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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미션, 소비자의 눈을 가려라
편집장 ㅣ 기사 승인 2021-05-02 21  |  645호 ㅣ 조회수 : 44

자본주의의 미션, 소비자의 눈을 가려라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콘셉트 아티스트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에 등장한 문구이다. 나는 소비하기에 존재한다. 이보다 21세기를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어쩌면 문구의 원래 주인인 데카르트가 21세기에 살았다면 ‘나는 생각한다’가 아닌 ‘나는 소비한다’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는 끊임없이 돈을 쓰고, 그렇기에 이곳은 ‘소비사회’라고 불린다.



  소비는 어쩌면 산업자본주의하에서 ‘소비자’의 지위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연적인 의무일지도 모른다. 소비하지 않고는 도저히 살 수 없게 만들었으니 자의에 의한 것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소비는 우리의 숙명이자 운명이다. 그러나 하나 의문스러운 것은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전혀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침투해오는 마케팅 전략과 자신의 지갑과 통장을 털어가려는 산업자본주의의 탐욕 어린 손아귀를 전혀 경계하지 않는다.



  노예는 자신이 노예가 아니라 믿는 순간, 완전한 주인의 것이 된다. ‘저항’의 의지와 동기를 상실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따라서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함을 명확히 인식하고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일단 덫이 어디 있는지 안다면, 그것을 피하는 일은 적어도 덫의 존재를 몰랐을 때보다 쉬워진다. 자본주의가 우리의 눈앞에 놓은 덫은 우리의 소비 심리를 자극해 지갑을 열게 하는 ‘자극 마케팅’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13일(화)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후 해당 제품 판매는 급증했고,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불가리스 품절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양유업이 밝힌 연구는 손소독제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 실험과 비슷한 것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마치 불가리스를 먹으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을 것처럼 사람들의 오해를 부추겼다. 이러한 남양유업의 마케팅은 대중의 불안심리를 악용한 무책임한 상술이라 할 수 있다.



  남양유업과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소비를 부추기는 것을 ‘공포 마케팅’이라고 한다. 공포 마케팅은 공포 정치와 같은 맥락으로 이용된다. 두려움에 떨도록 만든 뒤 지도자에게 복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공포정치라면 소비자가 물건을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두려움에 빠지게 하는 것이 공포 마케팅이다.



  자극 마케팅은 심히 간사스럽다. 공포 마케팅 외에도 뉴로 마케팅이나 오감 마케팅 등 자극 마케팅은 여러 개의 이름을 가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그 뿌리는 모두 같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라!’라는 숙명을 가진 채 세상에 나온 마케팅 전략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기업이 원하는 반응을 해주는 소비자들. 그동안 소비자들은 불쌍하게도 형체도 없는 ‘마케팅’이라는 존재에 휩쓸렸다. 이런 진실을 알게 된 이상, 우리가 행하는 소비를 정말 ‘소비’라 부를 수 있을까? 또 다른 합법적인 ‘착취’의 형태는 아닐까?



  욕구나 욕망은 모두 어떤 결여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욕구는 단순히 부족함을 충족시키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지만, 욕망은 단순한 충족을 뒤로 미루고 여전히 충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욕구보다 한층 더 복잡하다. 따라서 욕망은 욕구와 다르게 채워지지 않는 허망한 존재라 볼 수 있다. 우리가 쇼핑 중독에 빠지고, 쉽게 마케팅의 술수에 넘어가고, 무의식 속에서 끊임없는 소비를 갈망하는 이유는 모두 ‘욕망’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우리의 지갑을 지키기 위해선 이 욕망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자극 마케팅은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욕망만이 앞서게 만들면서 피라미드 형태의 계급 구조를 고착화한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자들은 자신의 소비가 자유롭다고 믿으며 끊임없이 불량한 소비를 고집한다. 그러나 자극 마케팅의 존재와 자본주의의 진실이 알려진 이상, 소비 시장의 비정상적 행태는 반드시 단절돼야 한다.



  인간은 이상 자아가 클수록 소비를 많이 한다고 한다. 즉, 현실의 자아가 아닌 내가 꿈꾸는 이상이 높을 때, 한 마디로 자존감이 낮은 경우 과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욕망에 휩쓸려 무의식의 소비를 멈추기 위해서는 마음의 근육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자본주의 시대에 팽배해있는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나 경험에 투자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건강한 욕구를 키우고 스스로의 감정을 관리할 줄 아는 것. 교묘한 짜임새의 마케팅을 극복할 방법은 스스로 방어하는 것뿐이다. 앞으로 모든 소비자가 자본주의의 술수에 휩쓸리지 않고 건강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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