 있었다. 이후 5시간 동안 이어진 적막 속, 같은 글을 읽고 또 읽으며 학보사 활동이 상상했던 동아리 활동과는 매우 거리가 먼 것임을 직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첫 기사를 쓰게 됐을 땐,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했다. 학보사에 들어온 지 7일 된 내가 기사를 써도 되는 건지. 7일 경력 기자의 기사가 정말 신문에 실리는 건지. 모든 것이 어려웠고 서툴렀다.
2학기가 지난 지금도 기자 생활에 능숙해지진 못했다. 새 기사를 쓰게 됐을 땐 설렘보단 막막함이 먼저 들고, 한참을 고민해야 겨우 A4 1장의 기사가 나올까 말까다. 그럼에도 학보사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결국 학보사 활동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발간된 신문에 작게나마 일조했다는 사실이 뿌듯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신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밌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과정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나 헤매기도 하고 뜻대로 풀리지 않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찾아온다. 하지만 꼭 그만큼의 보상을 되돌려준다. 학기 초 멋모르고 제출했던 지원서 한 장은 내게 수많은 깨달음과 어려움을 함께 알려줬다. 무언가 얻지 못할 도전은 없다. 도전 중 만날 방황에서도, 혹시라도 겪을 실패에서도 배울 것은 많다. 새해를 맞은 지금, 고민은 조금 덜어두고 일단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결국 당신의 세상을 넓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