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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보사와 함께라면
편집장 ㅣ 기사 승인 2021-02-28 10  |  641호 ㅣ 조회수 : 408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보사와 함께라면



  종이 신문이 사라지고 있다. 뉴스의 소비 패턴이 디지털로 급격히 바뀌었고 이제 종이로 된 지면 신문을 읽는 이들은 극히 소수이다. 대중교통에서는 모두가 작은 전자기기를 들고 세상을 살피기 바쁘다. 월스트리트 판 신문을 양손으로 쫙 펼치고 읽는 대중교통 속 ‘민폐 캐릭터’는 이미 구식이 된 지 오래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학신문에 관한 학생들의 태도도 별반 다를 것이 없어졌다. 1960년대~1980년대 학생운동의 맥을 함께한 찬란했던 학보사의 명예는 더는 찾아보기 힘들다. 교내에는 사실상 신문사와 학보의 존재조차 모르는 학우들이 더 많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우리대학을 포함한 수많은 대학 신문사들은 현재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은 SNS 발달의 영향이 크다. ‘에브리타임’이나 ‘대나무숲’,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이 교내 소식을 전달하는 디지털 매체의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학내 소식에 관한 접근성이 매우 좋아졌다. 종이에 쓰인 정보와 시공간의 제약 없이 쉽게 얻을 수 있는 SNS 속 정보 중 더 편리한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학생은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내 학보의 존재는 학생들에게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각종 SNS의 등장 이전, 대학신문은 대학생들 간 소중한 소통 수단이었으며 당대의 시대 정신을 기록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뿐만 아니라 교내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하는, 학보는 그야말로 ‘대학문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지금은 학보사가 이전만큼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대학언론의 역할이란 공적인 장에서 주도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고발’이나 ‘제보’를 모아내는 것이다. 또한 하나의 의제를 유지하며 여론을 탐색하는 역할도 한다. 학보의 이런 특성은 아젠다 세팅(Agenda Setting)과 아젠다 키핑(Agenda Keeping)의 역할을 모두 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의 휘발성이 강한 SNS와는 다른 힘을 가진다. 하지만 이를 수행하는 것은 학보사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교내 구성원들이 학보에 충분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학보 역시도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물론 학보사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을 오롯이 외부의 책임으로만 보긴 어렵다. 누군가 우리에게 ‘현재의 학보사가 학생운동 정신의 명맥을 이어갈 만큼 주도적이고 비판적인가?’라고 묻는다면, 사실 당당하게 긍정의 답변을 내놓긴 힘들 것 같다. 외부적 요인에 의해 독자가 적어졌고 교내 신문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이 크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과연 주도적으로 학내 여론을 조성하거나 영양가 있는 소식을 진지하게 전하고 있는지 성찰해볼 시기이기도 하다. 비록 관심은 줄어들었을지라도, 종이에 쓰인 신문 기사는 여전히 힘이 세다.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시청각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정보들과 다르게, 신문 기사에는 몇 번의 취재와 퇴고를 거쳐 생겨난 깊이 있고 성숙한 정보가 있다.



  우리는 여전히 다양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건전한 학내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이젠 학우들이 함께 나서 대학문화의 일원인 ‘학보’에 다시 날개를 달아줄 차례이다. 디지털에 익숙해진 눈을 잠시나마 다시 종이 신문에 돌려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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