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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가해,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행동
편집장 ㅣ 기사 승인 2020-10-31 21  |  637호 ㅣ 조회수 : 199

2차 가해,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행동



  10월 20일(화), 에디터 출신 스타일리스트 A 씨는 자신의 SNS에 “‘을’의 위치에서 한 사람에게 철저하게 밟히고 당하는 경험을 했다”라며 한 연예인에게 당한 갑질을 폭로했다. A 씨는 이 연예인에 대해 “가까운 이들에게서 검증된 인간 실격, 웃음 가면을 쓰고 사는(난색으로 유명하지만) 꼭두각시 인형, 비사회화된 어른아이의 오래된 인성 부재. 최측근을 향한 자격지심과 콤플렉스. 그 모든 결핍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멍청함. 처음 본 사람에게 바닥을 그대로 노출하는 안하무인”이라고 표현했다. 덧붙여 “15년을 이 바닥에서 별의별 인간들을 경험하고는 인생사에 무릎을 꿇었다고 생각했고 이제 거진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라며 끔찍했던 경험을 고발했다. 해당 연예인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22일(목)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은 본인 SNS를 통해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해당 연예인이 밝혀지고 나서 일부 지인과 팬들의 옹호 글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로 이어졌다.



  이처럼 각종 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언론을 타게 되면 늘 따라붙는 단어가 있다. 바로 ‘2차 가해’다. ‘2차 가해’란 범죄행위로 1차 피해를 본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과 관련해 2차적 피해를 주는 행위를 일컫는다. 주로 피해자를 비난, 불신함으로써 “피해를 입어도 마땅하다”라고 단정 짓는 행태로 나타난다. ▲피해자의 신원이나 사건 내용을 주변에 알리거나 SNS에 유포하는 행위 ▲사건에 대한 관용적 태도나 사건을 섣부르게 판단하는 행위 ▲피해자에 대한 험담이나 비난을 하는 행위 ▲피해자의 외모나 품행 등을 문제 삼는 행위 ▲피해자의 사생활을 캐거나 이를 문제 삼는 행위 ▲피해자의 대응 태도를 평가하거나 혹은 이를 비난하는 행위 ▲피해자에게 행위자(가해자)를 용서하라고 강권하거나 화해를 종용하는 행위 ▲행위자(가해자)를 지지하는 여론을 조성하는 행위 ▲행위자(가해자)를 옹호하거나 두둔하는 행위 모두 2차 가해에 해당한다.



  2차 가해는 때론 1차 가해보다 더 큰 상처를 피해자에게 안겨준다. 최근 유튜브 웹 예능인 <가짜사나이>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던 이근은 성추행 전과 이력이 폭로됐다. 당시 1심 재판부 판결문에 따르면 이근은 2017년 11월 서울 강남구 한 클럽 복도에서 피해자의 엉덩이를 움켜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근은 법원이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했다”라고 반박하며 판결의 부당함을 내세웠다. 이로 인해 이근의 주장을 접한 다수 누리꾼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무고’프레임을 들고나왔다. 이후 피해자에 관한 네티즌들의 추측성 발언이나 유언비어 유포, 명예훼손 및 모욕 등의 2차 가해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이에 피해자 측 변호인은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끔찍할 정도로 싫은 사건이 의도치 않게 세간에 알려졌다”라며 “피해자가 더 이상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가해자인 이근을 비롯한 누구도 위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명예훼손 및 모욕성 발언을 하는 등의 2차 가해 행위를 하지 말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2차 가해는 피해자에게 1차 가해 못지않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방심하지 않고 2차 가해를 매번 경계해야 한다. 누군가에겐 생각없이 하는 말이 당사자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2차 가해가 빈발하는 이유에 관해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그리고 구조에서 기인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사건이 알려진 뒤 제3자들이 던지는 부당한 비난의 화살에 고통을 느끼기도 하고, 고발을 주저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압력과 사회적 분위기에 짓눌려 절망하기도 한다. 개개인이 2차 가해를 지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회적인 분위기를 바꿔 나가려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는 가해자가 당당하고 피해자가 숨는 세상이 아닌, 가해자가 죄를 지은 걸 수치스러워하고 피해자가 당당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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