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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미디어 성평등을 위해
편집장 ㅣ 기사 승인 2020-09-13 19  |  634호 ㅣ 조회수 : 119

  옛날 로맨스 드라마에선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의 신체 일부를 잡아끌거나 강제로 키스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벽에 밀치고 소리 지르는 행위, 무작정 집 앞으로 찾아가는 행위 등이 ‘나쁜 남자’라는 단어 아래 묵인됐다. 폭력적인 행위들이 로맨스 드라마 속에서 마치 설레는 행동인 마냥 포장됐다. 그동안 우리는 알게 모르게 미디어의 영향을 받아 현실 속에서의 데이트 폭력에 대해 무지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에서 설레는 행위라고 주입받아 현실 속에서 같은 행동을 당했을 때 두려움이 아닌 설렘을 느끼도록 학습된 것이다. 이런 폭력 행위를 데이트 폭력이라 명명한 것은 2017년 즈음으로 비교적 최근이다. 최근까지도 우린 그런 미디어 속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2016년에 방영된 <운빨 로맨스>에서 이수혁이 황정음 집의 현관문을 강제로 여는 장면, 같은 해 방영된 <또 오해영>에서 에릭이 서현진의 손목을 낚아채 걸어 나가는 장면, 서현진이 탄 차의 유리창을 깨는 장면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폭력적인 행동이 로맨스로 소비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시청자들이 남자주인공의 행위를 폭력적이라 인지하지 못하고 로맨스로 소비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주체적으로 지적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와 돌아보면 미디어에서는 여성을 굉장히 폭력적이고 선정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여성이 범죄를 당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불필요하게 선정적이고 잔인하게 찍는다던가, 여성에게 폭력적인 모습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등 보는 사람이 당연한 것처럼 느끼게 했다. 2017년에 개봉한 영화 는 악마성을 부각한다는 이유로 나체의 피투성이 여성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을 사용한다. 이에 여성을 살해하는 모습이 필요 이상으로 구체적이고 길다는 논란을 빚었다. 이외에도 여성을 보조적인 역할로 그리는 등의 성 고정적인 콘텐츠, 재미라는 이유로 성을 희화하는 발언 모두 미디어 내 성 평등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이렇듯 우리는 이제 미디어에서 자연스레 송출되던 콘텐츠에 반감을 느끼고,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미디어 밖 여성들이 현실에서 체감할 수 있냐는 질문엔 여전히 물음표다.



  세상이 바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데이트 폭력에 노출돼 고통받는 여성이 많다. ‘데이트 폭력’이란 서로 교제하고 있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향해 가해하는 성폭력, 성희롱, 협박, 물리적·언어적·정신적 폭력, 스토킹 등의 모든 유형을 뜻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작년 데이트 폭력 형사 입건자 9,858명의 범죄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폭행·상해(71%), 체포·감금·협박(10.8%), 기타(17%) 순이다. 하지만 범죄의 위험성과 잔인성에 비해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다. 게다가 데이트 폭력이 수면 위에 떠오른 지 얼마 안 된 만큼 혹자는 데이트 폭력 피해자에게 “피해자가 당할 만한 짓을 했을 것이다”라며 2차 가해를 한다. 때로는 피해자를 수호해야 할 경찰이 2차 가해를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어떠한 폭력도 허용해선 안 된다. 더군다나 데이트 폭력 가해자는 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기 때문에 피해자가 ‘나만 잘하면 가해자가,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라고 생각하게끔 만들고 폭력을 지속한다. 이와 같은 끔찍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디어가 발전하며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다양한 매체를 이해할 수 있고,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를 분석·평가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개개인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전에 미디어에서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는 사전에 배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를 생산하는 사람은 그에 따른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본인의 생산물이 무작위로 다수의 사람에게 보이는 콘텐츠임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에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어떤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 있느냐에 따라서 콘텐츠가 달라질 수 있다”라며 “방송 현장에서 결정권자가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서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는 미디어일 뿐이라며 범죄와 무관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미디어는 우리 생활에 인지하지 못 할 만큼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미디어는 이제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더군다나 요즘은 뉴미디어의 활성화로 미디어가 영향을 끼치는 대상을 가늠할 수도 없이 포괄적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미디어 생산자와 소비자 여부를 떠나 더욱 미디어에 송출되는 콘텐츠를 낱낱이 검열하고,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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