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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갈아 남을 미워하지 않기를
편집장 ㅣ 기사 승인 2020-08-31 18  |  633호 ㅣ 조회수 : 158

  내가 ‘내’가 아닐 때, 즉 ‘나’임을 밝히지 않을 때 우리는 좀 더 자유롭게 행동하고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익명성 아래 어떤 말과 행동을 하던 행동의 주체가 나로 특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익명성은 특히 인터넷에서 도드라진다. 인터넷상에서는 대부분 실명이 아닌 닉네임을 사용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 그 어떤 매체보다도 익명성을 보장한다. 그렇기에 익명성의 장점과 단점 모두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도 바로 인터넷이다.



  익명성은 외부의 압력에서 해방돼 개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하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적용할 수 있다. 누군가에겐 방패가 돼주는 게 바로 익명성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 대부분의 익명성은 누군가의 창이 돼 타인을 공격하는 데에 사용된다. 이처럼 현실에선 익명성의 장점보다도 단점이 더욱더 가시적이다. 지금도 어딘가의 인터넷상에는 특정 집단 혹은 개인을 상대로 달리는 무분별한 댓글이 판을 친다. 악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개선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전하다. 현재진행형이다. 당장 유명 공인의 SNS 계정 하나만 찾아봐도 알 수 있다.



  악플은 특정 1인을 대상으로 달리는 댓글이라기에는 셀 수 없이 많을뿐더러 그 내용 또한 굉장히 악의적이다. 비판보다는 비난에 가깝고 근거 없는 원색적인 내용뿐이다. 본인을 향한 내용이 아님에도 두 눈이 찌푸려질 정도의 댓글이라면 당사자가 접했을 때 충격은 감히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댓글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러한 악플은 분명히 개인에게 다수가 피해를 주는 사이버 범죄행위임이 확실하며, 우리가 반드시 끊어내야 할 사회 문제이다.



  간혹 일부 악플러는 악플을 정당한 비판이라고 말하며 제 행동을 정당화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비판과 비난은 엄연히 다르다. 비판은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함’이고, 비난은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서 나쁘게 말함’이다. 악플은 결국 특정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자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 괴롭히는 행위와 다름이 없다. 현행법상 악플러는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명예훼손은 사실·거짓 적시에 따라 3~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5천만 원 이하의 벌금, 모욕죄는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본인은 정당한 비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판단은 법원이 하는 것이다.



  우리는 뉴미디어와 SNS의 발달로 개개인이 이전보다 더 댓글에 자주 노출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댓글 문화가 더 발달하면 발달했지, 후퇴할 일은 없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악플을 근절하고 나은 댓글 문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악플의 대상이 나 혹은 내 가족이 될 수도 있다고 역지사지의 자세를 취한다면 더더욱 댓글을 달기 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내가 짧은 순간 생각하고 단 댓글이 당사자에게는 크나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기자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도 자신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다”라는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미워하고 그 화를 댓글로 풀어내는 사람이 있다면 꼭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자신을 위해 바람직하게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에 써버린다는 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나를 위해 쓰기에도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다. 남을 미워하고 헐뜯는 데에 에너지를 쓰는 사람은 결국 저를 돌볼 에너지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익명의 뒤에 숨어 누군가를 공격하고 미워하는 일은 결국 자신을 해치는 일과 다름없음을 깨달았으면 한다. 더 이상 나를 갈아 남을 미워하는 사람이 없기를, 그리고 악플로 상처받는 사람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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